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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규범이 경쟁력이다, 우리 수산업 개혁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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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9. 0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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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 국립부경대학교 교수
김도훈 부경대 교수
김도훈 국립부경대학교 교수
우리 수산업은 지금 양적 성장의 관성으로 버텨온 시대의 끝자락에 서 있다. 연근해 어업생산은 해마다 줄고, 4만 척에 달하는 어선들의 경영은 악화일로에 있다. 다수의 어촌은 소멸위험지수가 이미 '위험' 단계에 진입했고, 어가인구는 10년 새 절반 가까이 줄었다.

어업종사자의 60%가량이 60세 이상인 반면 20대 이하는 10명 중 1명이 채 안 된다. 양식업은 고수온 피해와 전기료·인건비 상승으로 생산이 정체·감소하고 있다. 수산기자재업과 유통·가공업 같은 전후방 산업 역시 영세한 규모에 머물러, 낙후된 설비와 수작업 중심 공정으로는 세계 시장이 요구하는 품질·위생 기준을 따라가기 벅찬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대외 통상 환경은 이미 새로운 규범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세계무역기수(WTO) 수산보조금 협정이 지난해 정식 발효되며 남획어종·불법어업·비규제 공해어업에 대한 지원이 명시적으로 금지됐다.

우리 정부가 가입을 검토 중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역시 환경 챕터에 독자적인 수산보조금 규율을 두어 유사한 제한과 투명한 통보를 요구하고, 유럽연합은 공동어업정책을 통해 최대지속가능생산(MSY) 범위 내 어획을 법제화해 이를 어기면 어업협상에서 불이익을 준다.

관세 인하를 다투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국내 보조금 제도와 자원관리 체계의 정당성을 데이터로 입증해야 하는 시대로 넘어간 것이다. 이 전환기를 먼저 넘어선 나라들은 규범 대응을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삼았다. 자원관리 개혁으로 산업 체질을 바꾼 나라가 있는가 하면, 산업 자체를 수출 전략으로 키운 나라들도 있다.

미국은 1996년 어업법 개정 이후 30년 가까이 일관된 자원관리로 가장 큰 자원 회복 성과를 냈고, 중국은 유가·엔진 출력에 연동된 보조금을 끊어내고 절감 재원을 감척 지원으로 돌리는 '탈동조화' 개혁으로 규범 대응과 구조조정을 하나로 묶었다. 일본은 2020년 어업법을 71년 만에 전면 개정해 지역 어협에 어업권을 우선 배정하던 관행을 폐지하고, 어장 활용도와 지역 기여도를 기준으로 바꿔 기업 투자와 신규 진입의 통로를 열었다.

노르웨이는 민관이 함께 연어 산업을 국가 전략 수출산업으로 키워 가공·콜드체인·품질인증을 표준화하고 '노르웨이산 연어' 브랜드로 세계 시장을 장악했으며, 칠레는 양식 대형화와 가공 자동화로, 에콰도르는 새우 양식의 기업화·자동화 가공으로 세계 최대 수준의 수출국 반열에 올랐다.

공통점은 분명하다. 자원관리 개혁과 전후방 산업 고도화를 함께 추진해 규범 준수를 곧 수출 경쟁력으로 전환한 것이다.

우리 수산업이 가야 할 길도 다르지 않다. 과학적 자원 조사와 실효적 총허용어획량(TAC) 운용, 자원관리 실적 연계형 면세유 제도, 삭감 재원과 연계된 어선감척 등으로 국제 보조금 규범에 부합해야 한다. 동시에 전후방 산업 전체를 현대화해야 한다. 수산기자재업은 스마트 어선·양식 설비 개발로 첨단화하고, 유통업은 산지·소비지 시설의 콜드체인화와 온라인도매시장 확산으로 효율을 높이며, 가공업은 자동화 설비와 AI 품질 판정 등 최첨단 기술로 국제 위생·품질 기준에 부합하는 생산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를 발판으로 원물 수출을 넘어 김·참치·굴처럼 이미 경쟁력을 갖춘 품목을 간편식·케어푸드 등 고부가가치 가공식품으로 발전시키고, 미국·유럽·아세안 시장은 물론 학교·군납 같은 공공 조달 시장까지 겨냥해 수출을 다변화·확대해야 한다.

국제 수산 규범의 강화는 위협이 아니라 경쟁력의 새로운 기준이다. 규범을 앞서 준비하고 전후방 산업까지 고도화한 나라들이 이미 세계 수산식품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 우리 수산업이 규범 대응을 산업 개혁의 출발점으로 삼아 생산·가공·유통을 아우르는 질적 도약을 이뤄낼 때, 비로소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수출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다. 이는 한 부처만의 과제가 아니라 통상·산업·기술 정책이 함께 맞물려야 하는 국가적 과제다. 지금이 바로 그 개혁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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