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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수첩] 경찰·검찰도 속인 ‘AI 조작 증거’…보완수사로 누명 벗긴 공판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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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정민훈 기자

승인 : 2026. 09. 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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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관련 무고 혐의로 재판받아
압수수색으로 결정적 증거 확보
피해 회복 위해 신속히 공소취소
대구지검 김성찬 검사
김성찬 대구지검 검사(변호사시험 13회)가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 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정민훈 기자
"실제 카카오톡 대화 내역을 복원해 왔습니다."

지난 3월 대구지법 한 법정. 무고 혐의로 기소된 여성 B씨 측 변호인이 증인으로 출석한 A씨(26)를 신문하던 중 새로운 증거를 꺼내 들었다. A씨와 B씨가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를 복원한 자료였다.

공판을 담당하던 대구지검 김성찬 검사(변호사시험 13회)의 눈길이 자료에 꽂혔다. 검찰이 확보해 둔 대화와 같은 날짜, 같은 당사자의 대화였지만 내용은 전혀 달랐다. 두 자료 중 하나는 가짜라는 의미였다.

A씨의 반응은 거셌다. "변호사가 위조한 것 아니냐", "내가 위조했다는 증거가 있느냐"며 날을 세웠다. 김 검사는 A씨의 반응에 주목했다. 법정에서 자료를 직접 대조해 보니 B씨 측이 제출한 대화가 실제 내용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심이 피어났다.

인공지능(AI)으로 정교하게 꾸며낸 카카오톡 대화와 현금인출 자료가 경찰과 검찰의 판단을 잇달아 속이면서 실제 피해자가 무고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는 일이 벌어졌다. 수사기관마저 감쪽같이 속인 허위 증거의 실체는 피해자가 가까스로 복원한 카카오톡 대화와 이를 수상히 여긴 공판검사의 신속한 보완수사 끝에 비로소 드러났다.

이 사건은 202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그해 1월과 8월 B씨의 인적사항을 도용해 금융기관에서 1900만원을 대출받은 혐의로 피소됐다. 그러나 경찰 조사에서 A씨가 내놓은 B씨와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과 현금인출 자료가 A씨의 주장을 뒷받침하면서 경찰은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반대로 "대출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해 온 B씨는 무고 혐의로 경찰과 검찰 수사를 거쳐 재판에 넘겨졌다.

B씨에게는 자신의 말을 입증할 자료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A씨가 몰래 B씨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두 사람의 카카오톡 대화를 삭제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B씨가 직접 대화를 복원하면서 사건은 법정에서 반전을 맞았다. 경찰과 검찰 모두 A씨가 내민 증거만 믿는 사이 B씨 홀로 자신의 혐의를 입증해야 됐던 것이다.

김 검사는 B씨의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받아 대구지검 내 포렌식센터에 분석을 맡겼다. 결과는 명확했다. B씨 측이 복원한 대화가 조작됐을 가능성은 없었다. 김 검사의 의심은 A씨에게 향했다.

김 검사는 A씨가 증거를 조작했다고 보고 지난 6월 A씨의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압수수색에서는 결정적인 정황이 나왔다. A씨는 현재 사용하는 휴대전화 한 대뿐이라고 주장했지만 주거지에서 B씨와 연락할 때 썼던 또 다른 휴대전화가 발견됐다. 이미 공장 초기화된 상태였다. 초기화 시점은 법정에서 B씨 측 변호인이 복원된 카카오톡 대화를 제시한 날 뒤였다. "중고로 팔려고 초기화했다"는 해명과 달리 새 휴대전화를 구입한 시점도 1년 전이었다.

A씨가 경찰에 냈던 현금인출 자료도 가짜였다. 김 검사가 해당 금융기관에 거래 내역 등을 확인한 결과 자료에 적힌 인출 기록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검찰 조사 결과, A씨는 AI를 이용해 카카오톡 대화와 금융자료를 정교하게 꾸민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A씨는 대화 내용 조작 당시 B씨가 평소 맞춤법을 틀리는 습관과 말투까지 흉내냈다.

김 검사는 지난 7월 A씨를 위계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또 B씨에 대해 제기한 공소를 취소했다. 피고인석에 앉아 억울함을 호소하던 B씨의 누명이 2년여 만에 벗겨진 것이다.

김 검사는 "A씨는 수사기관이 어떤 증거를 확보했는지 보면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가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다"며 "심지어 B씨가 무고 혐의로 기소됐을 때 재판부에 엄벌을 처해달라는 진정서까지 제출해 죄질이 나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가 수사기관을 속여 피고인석에서 앉게 된 B씨가 정말 고통을 많이 받았다"며 "검찰은 B씨의 피해 회복을 위해 지체할 이유 없이 신속히 공소취소 결정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김 검사는 "이번 사건에서 실체적 진실에 다가갈 수 있었던 핵심은 수사의 신속성이었다"며 "5월 범죄 정황을 인지한 뒤 곧바로 압수수색에 나섰고 7월에는 A씨를 구속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휴대전화의 초기화 시점이 법정에서 복원된 카카오톡 대화를 제시받은 직후라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혐의에 대한 심증을 굳힐 수 있었다"며 "당시 휴대전화가 이미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라가 있던 만큼 보완수사요구를 거쳐 다시 수사가 이뤄졌다면 추가 증거인멸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있었다"고 부연했다.
정민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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