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와 달리 이번에는 특정 사건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이 아니다. 미국의 통상·외교 전반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결과로 분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전방위적 관세 압박과 미국 우선주의가 그동안 가치를 공유해 온 동맹국 국민에게 실망을 안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인의 85%가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부정적이었고, 63%는 '강하게' 반대한다고 답했다. 이란 대응 방식에 불만을 나타낸 응답도 73%에 달했다. 국제사회를 다루는 미국의 방식에 많이 동의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미국을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보느냐는 응답 역시 2022년 83%에서 57%로, 무려 26%포인트나 떨어졌다. 안보 동맹국을 상대로 한 일방적 경제 압박이 신뢰 붕괴의 직접적 원인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주목해 봐야 할 부분은 또 있다. 비호감도가 급증했음에도 한국인 84%는 여전히 미국을 가장 중요한 동맹으로 꼽았다. 지난해보다 5%포인트 낮아졌지만 여전히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이는 한국인의 반응이 단순한 반미(反美) 감정의 표출이 아니라는 뜻이다. 동맹의 안보적 가치는 존중하되, 안보를 볼모로 경제적 양보만을 강요하는 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메시지 아니겠는가. 감성적 반대가 아니라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반응으로 판단한다. 이 부분을 미국은 상당히 무게 있게 받아들여야 한다.
미국이 이 같은 신호와 경향을 계속 외면한다면, 한국과 국제사회에서 지지 기반을 상실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지금은 안보에 대한 지지가 경제적 불만을 상쇄하는 듯하지만, 과도하고 일방적인 요구가 반복되면 미국은 상대국들의 원만한 협조를 기대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실제 미국이 세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한다는 응답은 2023년 74%에서 47%로 27%포인트나 급락했다. 동맹에 대한 신뢰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우방국 여론의 균열은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과 캐나다 간 '통상 전쟁'만 봐도 그렇다. 미국은 단기적 이익에 편중된, 거래적 압박 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동맹은 일방의 요구를 관철하는 대상이 아니다. 관세와 주한미군 방위비 등 현안에서 동맹국의 합리적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상호 존중에 기반한 호혜적 파트너십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것은 동맹국 사이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