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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정위가 쿠팡의 할인 비용 납품업체 전가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조사에 나섰다가 발길을 돌렸다. 쿠팡이 조사 7일 전 서면 통지를 규정한 행정조사기본법을 근거로 조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네 차례 조사를 시도했지만 무산됐고, 쿠팡은 직권조사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까지 냈다.
기업이 정부 조사를 막아선 것은 이례적이다. 공권력을 무력화하려는 행위로 비칠 수도 있다. 납품업체에 할인 비용을 부당하게 떠넘겼다는 의혹이 있다면 당연히 조사해야 한다. 기업의 방어권이 위법행위를 숨기는 방패가 돼서도 안 된다.
그러나 이번 일을 쿠팡의 '배짱'으로만 볼 일도 아니다. 법원까지 찾아간 배경에는 공정위 조사 방식에 대한 기업들의 오랜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공정위는 시장의 심판이다. 담합과 갑질, 부당지원 등을 찾아 시장 질서를 지켜야 한다. 강한 조사권도 필요하다. 하지만 심판에게 호루라기를 쥐여줬다고 경기 시작 전부터 선수를 반칙자로 취급할 권리까지 준 것은 아니다.
공정위 현장조사는 기업에 상당한 부담이다. 임직원의 PC와 전자자료를 살펴보고 자료 제출을 요구한다. 혐의와 관련성이 떨어지는 자료까지 조사 대상이 된다는 불만도 이어져 왔다. 행정조사는 혐의를 확인하는 절차다. 조사 대상이 됐다는 이유만으로 기업이 사실상 피의자처럼 취급받아서는 안 된다.
공정위 판단이 언제나 옳았던 것도 아니다. SK실트론 사건과 한화솔루션의 한익스프레스 부당지원 사건 등에서는 공정위 제재가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법률 해석이 엇갈릴 수는 있다. 문제는 그 사이 기업이 치르는 대가다. 제재가 발표되면 '불공정 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붙고 수년간 소송에 비용과 인력을 쏟아야 한다. 승소하더라도 잃어버린 시간과 평판까지 되돌릴 방법은 없다. 법원이 매를 거둬도 이미 생긴 멍까지 지워주는 것은 아니다.
물론 공정위도 이유는 있다. 담합이나 부당지원은 은밀하게 이뤄지고, 조사 일정을 미리 알리면 증거가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 신속한 현장조사가 필요한 사건은 분명 존재한다.
그렇다고 모든 기업을 잠재적 범법자로 바라봐서는 곤란하다. 조사 필요성과 조사 방식의 정당성은 별개의 문제다. 조사권이 강할수록 그 권한은 더욱 신중하게 행사돼야 한다.
행정조사는 범죄 수사와 다르다. 조사 범위와 자료 요구는 혐의에 필요한 수준에 그쳐야 한다. 기업이 무엇 때문에 조사받는지 알고 대응할 최소한의 방어권도 보장돼야 한다. 필요한 증거를 찾는 것과 기업 전체를 훑어 잘못을 찾아내는 것은 다르다.
쿠팡의 조사 거부가 정당했는지는 법원이 판단할 일이다. 불공정행위가 확인된다면 엄정하게 책임을 물으면 된다. 그러나 잘못했는지를 조사하는 것과 잘못한 기업으로 전제하고 조사하는 것은 다른 얘기다.
공정위의 칼날은 불공정행위를 향해야 한다. 기업 자체를 향해서는 안 된다. 기업에 법을 지키라고 요구하려면 정부 역시 법이 정한 절차와 경계를 지켜야 한다. 시장의 잘못을 바로잡겠다며 기업부터 벌 세우고 본다면 그야말로 교각살우다.
공정위의 역할은 기업을 세워놓고 잘못이 나올 때까지 뒤지는 데 있지 않다. 잘못한 기업을 정확히 찾아 책임을 묻는 데 있다. 공정을 집행하는 기관이라면 조사 과정부터 공정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