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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에 2척 발주한 레이…‘1조원대’ 후속 물량 中으로 향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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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의 기자

승인 : 2026. 08. 2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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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GSI와 8600CEU급 시리즈 발주 조율…10억달러 이상
HD현대중공업 2척은 3985억원…발주사 레이로 지목
계약 척수·옵션 미공개…HD현대 2척과는 선형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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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HD현대
이스라엘계 선주사 레이카캐리어스(레이)가 10억달러를 웃도는 자동차운반선(PCTC) 시리즈 발주를 놓고 중국 광저우조선인터내셔널(GSI)과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HD현대중공업이 수주한 PCTC 2척의 발주사로 레이가 지목된 가운데, 후속 대규모 발주가 중국 조선소로 향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내 조선업계의 PCTC 수주 경쟁력에도 관심이 쏠린다.

20일 조선·해운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레이는 GSI와 8600CEU급 PCTC 시리즈 건조 계약을 최종 조율하고 있다. 전체 사업 규모는 10억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아직 양측 모두 계약 사실을 공식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정확한 발주 척수와 옵션, 인도 시점, 척당 선가 등 구체적인 조건도 확인되지 않았다. 협상 결과에 따라 발주 규모와 계약 조건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앞서 HD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유럽 소재 선사와 PCTC 2척 건조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계약금액은 3985억원으로 당시 환율 기준 약 2억6900만달러다. 척당 계약금액은 약 1억3450만달러이며, 인도 예정 시점은 2029년 3월 말이다.

HD현대중공업은 당시 발주사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해외 해운 전문지와 선박중개업계에서는 레이를 발주사로 지목했다. 해당 선박은 7300CEU급으로 알려졌다.

GSI와 협상 중인 물량과 HD현대중공업 수주 물량은 선형부터 다르다. GSI가 협상 중인 선박은 8600CEU급으로, HD현대중공업의 7300CEU급보다 명목상 적재능력이 약 17.8% 크다. 발주 척수 역시 아직 확인되지 않아 양 사업의 규모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알려진 총사업 규모만 놓고 보면 GSI와 협상 중인 발주는 HD현대중공업의 기존 계약금액보다 3.7배 이상 크다. 레이의 후속 대규모 투자가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 경우 중국 조선소가 PCTC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HD현대중공업은 이번 협상을 특정 선주의 발주처 변경으로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특이한 케이스는 아니다"며 "HD현대중공업에 자동차운반선 2척을 발주했다고 해서 나머지 물량까지 반드시 우리와 계약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선사들이 한 곳이 아닌 여러 조선소에 나눠 발주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며 "다른 조선사와 진행하는 협상은 우리가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中 올해 PCTC 발주 37척 중 35척 확보

이번 협상이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 PCTC 시장에서 중국 조선소의 수주 독식 현상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 16일까지 전 세계에서 발주된 PCTC와 자동차전용선(PCC)은 37척이다. 이 가운데 중국 조선소가 35척을 수주했다. 나머지 2척은 HD현대중공업이 수주한 레이 추정 물량이다.

아직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레이와 GSI의 협상 물량은 해당 집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향후 계약이 성사될 경우 올해 중국 조선소의 PCTC 시장 점유율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중국 조선소의 경쟁력은 단순히 낮은 선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GSI는 올해 4월까지 7000CEU급 19척, 8600CEU급 6척, 1만800CEU급 1척 등 총 26척의 PCTC를 인도했다고 밝혔다.

반복 건조를 통해 설계와 자재 조달, 생산공정을 표준화하면서 대량 건조 역량을 확보한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GSI가 2025년 인도한 PCTC 11척의 경우 계약상 인도일보다 평균 151일 빠르게 선주에게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선가뿐 아니라 건조 슬롯 확보, 시리즈 건조 경험, 생산성, 납기 경쟁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쏠림' 심화…韓 시리즈 수주 과제

레이가 한국 조선업계와 거래를 중단하고 중국으로 발주처를 옮기는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동안 HD현대 계열 조선소에 PCTC뿐 아니라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등 다양한 선종을 발주해왔다. 이번 GSI와의 협상이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더라도 선종과 선형, 납기, 발주 목적 등에 따라 한국과 중국 조선소에 물량을 나눠 맡기는 분산 발주로 해석할 여지가 크다.

오히려 HD현대중공업이 7300CEU급 PCTC 2척을 척당 1억3000만달러가 넘는 가격에 수주했다는 점은 국내 조선사의 높은 선가 경쟁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시리즈 수주 경쟁력은 과제다. 시리즈 물량을 확보하면 단순히 건조 척수를 늘리는 것을 넘어 반복 건조에 따른 설계 최적화와 원가 절감, 생산성 향상, 기자재 공급망 안정화, 후속 발주 확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조선업계 다수 관계자는 "시리즈 수주는 단순히 건조 척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반복 건조에 따른 원가 절감과 생산성 향상, 기자재 공급망 축적, 후속 발주 확보로 이어진다"며 "국내 조선사가 고선가의 단발성 수주를 선별하는 동안 중국 조선소가 대량 건조 경험을 축적하는 구조가 굳어지면 향후 친환경·고부가 PCTC 시장에서도 중국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레이의 발주 협상은 한 선주의 후속 물량 향방을 넘어 한국과 중국 조선업계의 PCTC 수주 전략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고선가 수주라는 한국 조선업계의 강점을 유지하면서도 시리즈 발주를 통해 생산성과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향후 시장 주도권을 좌우할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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