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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가만히 앉아서 벌잖아”…반도체 직원들의 금융권 ‘초과이익’ 맹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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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삭 기자

승인 : 2026. 08. 19.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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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삭님 크랍
반도체 기업의 '초과이익 분배' 논란이 대기업과 금융권 직원 간의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습니다. 최근 시중은행 직원들의 평균 급여가 삼성전자를 앞질렀다는 기사들이 쏟아지면서입니다.

직장인 커뮤니티에서 일부 대기업 직원들은 "반도체 팔고 차 팔아서 어렵게 초과이익을 냈는데, 그마저 나눠 써야 한다는 소리를 듣는 판"이라고 주장합니다. 또 "금융권은 그야말로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번다"며 "금융권부터 초과이익을 분배해야 한다"는 인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냅니다.

실제 한 SK하이닉스 직원은 "은행과 증권사를 상대로 소송하려는데 비용이 얼마나 드느냐"는 글을 올렸습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낸 반도체 기업들에 대해 초과이익 분배나 성과급 지급의 주총 승인 의무화 등 정부의 규제론이 불거지자, 똑같이 최대 실적을 냈는데도 초과이익 분배에 나서지 않는 금융권을 소송하겠다는 일종의 으름장인 셈입니다.

당연히 금융권 재직자들도 잠자코 있지 않았습니다. "시스템이 저절로 유지되는 게 아니다"라는 반론이 대표적인데요. 전산망 구축과 리스크 관리는 물론, 각종 서비스에 들어가는 비용과 인력을 생각하면 앉아서 돈 번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논리입니다.

직원들간 날선 난타전 이면에는 금융업과 제조업의 서로 다른 태생적 배경이 있습니다. 금융, 특히 은행은 사실상 정부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아야만 할 수 있는 산업입니다. 때문에 정권이 바뀔때마다 새롭게 나타나는 금융정책에 대해 천문학적인 돈을 내놓는게 숙명이었습니다. 겉으로는 공공성을 이유로 들지만, 은행업은 수장 인선부터 정책금융 동원까지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곳입니다.

반면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해 온 제조업은 달랐습니다. 내 노력과 기술에 의한 정당한 대가란 인식이 확고했고, 정부 역시 기업의 이익 분배 방식에 직접 손을 대는 일은 드물었습니다. 그런 산업계에 처음으로 초과이익 분배란 터치가 들어오자 거센 반발과 충격이 터진 것입니다.

지난달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제주포럼 간담회에서 초과이익 분배론에 대해 "세금으로 정부가 알아서 하는 데는 토를 달 이유가 없지만, (초과이익 분배론이) 우리가 생각하는 방향인지는 잘 모르겠다"며 "아직 개념을 잘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당국 호통에 군말 없이 성과급과 퇴직금을 깎아온 금융권 수장이라면 결코 입 밖에 내지 못했을, 제조업계 특유의 당혹감이 묻어나는 솔직한 반론입니다.

애초에 명확한 기준이 없었던 초과이익이란 화두는 상반된 토양에서 자라온 노동자들을 소모적인 싸움으로 내모는 꼴입니다. 사회적 합의 없는 설익은 규제론이 남긴 것은 상생이 아닌 현장의 깊은 갈등과 억울함뿐입니다.
박이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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