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타공항 7000명 밤새 고립…한국인 여행객도 발 묶여
히가시오지마 오전 7시 출발…고속도로 막혀 침수된 농로 따라 공항으로
지바현 사망 4명·심폐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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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일본에 입국한 한국인을 포함한 여행객 수천 명이 나리타공항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밤을 보냈다는 소식이 들어온 뒤였다.
평소라면 도쿄 동부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지바현을 가로질러 나리타공항으로 가는 길이다. 그러나 이날 길은 달랐다.
전날 밤 지바현을 덮친 기록적인 폭우가 도쿄와 일본의 관문인 나리타공항을 잇는 도로와 철도를 곳곳에서 끊어놓았다.
히가시오지마를 떠난 지 한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지바 북부의 풍경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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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에서 밀려난 차량들이 하나둘 일반도로로 들어갔다.
내비게이션은 새로운 길을 찾고 또 찾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화면에 나타난 나리타공항행 경로는 간선도로가 아니었다.
논과 밭 사이의 좁은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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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를 넘어서자 전날 밤 지바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가 차창 바로 밖에 나타났다.
도로 옆 논이 물에 잠겨 있었다.
논과 배수로의 경계가 사라진 곳도 있었다. 흙탕물이 농경지를 덮었고 풀은 한 방향으로 쓰러져 있었다. 논 한가운데는 회색 하늘이 비칠 만큼 넓은 물웅덩이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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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 승용차 뒤 젖은 아스팔트 위에는 붉은색 비상삼각대가 세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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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분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차량이 나타났다.
좁은 농로 가장자리에 차들이 멈춰 있었다. 뒤따르던 차량은 한 대씩 속도를 줄여 옆으로 빠져나갔다.
밤사이 지바 곳곳에서 도로가 물에 잠기면서 차량 침수와 고립이 잇따랐다. 실제로 이번 폭우 사망자 가운데 일부도 침수된 도로나 자동차 안에서 발견됐다. 지바현은 이날 오전 8시38분 현재 4명이 숨지고 1명이 심폐정지 상태이며 1명이 실종됐다고 발표했다.
'공항으로 가는 길'이라기보다 수해 현장을 가로지르는 길이었다.
오전 9시께 송전철탑 아래에서는 노란색 굴착기가 움직이고 있었다.
진흙과 쓰러진 풀을 걷어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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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차 한 대가 겨우 빠져나갈 만큼 좁은 구간도 있었다.
속도를 줄이자 젖은 흙과 풀 냄새가 올라왔다.
비는 거의 그쳤다.
하지만 수해는 끝나지 않았다.
차창 왼쪽으로 물에 잠긴 논이 계속 이어졌다. 어떤 논은 농경지라기보다 작은 호수처럼 보였다. 흙탕물 위로 풀과 흙덩이만 드문드문 솟아 있었다.
그 뒤에는 주택이 있었다.
공장과 창고도 있었다.
송전철탑과 전신주 사이로 평소의 지바 농촌 풍경과 폭우가 휩쓸고 간 흔적이 교차했다.
나리타로 가까워질수록 도로 자체가 하나의 긴 수해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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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바시 등에서는 단시간에 기록적인 비가 쏟아졌고 최고 단계인 레벨5 폭우 특별경보가 내려졌다. 기상 당국은 지바시와 사쿠라시의 3시간 강수량이 각각 187㎜와 158.5㎜로 관측 사상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지바시에서는 평년 8월 한 달 강수량을 훨씬 웃도는 비가 불과 몇 시간 사이 쏟아졌다.
폭우는 단순히 도로만 끊은 것이 아니었다.
철도와 버스가 동시에 멈추면서 일본의 대표적 국제관문인 나리타공항 자체가 거대한 임시 숙박시설로 변했다.
14일 새벽 나리타공항 터미널에는 약 7000명이 발이 묶였다.
오전 5시51분 보도 기준으로도 약 6600명이 터미널에 남아 밤을 새웠다. 공항 측은 이들에게 침낭 등을 나눠줬다. 다른 집계에서는 전날 밤부터 약 7000명이 귀가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항에 비행기는 도착했다.
하지만 비행기에서 내린 뒤 갈 곳이 없었다.
도쿄로 들어가는 철도와 버스가 잇따라 멈췄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는 한국에서 나리타로 들어온 여행객들도 포함됐다.
다만 나리타공항이나 일본 당국은 이날 오전 현재 공항 체류객 약 7000명의 국적별 인원을 공개하지 않아 한국인이 정확히 몇 명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나리타공항은 인천·부산 등 한국 주요 도시와 항공편이 집중된 일본의 대표적인 한일 항공 관문이다. 전날 한국에서 입국한 여행객들 역시 도쿄로 이동하지 못한 채 공항에서 밤을 보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국 외교당국도 일본 체류 국민들에게 현지 기상과 교통 상황을 확인하고 안전에 유의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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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세이 나리타 스카이액세스선은 첫차부터 운행을 재개했지만 운행 횟수가 줄었다. 다른 철도 노선에는 운행 중단이 남아 있었고 도로 역시 일부 구간이 계속 통제됐다.
항공사들도 공항으로 이동하기 전 철도와 도로 상황을 확인할 것을 승객들에게 요구했다. 제트스타재팬은 이날 오전 6시25분까지 갱신한 공지에서 폭우로 철도 운휴와 도로 통제가 이어지고 있으며 일부 항공편도 결항됐다고 밝혔다.
지바현 전체의 교통 혼란은 나리타공항에 그치지 않았다.
현내에서는 약 1만명의 귀가 곤란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JR 소가역 주변에만 약 4000명이 발이 묶이자 지바현 지사는 이날 오전 5시 자위대에 재해파견을 요청했다.
육상자위대는 오전 6시45분부터 대형버스와 마이크로버스를 투입해 소가역 주변의 귀가 곤란자들을 임시 체류시설인 지바현 문화회관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오전 9시를 넘긴 나리타공항행 도로에서는 이런 발표보다 수해 흔적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또 물에 잠긴 논이 나타났다.
이번에는 물의 면적이 더 넓었다.
논인지 웅덩이인지 쉽게 구분하기 어려웠다.
물이 빠지지 않은 농경지 너머로 공장과 창고가 서 있었다. 도로 가장자리에는 물살에 눕혀진 풀과 진흙이 쌓여 있었다.
앞차가 멈췄다.
반대편에서 차량이 들어오고 있었다.
한쪽이 비켜서야 했다.
몇㎞ 앞에 나리타공항이 있는지를 보는 것보다 다음 도로가 열려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이 먼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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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오지마를 출발한 지 거의 3시간이 됐지만 나리타공항으로 가는 길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차 앞에는 나리타를 향하는 자동차들이 줄지어 있었다.
차창 밖에는 물에 잠긴 논이 펼쳐져 있었다.
도로 가장자리에는 움직이지 못한 자동차가 남아 있었다.
조금 전 지나온 송전철탑 아래에서는 굴착기가 진흙을 걷어내고 있었다.
전날 한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일본에 들어온 수천 명의 여행객들은 나리타공항에서 밤을 보냈다.
그리고 날이 밝은 뒤 그들을 만나러 공항으로 들어가는 길조차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14일 아침, 도쿄에서 나리타로 가는 길은 도로가 아니라 하나의 긴 수해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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