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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마음속에 살아 있다”…70여 년 기다린 미군 남매에 한·미 “마지막 한 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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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8. 08.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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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부-미 국방부, 유해 발굴·유가족 예우 MOU…미수습 미군 7359명 성조기 캠페인
한국전쟁 실종 장교의 남매 "70여년 지나도 답 기다려"
DMZ 미수습 사례 20건 첫 조사목록에…북한 지역 수색 대비 확대
우주항공박물관
국가보훈부가 7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전략공군사령부항공우주박물관에서 한국전·냉전 전쟁포로·실종자 가족을 위한 만찬을 주최하고 있다./(오마하) 하만주 특파원
한국전쟁 당시 북한 상공 야간 임무 중 실종된 미군 해럴드 다운스 중위의 아들 릭 다운스와 딸 도나 녹스는 7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아버지를 기다려온 가족의 70여년을 전했다.

당시 세 살이었던 릭은 "아버지는 머릿속보다 마음속에서 더 많이 기억한다"고 했고, 아버지 실종 한 달 반 뒤 태어난 도나는 "가족에게 결코 아물지 않는 상처가 남았다"고 말했다.

이날 국가보훈부와 미국 국방부(전쟁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efense POW/MIA Accounting Agency·DPAA)은 전쟁포로·실종자 유해 발굴과 유가족 예우·지원을 위한 국제보훈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보훈부는 유해를 아직 수습하지 못한 미군 7359명을 기억하는 '7359, 끝까지 찾아야 할 성조기' 캠페인도 추진한다.

한국전쟁 실종 남매
한국전쟁 당시 북한 상공 야간 임무 중 실종된 미군 해럴드 다운스 중위의 아들 릭 다운스(오른쪽 세번째)와 딸 도나 녹스(두번째)가 국가보훈부가 7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전략공군사령부항공우주박물관에서 주최한 한국전·냉전 전쟁포로·실종자 가족을 위한 만찬에서 강윤진 국가보훈부 차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오마하) 하만주 특파원
◇ 한국전쟁 실종 미군의 남매, 어머니가 전한 아버지 기억으로 70여 년 기다림

릭은 아버지가 사라졌을 당시 세 살이었다. 그는 "기억이 있을 수도 있지만 강하지는 않다"며 아버지를 직접 기억하기보다 어머니가 들려준 이야기와 사진·편지를 통해 알아갔다고 말했다. 부모는 서로 매우 사랑했고, 어머니는 자녀들에게 끊임없이 남편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아버지를 우리 기억 속에 살아 있게 했다"고 릭은 회고했다.

아버지는 당시 26세, 어머니는 25세였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잠시 복무했던 다운스 중위는 미시간대를 졸업한 뒤 첫 직장에 들어갔지만, 출근 첫날 예비군 재소집 통보를 받았다. 릭은 아버지가 소식을 듣고 "연필도 아직 깎지 못했다"고 말했다는 가족의 기억도 전했다. 이후 그는 다시 훈련을 받고 한국으로 향했다.

도나에게는 직접 기억할 아버지조차 없었다. 그는 "아버지가 실종된 지 한 달 반 뒤 태어났다"며 어머니가 들려준 이야기를 통해 아버지를 알았다고 말했다. 가족은 다운스 중위가 전사자가 아니라 실종자로 분류됐기 때문에 오랫동안 그가 어느 날 집 문 앞에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도나는 "계속 희망하고 기다렸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희망은 희미해졌다"며 "아버지를 그리워했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 끝맺음(closure)을 얻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 안에는 정말 결코 아물지 않는 상처가 남았다"고 말했다. 릭도 "어머니가 가장 힘들었다"며 남편이 실종된 뒤 어린 두 자녀를 키우며 삶을 다시 시작해야 했다고 했다.

다운스 중위는 B-26 인베이더 폭격기에 탑승해 북한 상공에서 야간 임무를 수행하다 실종됐다. 도나는 당시 조종사와 항법사가 살아남아 포로가 됐고, 전쟁이 끝날 때까지 억류됐지만, 가족은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끝내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가족은 당시 생존자들이 다운스 중위가 사망했다고 말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남매가 성장한 뒤 이들을 직접 찾아가 확인하자 생존자들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다운스 중위가 살아남았는지 알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미 실종 가족 만찬
국가보훈부가 7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전략공군사령부항공우주박물관에서 한국전·냉전 전쟁포로·실종자 가족을 위한 만찬을 주최하고 있다./(오마하) 하만주 특파원
◇ 부친 생사 확인 못한 남매, 북한까지 방문…"한국은 우리 가족의 큰 부분"

아버지의 실종은 남매와 한국을 70여년 동안 이어놓았다. 릭은 "한국은 우리 가족의 큰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가 왜 그곳에서 희생돼야 했는지'를 생각해 왔지만, 오늘날 대한민국 국민이 누리는 성공과 자유, 행복을 보면서 "무언가 좋은 것이 그 일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오늘 저녁 이곳의 모든 사람처럼 여전히 답을 찾고 있다"며 "불행히도 우리 대부분의 답은 북한 안에 있다"고 말했다.

남매는 답을 찾기 위해 북한도 방문했다. 도나는 "우리 둘 다 북한에 가봤다"며 아버지가 실종된 곳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에서 부친과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릭은 미국과 대한민국, 북한 사이에 대화가 이뤄져 북한 지역에서 실종자 수색 임무를 수행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그는 부친이 탑승했던 항공기의 추락 지점을 찾는다면 현지에서 당시 상황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도나도 "살아서 돌아오는 것이 가장 좋았겠지만, 이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어떤 답이라도 얻고 싶다"며 유해가 발견된다면 아버지의 마지막 순간을 규명할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전쟁
국가보훈부가 7일(현지시간) 한국전·냉전 전쟁포로·실종자 가족을 위한 만찬을 주최한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전략공군사령부항공우주박물관 내에 한국전쟁 관련 전시물이 설치돼 있다./(오마하) 하만주 특파원
◇ 한국 보훈부, 전쟁·냉전 전시관서 유가족 500여명 위로…한·미, 7359명 '마지막 한 분까지'

남매가 이 같은 사연을 전한 장소도 이날 행사의 성격과 맞닿아 있었다. 국가보훈부는 MOU 체결 뒤 오마하 전략공군사령부항공우주박물관에서 전쟁포로·실종자 가족 500여 명을 초청해 위로 공연과 만찬을 열었다.

위로 만찬장은 전쟁과 냉전의 역사를 간직한 곳이었다. 대형 군용기 사이에 유가족 500여 명을 위한 식탁이 마련됐고, 기존 전시 공간에는 한국전쟁 참전용사 관련 자료와 서울·인천 등을 가리키는 이정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도쿄 공습' 전시물이 함께 보였다. 전시 군용기 아래 마련된 무대에서는 서초교향악단이 미군과 한국군의 군가를 조합·변주한 곡과 한국 전통음악, 클래식 등을 연주했다. 한복을 입은 연주자의 가야금 독주도 이어졌다.

강윤진 국가보훈부 차관은 만찬에서 한국 대표단이 서울에서 오마하까지 직접 찾아온 것은 전쟁포로·실종자 가족에게 대한민국 국민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강 차관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5일 한·미 전사자 유해 상호봉환식에서 오랜 세월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영웅들을 고국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살아남은 우리의 역사적 책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어 강 차관은 이날 체결한 MOU를 통해 한·미 양국이 "자국의 용사뿐만 아니라 동맹국의 용사까지 끝까지 찾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자"고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보훈부는 실종자·전쟁포로 가족을 한국으로 직접 초청해 전적지와 관련 장소를 방문하는 프로그램도 시작할 계획이다. 강 차관은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6년이 지났지만,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희생한 미국의 영웅 7359명이 아직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며 '어떤 영웅도 남겨두지 않는다(No Hero Left Behind)'는 캠페인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강 차관은 이날 오후 오마하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한국전·냉전(Korea and Cold War·KCW) 연례회의에서 이번 MOU가 세 가지 약속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이 실종자와 전쟁포로의 희생을 잊지 않고, 가족의 아픔에 공감하며 지원을 이어가고, 끝까지 영웅을 찾아 가족에게 돌려보내겠다는 약속이다. 그는 "든든한 한미동맹"과 양국이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이를 계속 지켜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보훈부에 따르면 한국전쟁에는 미군 178만9000명이 참전해 3만6574명이 전사했으며 7359명은 아직 유해를 수습하지 못했다.

'끝까지 찾아야 할 성조기' 캠페인은 2020년 시작한 국군 전사자 대상 '122609 끝까지 찾아야 할 태극기' 캠페인을 미군으로 확장한 것이다. 태극기 배지는 발굴된 전사자 유해를 모시는 나무상자에 입히는 태극기 형상을 바탕으로 제작됐으며 미군용 배지도 같은 방식으로 성조기 형상을 적용한다. 보훈부는 총 7359개 배지에 일련번호를 부여해 유족과 미국 국민에게 배포하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미국 측과 논의할 예정이다.

한미 실종자 mou
강윤진 국가보훈부 차관(왼쪽)과 켈리 맥키그 미국 국방부(전쟁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efense POW/MIA Accounting Agency·DPAA) 국장이 7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한국전·냉전(Korea and Cold War·KCW) 연례회의에서 서명한 국제보훈협력 양해각서(MOU)를 들어보이고 있다./(오마하) 하만주 특파원
◇ 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 DMZ 미수습 20건 첫 조사목록에…지뢰·불발탄 넘어 수색 준비

가족들의 기다림을 실제 수색으로 연결하기 위한 비무장지대(DMZ) 발굴 준비도 구체화되고 있다. 이날 KCW 연례회의의 '비무장지대(DMZ) 전략' 패널 대담에서 다운 베리 DPAA 인도·태평양 연구 책임자는 DMZ가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베리 책임자는 DPAA가 약 2주 전 처음으로 DMZ 관련 미수습 유해 사례 20건(20 BNR·Body Not Recovered)을 마스터 조사 목록에 올렸다고 말했다. DPAA는 개별 지상 손실과 항공기 손실뿐 아니라 대규모 전투에서 발생한 실종 사례까지 함께 조사하고 있다.

베리 책임자는 현재 군사분계선(MDL) 남쪽에서 작업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용이하지만, MDL을 가로지르거나 북한 쪽에 있는 사례도 검토하고 있다며 "북한에 들어갈 수 있게 될 때 최대한 준비돼 있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측 발굴팀이 작업하는 화이트호스힐(White Horse Hill) 인근의 미군 해병대 단좌식 항공기 손실 사례를 향후 2년 안팎에 조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게이브 지니 DPAA 인도·태평양 기획관은 DMZ 수색을 "지난 25년 동안 계획한 임무 가운데 가장 복잡한 것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현장에는 현재 사용되는 지뢰밭과 과거 지뢰밭, 불발탄(UXO)이 남아 있어 DPAA만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없으며 한국군과 한국 측 발굴기관, 유엔군사령부, 한미연합사령부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제러미 스미스 미군 해병대 중령은 DPAA 관계자들이 지난 5월 DMZ 발굴 현장을 직접 살펴봤다며 다음 달 운영 담당 부국장 등 관계자의 추가 방문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릭 다운스가 70여년 동안 기다린 답도 결국 같은 지점을 향하고 있었다. "우리의 답은 북한 안에 있습니다(our answers are inside North Korea)."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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