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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사건 쌓인 경찰, 걸음마 떼는 중수청…檢 미제사건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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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준 기자

승인 : 2026. 09. 30.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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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준 사회부 기자
"지금 쌓인 사건 처리하기도 바쁜데 전문적인 법리 검토 같은 기존 검찰 업무까지 맡아야 해 제 시간 안에 수사를 마무리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취재 현장에서 만난 한 일선 경찰관은 다음 달 2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형사소송법 체계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그 짧은 한마디에는 형사사법체계 대전환을 맞는 현장의 극심한 피로감과 우려가 그대로 녹아 있었습니다.

끝이 아닙니다. 검찰청 폐지에 따라 그동안 검찰에 남아 있던 미제사건이 쏟아져나올 예정입니다. 29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검찰에 쌓인 미제사건은 16만5020건에 이릅니다.

검찰청 폐지 이후에도 90일간 유예기간을 둬 검찰이 기존 사건을 매듭지을 수 있도록 했지만 이 기간 안에 사건을 모두 소화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상당수의 사건이 미완성 상태로 다른 수사기관에 넘어가게 된다는 뜻입니다.

유예기간이 끝나는 내년 1월부터는 경찰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남은 사건을 협의해 나눠 가져야 합니다. 문제는 두 기관 모두 이 막대한 물량을 감당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경찰은 이미 2021년 수사권 조정 이후 고소·고발 사건의 폭증으로 만성적인 업무 과부하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수사 전문인력 자격인 '수사경과'를 자진 반납한 경찰관 역시 올해 633명으로 지난해보다 12% 늘어났습니다. 더구나 경찰이 자체 보유한 장기미제사건만 해도 지난해 기준 463만건에 이릅니다.

새로 출범하는 중수청은 어떨까요. 조직 출범 단계에서 난이도가 높고 복잡한 미제사건들을 덥석 안아 들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입니다. 출범 초기에는 조직 구성과 전산망 구축 같은 기본 인프라를 정립하는 데에도 상당한 행정력이 소모될 수밖에 없습니다. 수사 연속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제사건을 넘겨받을 경우 기록 검토에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전문가들이 두 기관 모두 행정적으로 사건을 기피하는 '대치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입니다.

담당 기관 결정이 지체될수록 사건 이관과 인수인계는 겉돌 수밖에 없습니다. 최악의 경우 피해자가 내 사건이 어느 기관, 누구에게 가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사건 행방불명' 사태는 물론 수사에 대한 민원 대란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미제사건 수사 유예기간이 끝나는 내년 1월까지 남은 시간은 많지 않습니다. 정부와 관계 기관들은 지금이라도 미제사건 이관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기관들을 중재할 조정 협의체를 즉시 가동해야 합니다. 수사기관들의 '폭탄 돌리기'식 대치 속에 국민의 절박한 사건들이 서류함 속에서 잊혀지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입니다.
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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