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스토킹·아동학대·가정폭력 등 범죄별 콘텐츠 제작
|
지난 4일 서울남부구치소 심리치료센터. 상담실 한 켠에 가상현실(VR) 기반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위한 VR기기가 놓여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인지행동치료를 기반으로 수형자가 가상의 범죄 상황을 통해 범죄 유발 요인 등을 자각하고 충동 조절력 등을 높이도록 돕는 심리치료 프로그램이다.
치료사의 안내에 따라 VR기기를 착용하자 눈앞에는 또 다른 공간이 펼쳐졌다. 화면은 지인들과의 저녁 식사 장면을 비췄다. 지인의 여자친구가 합석하자 "남자들 밖에 없는 자리에서 하하 호호거리네. 단둘이 있어도 괜찮게 생각할 거야" 등 가해자의 왜곡된 인식을 보여주는 내면 독백이 이어졌다.
이후 같은 동네에 산다는 이유로 택시를 타고 함께 귀가하자는 제안을 여성이 받아들이자 화면이 멈췄다. VR 속 상담사는 "여성이 동승을 승낙했을 때 당신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스쳤는지"라고 물었다. '나한테 관심이 있으니 같이 타는 거겠지'라는 선택지를 고르자 "여러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자신의 생각을 확신하는 순간 상대의 마음은 확인하지 않게 되고 그때부터는 감정이 상황을 이끌 수 있다"는 나레이션이 이어졌다. 상대의 행동을 일방적 호감이나 성적 관심으로 해석하는 인지 왜곡을 스스로 인식하도록 돕는 것이다.
법무부는 지난달 말부터 서울남부구치소·밀양 구치소 등 전국 11개 기관에서 성폭력·스토킹·아동학대·가정폭력 사범 등을 대상으로 VR 기반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프로그램은 심리치료 대상자 중 고위험군 수형자들에 대한 인식 개선과 문제행동예방을 위해 개발됐다. 수형자들은 본인의 행위를 제3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자신의 행동과 인식이 왜 잘못됐는지를 VR 치료 속 문답을 통해 살펴보게 된다. 이 과정에서 타인에 대한 동의와 경계 등을 학습한다.
현재 개발된 VR 콘텐츠는 성폭력·스토킹·아동학대·가정폭력 범죄 등 유형별로 구분되며 프로그램은 5회기로 각 회기별 15분이 소요된다. 수형자들은 통상 일주일에 1회 주기로 기존 집단 심리치료와 연계해 프로그램을 이수하게 된다. 프로그램은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수형자 392명을 상대로 시범 운영됐으며 해당 프로그램을 병행한 집단이 기존 집단 심리치료만 받은 집단보다 긍정적인 변화를 보였다.
법무부는 향후 프로그램 운영 성과를 지속 분석해 범죄 유형별 콘텐츠를 보완·고도화하는 등 심리치료 체계를 지속 발전해 나갈 계획이다. 서울남부구치소 심리치료센터 관계자는 "심리치료의 가장 큰 목적은 국민의 안전과 재산 보호를 위한 재범 방지"라면서 "30명을 교육해 단 한 명이라도 변화해 사회에 복귀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성과"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