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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석유최고가격제, 유가 묶었지만 변동성 대처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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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연 기자

승인 : 2026. 07. 28.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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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SEOYEON14
아시아투데이 산업1부 이서연 기자
국제유가가 또 한 번 시장의 예상을 뒤집었습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중동 전면전 우려로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미국의 대이란 공습 중단과 긴장 완화 조짐이 나타나면서 하루 만에 8% 가까이 급락했습니다. 브렌트유도 다시 배럴당 90달러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국제유가는 이제 지정학적 변수에 따라 크게 흔들리는 '변동성의 시대'에 들어선 듯 합니다. 기업은 공장을 잘못 돌린 것도, 제품 경쟁력이 떨어진 것도 아닌데 중동의 뉴스 한 줄에 분기 실적 전망이 달라지는 현실과 싸우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은 여전히 유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물가 안정을 이유로 최고가격제를 유지하고 유가가 내려도 재상승 가능성을 이유로 제도를 이어갑니다. 어느 방향으로 움직여도 결론은 연장입니다. 시장이 빠르게 변하는데 정책은 출구전략을 제시하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가 안정을 위한 정책은 필요합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가격을 억누르는 것보다 예측 가능한 원칙입니다. 언제 제도를 도입하고 어떤 조건에서 조정하며 언제 정상적인 가격 체계로 복귀할 것인지 기준이 명확해야 기업도 투자와 생산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원유는 수개월 전에 계약해 들여오고 정제한 뒤 판매하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급등락하면 재고 가치와 원가, 판매가격이 서로 다른 시차로 움직입니다. 여기에 국내 판매가격까지 행정적으로 관리되면 기업은 시장뿐 아니라 정책 변화까지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수입선 다변화나 재고 조절도 현실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원유마다 성상이 달라 정제설비에 맞는 유종을 확보해야 하고 장기계약과 운송 일정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국제유가가 변했다고 원유 도입 구조를 즉시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여기에 최고가격제에 따른 손실보전 역시 회계법인 검증과 정산 절차를 거쳐야 해 보전 규모와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기업이 원하는 것은 예측 가능한 시장입니다. 가격 변동은 시장에서 감내할 수 있지만 정책의 방향까지 예측하기 어려워지면 경영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8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89.9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석유정제·화학 업종 BSI는 57.7에 그쳤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졌던 2009년 2월(54.5) 이후 17년 6개월 만의 최저 수준입니다. 국제유가 변동성과 내수 부진, 정책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업계의 경기 전망은 그만큼 어두워졌다는 의미입니다.

국제유가는 앞으로도 중동 정세와 산유국 정책, 글로벌 경기 흐름에 따라 크게 출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정부가 관리해야 하는 것은 유가 자체보다 변동성에 대응하는 원칙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또 한 번의 최고가격제 연장이 아니라 시장이 납득할 수 있는 출구전략과 명확한 운영 기준입니다. 기업들이 시장보다 정부의 입을 먼저 바라봐야 하는 환경이 계속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정유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이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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