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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걷고 천년을 만나다…화성 서해안이 들려주는 여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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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박희범 기자

승인 : 2026. 07. 1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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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곡항에서 궁평항까지 '바다와 문화유산' 공존
화성에서 만나는 특별한 여름 여행 '푸른 서해'
1-2. 화성 당성의 모습
화성 당성 전경.
여름이면 사람들은 바다를 찾는다. 시원한 바람과 탁 트인 풍경을 기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경기 화성 서해안은 바다만 보고 돌아오기엔 아쉬운 곳이다. 전곡항과 궁평항을 잇는 길목에는 천년의 시간을 품은 산성과 수백 년 세월을 견딘 나무, 그리고 조선시대 삶의 흔적이 남은 전통가옥이 차례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절 여행만으로도 바다와 역사, 자연을 함께 만날 수 있는 드문 여행지다.

화성특례시가 14일 추천한 여행지들은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서해안의 아름다운 바다와 깊은 역사의 숨결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곳들이다.

서해를 품은 천년의 산성, 당성

전곡항에서 차로 5분 남짓 달리면 서신면 구봉산 자락에 자리한 당성이 모습을 드러낸다. 산 정상을 따라 이어진 성곽에 오르면 푸른 서해가 한눈에 펼쳐진다.

당성은 삼국시대 전략적 요충지였다. 백제가 처음 축조한 뒤 고구려와 신라가 차례로 차지하며 군사·행정 거점으로 활용했다. 동시에 중국과 한반도를 잇는 해상교역의 중요한 관문 역할도 맡았다. 오늘날 성벽 위에 서면 천년 전 사신과 상인들이 오갔을 바닷길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이곳은 단순한 유적지가 아니라 살아 있는 역사교육 공간이기도 하다. 현재 화성시는 전문 해설사와 함께하는 '당성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방문자센터에서 디오라마를 통해 당시 역사를 살펴본 뒤 실제 성곽을 걸으며 설명을 듣는 방식이다. 약 30분에서 1시간 정도 소요돼 가족 단위 방문객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다.

1-4. 화성 전곡리 물푸레나무의 모습
화성 전곡리 물푸레나무.
350년 동안 마을을 지킨 전곡리 물푸레나무

당성을 내려와 조금 이동하면 또 다른 시간이 기다린다. 천연기념물인 화성 전곡리 물푸레나무다. 수령 약 350년으로 추정되는 이 나무는 오랜 세월 마을 사람들과 함께해 왔다.

전쟁 이전까지 주민들은 이 나무 아래에서 마을의 평안을 비는 동제를 지냈고, 가뭄이 들면 기우제를 올렸다. 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하는 삶의 중심이었다.

굵은 줄기와 넓게 퍼진 가지가 만드는 짙은 그늘 아래 서 있으면, 자연유산이 단순히 오래된 나무가 아니라 사람들의 기억을 품은 공간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한여름 뜨거운 햇살을 피해 잠시 쉬어가기에도 더없이 좋은 장소다.

1-6. 정시영 고택 사랑채 전경
화성 정시영 고택 사랑채 전경.
궁평항으로 가는 길에서 만나는 조선의 집

바다를 향하는 길에는 조선시대 주거문화도 만날 수 있다. 국가민속문화유산인 정시영 고택은 19세기 초 지어진 양반가옥이다. 50칸이 넘는 규모를 갖췄지만 대문을 측면에 두고 내부가 쉽게 보이지 않도록 설계했다. 집 전체를 감싸는 월(月)자형 구조는 당시 양반가의 공간 구성과 건축미를 보여준다.

불과 가까운 곳에는 정수영 고택이 자리한다. 같은 시대에 지어졌지만 서민 주거문화를 대표하는 초가집이다. '튼 ㅁ자형' 구조로 생활의 편리함을 높였고, 집 안에는 민가에서는 보기 드문 신왕단을 마련해 당시 생활문화와 신앙을 엿볼 수 있다.

두 고택을 차례로 둘러보면 같은 시대를 살았던 양반과 서민의 삶이 어떻게 달랐는지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된다. 건축은 당시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가장 잘 보여주는 기록이라는 사실도 새삼 느끼게 될 좋은 장소다.

바다와 역사가 함께 만드는 여행

화성 서해안은 해양관광지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그 이면에는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이어지는 깊은 역사와 문화가 켜켜이 쌓여 있다.

전곡항과 궁평항에서 바다를 즐기고, 당성에서 천년의 역사를 걷고, 물푸레나무 그늘 아래 잠시 쉬어간 뒤 고택에서 조선의 일상을 만나는 여정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시간여행에 가깝다.

올여름, 서해의 풍경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바다는 풍경이 되고, 문화유산은 이야기가 된다. 화성은 그렇게 여행을 조금 더 깊고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도시다.

정명근 시장은 "화성의 바다와 국가유산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소중한 자산"이라며 "여름휴가와 방학을 맞아 많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화성에서 특별한 추억을 만들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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