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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허가는 안전을 위한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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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 기자

승인 : 2026. 07. 05.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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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주택 진출입로가 산업용 출입구로 변한 의혹
관리·감독 부실 여부 철저히 밝혀야
이철우4
이철우 전국부 기자
국민은 행정기관에 허가권을 맡긴다. 법과 원칙에 따라 위험을 걸러내고, 위법을 감시하며, 안전을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러나 경남 양산시 상북면 신전리 20번지 일대 고철 야적장을 둘러싼 의혹은 그 믿음이 얼마나 허망하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단독주택을 전제로 허가된 국도 진출입로에서 수십 톤의 고철을 실은 대형 화물차가 드나들고 있다. 심지어 일부 부지는 애초 허가 사실조차 없었다는 설명까지 나온다. 사실이라면 이는 단순한 행정 착오가 아니다. 허가 체계 자체가 무력화됐거나 관리·감독이 사실상 방치됐다는 의미다.

단독주택과 산업용 고철 야적장은 교통량과 위험성이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국도 연결 허가 기준이 엄격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허가 목적과 전혀 다른 형태로 시설이 사용됐다면 이는 허가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안전 문제다. 가감차선조차 충분하지 않은 국도에서 대형 화물차가 상시 진출입하는 상황은 언제든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시한폭탄과 다르지 않다. 행정기관이 위험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지 못했다면 그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의혹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주변 임야와 농지까지 사실상 야적장 진출입로와 작업 공간으로 이용됐다는 정황이 제기된다. 개발행위 허가 없는 토지 형질변경, 산지 훼손, 농지 무단 전용 등 관련 법령 위반 가능성도 거론된다. 각각 별도의 행정처분과 법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이 장기간 이어졌다는 점이다. 양산시는 그동안 무엇을 관리했는가. 부산지방국토관리청 김해국토관리사무소는 허가 이후 실제 이용 실태를 단 한 번도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는가. 주민들이 수년간 목격한 상황을 행정기관만 몰랐다는 말인가. 만약 몰랐다면 무능의 문제이고, 알고도 방치했다면 더 심각한 직무유기의 문제다.

이제 와서 "현장을 확인하겠다", "위법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답변은 궁색하다. 행정기관의 역할은 사고가 난 뒤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가 나지 않도록 위험을 미리 제거하는 데 있다.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형식적인 현장 조사 계획이 아니다. 왜 지금까지 방치됐는지,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답이다.

행정의 무관심과 관리 부실은 결국 주민 안전으로 이어진다. 단독주택 진출입로가 산업용 고철 야적장의 출입구로 변질되고, 대형 화물차가 국도를 위협하는 상황이 수년간 지속됐다면 이는 특정 사업장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양산시와 김해국토관리사무소의 관리·감독 체계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했다는 경고다.

대형 사고가 발생한 뒤 책임자를 찾고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는 일은 너무 늦다. 그때는 행정 실패를 인정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양산시와 김해국토관리사무소는 더 이상 원론적인 답변 뒤에 숨지 말아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점검이 아니라 전면적인 진상 규명과 책임 있는 조치다. 행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대가를 주민들이 목숨으로 치르게 해서는 안 된다.
이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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