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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통제로 횡령·배임 줄었지만… 은행권, 대출사기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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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욱 기자

승인 : 2026. 06. 2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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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조작 서류 악용한 사기 급증
금융사고 절반 이상이 외부인 기망
여신심사 전산화·검증 강화 목소리

은행들이 외부 사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허위·조작서류 등 외부인의 기망에 의한 대출 사기가 늘면서 지난해 은행권 금융사고의 절반 이상이 사기 사고로 집계된 가운데, 올해에도 신한·하나·우리·IBK기업 등 주요 시중은행에서도 금융사기 사고가 잇달아 발생했다. 은행들이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최근 수년간 공을 들였던 내부통제 체계가 외부 사기 리스크에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출 사기 사고가 해마다 반복되고 있지만 은행권은 외부 사기를 사전에 완전히 차단하는 데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토로한다. 영업점에서 고객이 제출한 서류의 진위 여부를 일일이 검증하기 어려운 데다, 사기 수법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영업 현장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심사 절차를 전산화하는 동시에, 서류 진위 확인 기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여신심사 시스템 전반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주요 시중은행에서 공시한 사기 금융사고 규모는 200억원에 육박한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22일 47억8500만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는데, 상가 분양가와 담보 가치를 실제보다 부풀린 허위 서류를 바탕으로 은행에서 과다 대출을 받아간 사건이다. 우리은행에서도 지난 16일에 비슷한 수법의 사기 사고가 발생했다. 외부인이 허위 서류를 제출해 대출을 받아낸 사례로, 사고 금액은 40억800만원이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올해 3월에 담보 관련 소유권을 둘러싼 외부인 사기 사고를 각각 공시한 바 있다.

이 같은 사기 사고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은행권 금융사고 현황을 보면 횡령·배임 사고는 감소세를 보인 반면, 금융사기 사고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산업은행을 제외한 18개 시중은행의 2023년~2025년 금융사고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23년 7건이던 은행권 사기 사고는 지난해 91건으로 13배 늘었다. 전체 금융사고에서 사기 사고가 차지한 비중도 지난해 50.8%로 절반을 넘어섰다. 지난해 은행권에서 발생한 금융사고의 절반 이상이 사기 사고였던 셈이다.

피해 규모도 상당하다. 각 은행이 홈페이지에 공시한 10억원 이상 금융사고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외부인에 의한 사기로 인해 발생한 사고액 규모는 2024년 약 123억원에서 지난해 972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 들어서도 현재까지 총 5건의 외부인 사기 사고가 발생했는데, 사고액은 약 178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내부통제 강화에도 외부 사기 사고가 반복되면서 은행 여신심사 체계의 허점이 수백억원대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은행권은 외부인 사기 사고를 내부통제 부실로만 몰아가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외부인이 허위·위조 서류를 제출하거나 감정평가 등 절차를 악용한 경우까지 은행 책임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A 은행 관계자는 "대출 심사는 기본적으로 서류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검토해야 할 서류가 많고 일부 서류는 양식도 통일돼 있지 않아 진위 확인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외부인 사기라는 이유로 은행의 책임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심사역 검토와 현장 실사 등 여신 심사 과정에 여러 검증 절차가 마련돼 있음에도 허위·위조 서류가 그대로 통과됐다면, 내부통제와 여신 심사 체계가 형식적으로 운영된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B 은행 관계자는 "실적 압박이 큰 상황에서 모든 대출 건에 대해 서류 진위 여부를 면밀히 확인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일부 절차는 요식행위처럼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외부 사기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여신 심사 프로세스가 영업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내부통제 체계를 보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성수용 금융감독원 금융교육국 선임교수는 "서류의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한 관련 지침은 이미 마련돼 있는 만큼, 핵심은 해당 규정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라며 "영업점 직원이 모든 서류를 일일이 검증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AI와 API 연계 등 전산 시스템을 통해 사전·사후 검증 체계를 고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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