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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국에 비해 뒤늦게 출발한 팀코리아는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버티고 막고 얻어내며 치열하게 협상한 끝에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계기 한미 정상회담에서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반도체·의약품 등 기타 분야에서도 주요 경쟁국 대비 불리하지 않은 여건을 확보할 수 있었다.
미국의 파고를 건너고 보니 이번엔 EU(유럽연합) 철강 쿼터 규제라는 파도가 몰려왔다. 국제규범에 근거한 통상질서를 옹호해 왔던 EU도 미국의 철강규제, 중국의 과잉공급 사이에 끼여서 기존의 철강쿼터를 절반으로 줄이는 파격적 보호 조치를 취했다. 뒤이어 철강 규제 조치는 영국·캐나다·멕시코 등으로 도미노처럼 번졌다.
다시 팀코리아는 EU와의 철강 쿼터 협상에 전력을 다했고 최근 개최된 한-EU 정상회담에서 FTA(자유무역협정) 파트너이자 주요 투자국인 한국 철강업체들에 경쟁국 대비 우호적인 쿼터를 부여할 것을 요청했다.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도출해 우리 철강 업계의 EU 시장 내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핵심광물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은 미국 등에 대해 핵심광물의 엄격한 수출통제를 도입 및 유예했다. 이는 우리의 공급망에도 리스크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은 잠시 지나가는 통상 마찰이라기보다는 전후 글로벌 경제의 주춧돌을 이뤘던 브레튼우즈와 WTO체제의 틀이 변곡점에 도달해, 혼란스럽지만 새로운 질서로 재편되어 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을 듯 하다. 이러한 질풍노도의 시기에 대한민국 통상호가 지향해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첫째 다변화다. 우리 수출의 약 40퍼센트를 차지하는 중국·미국에 집중된 교역구조를 넘어 아세안·중동·중남미·아프리카 등 글로벌 사우스와의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
최근 APEC·OECD(경제협력개발기구)·WTO(세계무역기구) 등 다자회의 계기에 만난 약 40여개국의 통상장관들은 대부분 국가들간 합종연횡을 통해 새로운 무역협정 파트너를 만들며 불확실한 통상 환경에서 기회를 모색하고 있었다.
정부는 지난 1년여 사이에 영국·말레이시아·세르비아와의 FTA를 타결 했다. 또한 몽골·방글라데시와의 조기 협상 타결을 추진 중이며 이집트·모로코 등 아프리카·브라질·아르헨티나 등 메르코수르 등 신시장과 새로운 협상 개시를 준비 중이다.
CP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 검토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자동차·조선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K-컬처를 기반으로 한 컨텐츠·화장품·음식·패션 등 K-소비재 수요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 등을 통한 역직구 활성화를 통해 이 절호의 타이밍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둘째 미들파워 국가이자 통상강국인 대한민국의 글로벌 리더쉽이 필요하다. 세계 곳곳에서 보호무역주의가 고개를 드는 시점에 무역과 개방을 통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자 제조 강국을 이룬 대한민국의 스토리는 많은 국가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우리나라는 작년 APEC 의장국으로서 공급망·디지털 등 주요 의제를 주도하고 올해 3월 WTO 제14차 각료회의에서는 개혁 조정자 역할을 맡아 다자통상체제 복원을 위한 논의를 이끌었다. 지난해 6월 OECD 각료이사회에서는 부의장국으로서 산업정책 관련 논의를 주도했다. 그간 선진국들의 사례를 배우며 여기까지 왔으나 이제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우리 스스로 개척해 가며 그 경험을 다른 선진국들과 공유하는 위치에 이른 것이다.
셋째 기업의 오른팔로서의 통상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어려운 대외 여건 속에서도 수출은 지난해 7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올해도 역대 최고의 상승세를 보이며 새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 불확실성 하에도 과감한 투자와 기술 혁신, 시장 개척에 나선 기업들과 현장에서 헌신을 아끼지 않은 국민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통상정책의 목적은 협정 체결 그 자체가 아니라 기업의 수출이 늘고 투자가 확대되며 좋은 일자리를 만들며 국부가 창출되는 데 있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이 해외시장에서 겪는 무역장벽과 애로를 적극 해소하기 위해 '한국판 무역장벽보고서'를 매년 만들어 상대국과 문제 해결을 위해 체계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다.
잔잔한 바다에서는 유능한 항해사가 나오지 않는다. 폭풍우가 쳐야 항해술이 발달하는 법이다. 앞으로 대한민국 통상호는 글로벌 통상 질서의 판이 요동치는 혼란과 불확실성 속에서도 새로운 기회 요인을 찾아내어 우리 기업·근로자·국민들께 최대한의 국익을 안겨드리기 위해 계속 항해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