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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뻑쇼’·‘축가’...콘서트, IP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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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혜 기자

승인 : 2026. 06. 02.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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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못지 않은 '이름값'...브랜드 콘서트
흠뻑쇼
매년 여름 개최되고 있는 싸이 '흠뻑쇼'/피네이션
신곡이 없어도 공연장은 매진된다. 새 앨범 활동보다 공연명 자체가 관객을 움직이는 시대다. 싸이의 '흠뻑쇼'와 성시경의 '축가'처럼 특정 계절과 아티스트, 공연명이 하나로 묶인 콘서트는 이제 단순한 단독 공연을 넘어 하나의 공연 IP(지식재산권)로 자리 잡고 있다.

싸이와 성시경은 국내 브랜드 콘서트 흐름을 대표하는 가수로 꼽힌다. 두 사람이 10년 넘게 이어온 공연은 매년 티켓 예매 자체가 하나의 이벤트로 받아들여질 만큼 강한 관객 동원력을 보여주고 있다.

싸이의 '흠뻑쇼'는 2011년 시작된 여름 대표 공연이다. 이 공연이 파는 것은 음악만이 아니다. 물과 열기, 해방감이 공연의 중심에 있다. 관객은 '블루'라는 드레스코드를 맞추고 공연장에 모이며 워터캐논과 대형 무대 연출 속에서 여름 축제에 가까운 시간을 보낸다. 익숙한 형식은 유지하되 지역과 게스트, 현장 분위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다시 찾는 관객도 꾸준하다.

2012년 시작된 성시경의 '축가'는 봄 시즌을 대표하는 공연으로 자리 잡았다. 야외 결혼식장을 떠올리게 하는 무대 연출과 라이브 세션, 계절감을 살린 구성은 이 공연만의 정서를 만들었다. '연세대 노천극장' '5월' '성시경의 라이브'가 매년 반복되면서 '축가'는 봄밤의 야외 공연이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축가'가 상반기를 대표하는 공연이라면 연말 콘서트 '성시경'은 하반기를 마무리하는 성시경의 공연이다. 봄과 겨울, 한 해에 두 차례 공연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는 점에서 성시경의 콘서트 전략은 국내 공연 시장에서도 눈에 띄는 사례다.

성시경
성시경의 '축가'는 봄 시즌을 대표하는 공연으로 자리 잡았다/에스케이재원
'흠뻑쇼'와 '축가'는 가수의 색깔이 공연 형식 안에 분명히 담겨 있는 것이 공통점이다. 싸이는 여름과 물, 집단적인 해방감으로 자신만의 공연을 만들고, 성시경은 봄과 노천극장, 라이브의 정서로 자신의 음악을 계절의 기억과 연결했다. 음악, 계절, 공간, 현장 분위기가 맞물리면서 공연 자체가 하나의 이름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이 흐름은 공연 소비 방식의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과거 콘서트가 새 앨범 활동이나 투어 일정의 연장선이었다면 최근에는 공연 자체가 목적이 되고 있다. 신곡이 없어도 앨범 활동이 없어도 관객은 움직인다. 공연명을 보고 표를 사고, 공연장을 다녀온 경험이 한 해의 계절 행사처럼 남는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을 공연 시장이 가수 중심에서 공연 자체의 경험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옮겨간 결과로 본다. 과거에는 가수의 인기와 화제성이 티켓 판매를 좌우했다면 이제는 공연 자체가 하나의 이름값으로 관객을 움직인다는 분석이다.

박송아 대중문화평론가는 "관객들은 싸이를 보러 가는 동시에 '흠뻑쇼'라는 여름 축제를, 성시경을 보러 가는 동시에 '축가'라는 감성적인 시간을 기대한다"며 "특정 공연명이 하나의 장르처럼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공연은 단발성 이벤트를 넘어 독자적인 문화 IP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브랜드 콘서트가 오래 이어지려면 익숙함만으로는 부족하다. 관객은 매년 같은 이름의 공연을 기다리지만, 매번 완전히 같은 공연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공연의 중심이 되는 색깔은 지키되 무대 구성과 연출, 게스트, 이야기 방식은 조금씩 달라져야 한다.

박 평론가는 "브랜드 콘서트가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복보다 진화가 중요하다. 관객들은 익숙한 만족감을 기대하면서도 매년 같은 공연을 원하지는 않는다"며 "브랜드의 핵심 정체성은 유지하되 무대 구성, 기술 연출, 게스트, 서사 등은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성공적인 브랜드 콘서트는 관객에게 예상했던 만족과 예상하지 못했던 감동을 동시에 제공한다. 결국 브랜드를 유지하는 힘은 반복이 아니라 매년 새롭게 축적되는 경험에 있다"고 평가했다.
이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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