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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이 본 한일회담…“트럼프·중동위기 속 협력밖에 선택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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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 도쿄 특파원

승인 : 2026. 05. 20. 09:55

日언론, 의전보다 국제정세 주목…에너지안보·국내정치 이해 맞물려 韓日접근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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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이재명 대통령의 19일 경북 안동 한일 정상회담을 두고 일본 언론들은 "한일이 좋아져서가 아니라,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국제정세가 됐다"는 쪽에 무게를 뒀다./사진=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이재명 대통령의 19일 경북 안동 한일 정상회담을 두고 일본 언론들은 "한일이 좋아져서가 아니라,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국제정세가 됐다"는 쪽에 무게를 뒀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회담 분석 기사에서 "예측불능의 트럼프 미국 정권이 동아시아 관여를 줄일 수 있다는 불안과 이란 정세에 따른 에너지 위기 대응이 한일을 가깝게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마이니치신문도 중동 정세 혼란과 중국과의 관계 악화 속에서 지역 안정을 위해 한국과의 연계를 강화하려는 다카이치 총리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외교력을 보여주려는 이 대통령의 이해가 맞아떨어졌다고 분석했다.

한국 입장에서 이번 회담은 이 대통령의 고향 안동에서 열린 정상 외교 이벤트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일본 쪽 시선은 조금 다르다. 일본 언론은 의전보다 구조를 보고 있다. 일본 총리가 이 대통령의 고향을 찾고, 한국 측이 '준국빈'급으로 예우한 장면은 한일관계 개선의 상징이지만, 그 배경에는 미국·중동·중국이라는 세 개의 불안 요인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양국 정상은 올해 1월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 나라에서 회담한 데 이어 이번에는 이 대통령의 고향 안동에서 만났다.

아사히신문은 이번 회담을 두고 "혼미한 국제정세 속에서 한일이 상대적으로 가까워지고 있다"고 썼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한일은 지금 '협력할 수밖에 선택지가 없다'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한국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한 부분이다. 이는 일본이 이번 회담을 과거사나 양국 감정의 틀이 아니라, 국제질서 재편 속 실용적 접근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동아시아 관여 축소 가능성, 미·중 갈등, 이란 정세 악화와 호름스 해협 불안이 한일을 같은 방향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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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9일 정상회담장인 경북 안동 한 호텔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日언론이 가장 주목한 것은 에너지 안보
일본 언론이 가장 크게 다룬 성과는 에너지 협력이다. 요미우리신문과 아사히신문은 한일 양국이 원유 조달과 석유제품, 액화천연가스(LNG) 융통 등 에너지 분야 협력을 심화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일 모두 호름스 해협 불안이 장기화하면 산업과 물류에 직접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본 쪽에서는 한국의 정제능력과 석유제품 공급 여력, 일본의 원유 조달망과 금융지원 틀을 결합할 여지가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다카이치 총리는 회담 후 "세계 전체가 불안정해지는 가운데 한일 정상이 긴밀하게 의사소통하는 것은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도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파트너로서 다양한 현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에너지 공급망 강화를 위한 정책대화 설치에도 합의했다. 일본 언론이 주목한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한일관계 개선의 추상적 표현이 아니라, 원유·LNG·석유제품이라는 실제 산업 기반의 협력이 정상회담 의제로 올라왔다는 점이다.

다만 일본 언론은 장밋빛 평가만 내놓지는 않았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구체적인 협력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할 수 있는 일을 서로 생각해 나간다"는 신중론도 전했다. 이번 합의가 당장 원유나 석유제품 물량을 정해 주고받는 단계는 아니라는 뜻이다. 에너지 협력은 방향은 잡혔지만, 실제로 어느 품목을 어떤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융통할지, 민간 정유사와 정부가 어떤 역할을 나눌지는 앞으로 채워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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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장 입장하는 한일 정상/사진=연합뉴스
◇안동 무대, 日은 한국국내정치 계산도 주목
마이니치신문은 여기에 이 대통령의 국내 정치적 계산도 덧붙였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이 대통령에게 이번 회담은 에너지 안보 성과와 지방 중시 이미지를 동시에 보여줄 기회였다는 분석이다. 안동이라는 장소 자체가 단순한 의전 무대가 아니라, 이 대통령이 자신의 고향에서 일본 총리를 맞이하며 외교력과 지역성을 동시에 부각한 정치적 공간이었다는 것이다.

반면 다카이치 총리에게는 중동 위기와 중국 변수 속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지역 안정에 기여한다는 메시지를 낼 수 있는 자리였다. 마이니치신문은 중동 정세 혼란과 중국과의 관계 악화로 앞날이 불투명한 가운데, 한국과의 연계로 지역 안정을 도모하고 싶은 다카이치 총리와 외교 성과를 국내에 보여주려는 이 대통령의 의도가 일치했다고 해석했다. 한일관계 개선이라는 외교적 명분과 양국 정상의 국내 정치적 필요가 맞물렸다는 시각이다.

결국 일본이 본 안동 한일회담의 핵심은 "친밀감"보다 "필요성"이다. 일본 언론은 두 정상이 웃으며 악수한 장면보다, 왜 지금 한일이 가까워질 수밖에 없는지를 더 중시했다. 미국의 역할은 불확실해지고, 중동발 에너지 위기는 현실화하며, 중국과의 경제안보 갈등은 장기화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한일은 서로를 외면하기 어려운 전략적 이웃이 됐다.

한국 독자들이 이번 회담에서 읽어야 할 일본 측 인식도 여기에 있다. 일본은 이번 회담을 과거사 갈등을 덮은 화해 이벤트라기보다, 불안정한 국제질서 속에서 한일이 서로를 '위기 때 필요한 협력 파트너'로 다시 계산하기 시작한 장면으로 보고 있다.
최영재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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