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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의 경우 자율주행 중 발생한 사고 책임의 주체가 모호해 시장 출시가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레벨4는 안전성 검증과 생산비용 측면의 문제로 일반 소비자 판매보다는 로보택시 등 시범운행 기반의 교통서비스에 적용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완성차 업계는 운전자가 운전 주도권을 가지는 레벨2 운전자제어보조장치 기술의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운전자제어보조장치는 '운전자의 운전조작을 보조해 자동차가 지속적으로 종방향 및 횡방향 주행을 제어할 수 있는 장치'로 정의하고 있으며 자동차의 속도와 조향 등을 지속적으로 보조하되 운전자의 주도권을 유지하도록 한다.
이러한 기술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UN유럽경제위원회(UNECE) 산하 WP.29(자동차 기준 국제조화포럼)에서는 운전자제어보조장치에 대한 국제기준(UN Regulation 171)을 2025년 9월 개정했다. 운전자제어보조장치는 고속도로에서 운전자가 전방 주시를 하고 있을 경우 핸들에서 손을 뗀 상태에서 자동차가 차로를 유지할 수 있고 핸들에 손을 올린 상태에서 차로변경까지 가능하다. 향후에는 국제기준의 개정을 통해 더욱 고도화된 레벨2 자율주행 기능 구현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운전자제어보조장치 장착을 위해서 자동차 제작사는 국제기준에 따라 안전정책 수립, 위험관리, 안전보증, 안전협력체계 구축, 공급관리, 모니터링 절차 수립 및 프로그램 구축 등 안전관리체계(SMS)를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 또한 운행 단계 안전관리를 위해 해당 기술이 적용된 자동차의 운행상황을 모니터링해 사고 발생 시 정부 등에 즉시 보고하고 해당 사고를 조사해 개선조치를 하는 사후관리(ISMR) 의무가 있다.
최근 테슬라의 'FSD(Full Self Driving)'는 네덜란드에서 운전자제어보조장치 국제기준에 관한 형식승인(신기술 특례 등)을 획득했다. 자동차 인증제도는 유럽 등 대부분의 국가가 운영하는 형식승인 제도와 한국, 미국 등이 운영하는 자기인증 제도로 나눌 수 있다. 국제기준은 형식승인 제도에 적용하는 기준이므로 자기인증을 적용하는 우리나라는 국제기준의 관리체계 등을 그대로 도입하기 곤란한 측면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운전자제어보조장치 국제기준의 도입 단계에 있기 때문에 한-미 FTA 대상 일부 모델을 제외한 대부분의 테슬라 차량에는 FSD의 적용이 제외돼 있다. 이에 일부 차량 소유자들이 FSD 무단 해제를 시도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소비자의 안전을 위해서 국내 안전관리 제도의 도입·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지난해부터 해당 국제기준의 국내 도입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형식승인 제도에 맞는 국제기준의 단순한 수용 이상으로 운전자제어보조장치의 정의, 안전기준, 자동차제작자의 준수사항 및 소비자 제공 안전정보 등을 명확하게 반영하는 법·제도 전반의 정비가 필요하다. 또한, 우리나라 자기인증 제도에 적합하도록 운전자제어보조장치의 안전성 시나리오 검증체계를 마련하고,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을 위한 시스템 구축도 병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자동차제작자의 사전 SMS를 점검해 완성차 기업의 안전경영 수준 향상을 유도하고, 운행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위험요인을 관리하는 데이터 기반의 ISMR을 체계적으로 수행할 계획이다.
운전자제어보조장치 안전관리 제도의 도입은 우리나라의 고도화된 레벨2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를 통해 시장성과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어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의 자동차산업 전환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를 통해 레벨3 이상의 자율주행 기술 대응력 향상은 물론 반도체, 센서, 소프트웨어 등 관련 산업 생태계의 성장을 촉진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중장기적으로는 데이터 수집·분석 기반 위험요인 관리 중심의 사고예방 체계로 교통안전 패러다임이 전환돼 사회적 안전수준도 강화될 전망이다.
향후에도 자율주행, AI 등 자동차의 기술발전에 발맞춰 지속적인 법·제도의 개선을 통해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자동차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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