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역대급 호황인데 삼성 노조 총파업 초읽기…“생태계 외면한 자기 몫 챙기기”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2.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513010003264

글자크기

닫기

세종 김남형 기자

승인 : 2026. 05. 13. 19:49

사후조정 결렬에 21일부터 18일간 파업 예정
반도체 호황 속 성과급 상한 폐지·15% 배분 요구…"기업별 교섭의 민낯"
삼성전자 노사, 사후조정 결렬
삼성전자 대표교섭위원인 김형로 부사장(오른쪽 사진)과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왼쪽 사진)이 13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2026년 임금협약 체결을 위한 2차 사후조정이 결렬된 후 각각 협상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사 사후조정이 끝내 결렬되면서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반도체 업황이 역대급 호황을 맞이한 시점에 생산 차질을 감수한 파업 카드가 등장한 것부터 아이러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조가 고용불안이나 임금체불이 아닌 성과급 상한 폐지와 영업이익 배분 확대를 명분으로 총파업 카드를 꺼내 들면서, 고임금 대기업 노조의 자기 몫 챙기기라는 비판도 커질 전망이다.

중앙노동위원회는 13일 삼성전자 노사 사후조정이 결렬됐다고 밝혔다. 중노위는 삼성전자 노사를 상대로 사후조정을 진행했지만 성과급 재원 기준과 명문화 여부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오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 간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쟁점은 초과이익성과급(OPI) 산정 방식이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삼고 성과급 상한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이를 단체협약 등에 명문화해 매년 성과급 산정 기준을 둘러싼 논란을 끊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사측은 영업이익 10% 수준의 안을 제시하면서도 성과급 산정 방식을 제도화하는 데는 난색을 보였다. 대신 업계 1위 수준의 성과를 낼 경우 특별 보너스를 통해 경쟁사 이상의 보상을 지급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내놨다.

성과급 산정 기준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것 자체는 노동자의 권리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총파업이라는 강한 수단으로 회사 이익 배분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투자은행(IB) JP모건은 파업 시 삼성전자의 타격 규모가 최대 40조원에 달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반도체 산업은 협력업체와 공급망, 소액주주, 국민연금, 지역 인프라까지 얽혀 있어 성과를 회사 내부 구성원만의 몫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계 내부에서도 이번 파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전통적 노동운동은 개별 사업장 조합원의 이익뿐 아니라 하청·협력업체 노동자, 비정규직 등 더 취약한 노동자와의 연대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삼성전자 노조의 요구는 성과급 산정 기준과 상한 폐지에 집중돼 있어 노동운동이 강조해온 연대와 평등의 가치와 거리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덕호 성균관대 교수는 "지금은 과연 우리가 이야기하는 전통적 의미의 노동조합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노동조합의 취지는 이미 퇴색됐고, 이제는 이익단체 성격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노노갈등도 총파업의 명분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반도체 부문 성과급 요구를 중심으로 교섭이 진행된다는 불만 속에 일부 노조는 공동 대응에서 이탈했다. 총파업이 추진되더라도 삼성전자 전체 노동자의 단일한 요구인지, 특정 부문 중심의 이해관계인지에 대한 논란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법원 판단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날 수원지법에서는 삼성전자 노조의 쟁의행위를 금지해달라는 사측의 가처분 신청 2차 심문이 예정돼 있다. 가처분이 인용될 경우 노조의 파업 동력은 약화될 수 있지만, 기각될 경우 사측의 법적 제동 시도가 힘을 얻지 못하면서 파업 수순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 이 경우 생산 차질 우려가 커지면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여부도 다시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김 교수는 이번 갈등이 기업별 교섭 구조의 한계를 드러냈다고도 진단했다. 그는 "이게 기업별 교섭의 민낯"이라며 "산업 생태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기업별 교섭을 해온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교섭 방식이 이번 기회를 통해 생태계 전체를 생각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김남형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