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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란 종전 답변 “완전 용납불가”…핵·호르무즈 이견에 협상 좌초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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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5. 11. 08:30

이란, 전쟁 중단·제재 해제·해상봉쇄 종료·전쟁 피해 보상 요구
WSJ "핵시설 해체도 거부"
미국, 핵 프로그램 제한·호르무즈 통항 보장 선제 압박
이란, 20년 농축 유예보다 짧은 기간 역제안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과 그의 아들 에릭 트럼프(왼쪽), 그리고 래리 글릭 트럼프그룹 전략개발 담당 임원이 9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스털링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마덴 LIV 골프 대회를 관람하고 있다./A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이란이 파키스탄 중재로 전달한 종전 협상 답변을 "완전히 용납할 수 없다(TOTALLY UNACCEPTABLE)"고 일축하면서 10주째 이어지는 이란전쟁 종식을 위한 30일 협상 개시 양해각서(MOU) 체결 논의가 다시 좌초 위기에 빠졌다.

미국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 제한과 호르무즈 해협 통항 보장을 선제 조건으로 요구했지만, 이란은 전쟁 중단·제재 해제·미국의 해상봉쇄 종료를 우선 조건으로 내세우면서 양측이 서로의 최근 종전안을 동시에 거부하는 '쌍방 결렬'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양측이 종전 순서와 이란의 핵물질 처리, 호르무즈 통제권을 놓고 맞서면서 취약한 휴전 유지와 군사 충돌 재개 여부가 향후 협상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 트럼프, 이란 종전 답변 "완전 용납불가" 일축…이슬라마바드 대면 회담 이어 비대면 협상도 결렬 위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 플랫폼 트루스소셜을 통해 "방금 이란의 이른바 '대표들'의 답변을 읽었다"며 "나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완전히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란 국영 IRNA통신은 이날 이란이 미국의 종전 제안에 대한 답변을 파키스탄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답변의 어느 대목이 수용 불가능한지 설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즉각적 거부는 지난달 11~12일 대면 회담에 이어 파키스탄 중재 비대면 협상도 사실상 결렬됐음을 보여준다.

미-이란 협상
J.D. 밴스 미국 부통령(왼쪽)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오른쪽)이 4월 11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의 한 호텔에서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의 중재 하에 종전 협상을 벌이고 있는 모습으로 TV 화면을 캡처한 사진./EPA·연합
◇ WSJ "이란, 핵시설 해체·20년 농축 유예 거부"…타스님 "핵물질 처리 보도 사실 아냐" 반박
이란, 전쟁 피해 보상·제재 해제·호르무즈 주권 요구…미국 선결 조건과 충돌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이 이번 답변에서 핵시설 해체를 거부하면서 고농축 우라늄(HEU) 일부를 희석하고 나머지는 제3국으로 이송하되, 협상 결렬 또는 미국이 추후 합의에서 이탈할 경우 이송 우라늄 반환을 보장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이 제안한 20년 우라늄 농축 유예보다 짧은 기간도 역제안했다고 WSJ는 전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계열 반관영 타스님통신은 핵물질 처리에 관한 WSJ 보도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란 답변의 실질적 요구사항은 핵 문제보다 전쟁 종식 순서에 방점이 찍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모든 전선, 특히 레바논에서의 전쟁 중단을 최우선으로 요구하면서 △ 미국의 대이란 해상봉쇄 종식 △ 30일 동안 이란 원유 판매 제재 해제 △ 해외 동결 자산 반환 △ 대(對)이란 제재 완전 해제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란은 여기에 더해 전쟁 피해 보상과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자국 주권도 명시적으로 강조했다고 로이터와 이란 국영방송 IRIB이 전했다. IRIB는 트럼프의 종전안 자체를 사실상 '항복 요구'로 규정하고 거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종전안은 이란이 핵 프로그램 제한과 호르무즈 통항 보장에 관한 선제적 약속을 먼저 제공하면 이후 30일간의 본격 협상을 개시하는 방식의 MOU 체결이 골자였지만, 이란의 답변은 이러한 선결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WSJ는 짚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국제 사찰관들을 인용해 미국의 초기 공습을 받은 이란 핵시설 2곳에 핵폭탄 제조 가능 수준에 근접한 농축우라늄 약 970파운드(440㎏)가 매몰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이 우라늄에 대해 "너무 깊은 지하에 있어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지만, 이날 공개된 신디케이트 뉴스쇼 '풀 메저(Full Measure)' 인터뷰에서는 "어느 시점에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IRAN-US-ISRAEL-WAR-DAILYLIFE
한 이란 여성이 10일(현지시간) 테헤란 발리아스르 광장의 한 건물에 설치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호르무즈 해협을 언급한 반미 광고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AFP·연합
◇ 트럼프 "47년 게임, 더 이상 비웃지 못할 것"…왈츠 주유엔 미국대사 "공격 재개 준비 확실"
네타냐후 "전쟁 끝나지 않았다"…농축우라늄 제거·핵시설 해체 압박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 용납 불가" 게시글을 올리기 약 2시간 전에도 트루스소셜에 "이란은 47년 동안 미국과 세계 나머지 국가들을 가지고 놀아왔다. 미루고, 미루고, 미룬다(DELAY, DELAY, DELAY!)"고 맹비난하면서 "그들은 더 이상 비웃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2016년 1월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의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체결 직후 유로화·스위스프랑 등 4억달러(5900억원)어치 현금이 이란에 건네진 사실을 재차 거론하며 오바마 행정부를 비판했다.

마이크 왈츠 주유엔 미국 대사는 미국 ABC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적대 행위 복귀 전 가능한 모든 기회를 외교에 부여하고 있다"면서도 이란에 대한 공격 재개 준비가 확실히 돼 있다고 밝혔다.

이란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SNS에 이란이 "절대 적에게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힘으로 국익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 CBS 방송 인터뷰에서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며 이란의 핵 농축시설 해체, 농축우라늄 제거, 대리세력 및 탄도미사일 역량 해소가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농축우라늄 제거의 최선책이 외교를 통한 것이라면서도 '무력에 의한 제거'를 명시적으로 배제하지 않았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이란 국영 IRNA통신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호세이니 하메네이가 이날 카탐 알안비야 중앙사령부 알리 압돌라히 소장과 면담하고 적의 공격에 대응하는 새 군사 지침을 하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WSJ는 하메네이가 전쟁 초기 부친이 사망한 공격에서 부상을 입은 뒤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춘 상태라며, 이러한 최고 지도부의 부재가 이란 측 결정 구조의 불안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호르무즈
선박들이 4일(현지시간) 이란 반다르아바스 인근 호르무즈 해협을 운항하고 있다./로이터·연합
◇ 'UAE·쿠웨이트·카타르 드론 충돌 재발…걸프·레바논 전선 '전쟁도 평화도 없는' 교착
카타르 LNG선, 개전 후 첫 호르무즈 통과…하메네이, 군 신규 전투 지침 하달

4월 8일 시작된 휴전에도 불구하고 걸프 일대에서 드론 공격이 재발하면서 '전쟁도 평화도 없는(no war, no peace)' 교착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카타르 해역에서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발 화물선이 드론 공격을 받아 일시 화재가 발생했고, UAE와 쿠웨이트도 이란 측 드론을 각각 요격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반면 카타르에너지 운영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알카라이티야트(Al Kharaitiyat)가 파키스탄 카심항을 향해 호르무즈 해협을 안전하게 통과했다고 로이터가 해운 분석업체 클플러(Kpler) 자료를 인용해 전했다. 2월 28일 개전 이후 카타르 LNG 선박이 호르무즈를 통과한 것은 처음으로, 파키스탄과 카타르 중재를 향한 이란의 신뢰 구축 조치로 해석됐다.

레바논에서도 4월 16일 미국 중재 휴전 이후 이스라엘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간 교전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스라엘-레바논 최신 회담이 오는 14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시작될 예정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 유가 배럴당 3달러 급등·달러 강세…트럼프, 방중·중간선거·휘발유 가격 삼중 압박
사우디 아람코 "호르무즈 즉시 개방해도 시장 정상화 수개월"

이번 협상 교착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외교 양면의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는 14~15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쟁 장기화는 대중(對中) 외교 일정의 추가 부담 요인이 됐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내 휘발유 가격 급등이 유권자들의 불만을 키우면서 공화당의 의회 다수 유지가 조기 종전 여부와 직결돼 있다. 협상 결렬 소식이 전해지자, 달러화가 주요 통화 대비 강세를 보이고, 국제 유가는 배럴당 3달러 급등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사우디아람코는 호르무즈 해협이 즉시 재개방되더라도 에너지 시장 정상화에는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잭 리드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민주당 간사는 이날 미국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것은 도널드 트럼프의 행동으로 훨씬 악화된 상황이며, 이제 그는 빠져나갈 방법을 찾느라 허우적거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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