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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전쟁 10주, 석유·식량·황산 공급망 동시 압박…중국 황산 가격 1150%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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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5. 10. 08:01

세계 석유 재고 하루 480만배럴 감소…OECD, 6월 '운영 스트레스' 9월 '최저선' 경고
세계 요소 30% 차질·현물가 40% 급등…태국·필리핀 농가 파종 축소
비료·구리·배터리·반도체 공급망 압박
호르무즈
태국 선적 벌크선 마유리나리호가 3월 11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피격돼 화염에 휩싸인 모습으로 태국 해군이 공개한 사진./AP·연합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운송이 막히면서 충격이 원유 시장을 넘어 식량과 황산(sulfuric acid) 공급망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과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9일(현지시간) 전했다.

세계 석유 재고는 3월 1일부터 4월 25일까지 하루 480만 배럴씩 감소했고, 세계 요소(urea) 물량의 30%가 차질을 빚으면서 태국·필리핀·방글라데시·호주 농가의 파종 축소가 이미 시작됐다. 6월 인도·브라질의 요소 주문기 전 운송이 재개되지 않으면 광범위한 수확량 손실과 식품 가격 급등이 코로나19 수준의 경제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경고했다.

◇ 호르무즈 봉쇄, 세계 석유 재고, 사상 최고 속도로 소진…OECD, 6월 '운영 스트레스' 경고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추산에 따르면 3월 1일부터 4월 25일 사이 세계 석유 재고는 원유 약 60%·정제유 약 40% 등 하루 약 480만 배럴씩 줄었는데, 이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집계한 역대 분기별 최대 감소 폭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JP모건체이스의 나타샤 카네바 글로벌 원자재 리서치 총괄은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재개되지 않을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재고가 다음달 초 '운영 스트레스 수준(operational stress levels)'에, 9월에는 파이프라인·저장탱크·수출터미널이 정상 가동되기 위한 최소량인 '운영 최저 한계선(minimum)'에 도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IEA 공조로 역대 최대 규모인 비상 비축유 4억 배럴 방출이 결정됐으나 미국은 약속한 1억7200만 배럴 가운데 약 7970만 배럴만 방출한 상태이며, 전략비축유(SPR)를 포함한 미국 원유 재고는 4주 연속 감소해 1982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위기에 처해 있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호르무즈
선박들이 4일(현지시간) 이란 반다르아바스 인근 호르무즈 해협을 운항하고 있다./로이터·연합
◇ 요소 공급 차질, 아시아 파종기를 압박…식량농업기구 "6월 전 미해소 시 코로나19급 충격"

WP는 중동 가스전 인프라 파괴로 세계 요소 물량의 30%가 차질을 빚고 있으며, 2월 이후 현물 시장 요소 가격이 40% 급등했다고 시장조사업체 CRU그룹의 프란시 고얄 선임 애널리스트를 인용해 전했다.

세계 최대 비료 생산국인 중국은 자국 농가 공급을 위해 이달부터 요소 수출을 제한했고, 러시아산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 러시아 경제와 우크라이나 전쟁 자금을 지원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WP는 분석했다.

태국 농업장관은 모스크바 출장에서 돌아온 지 2주 만인 이날 러시아산 요소 확보 시도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고 WP는 전했다. 운송 차질로 러시아산 요소가 태국에 도착하기까지 최소 두 달이 소요돼 현 파종 시즌에는 사실상 활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FAO 막시모 토레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6월까지 인도·브라질이 요소 대량 주문에 나서는데 그 전까지 선박 운항이 재개되지 않으면 수많은 국가에서 상당한 수확량 손실이 발생하고, 경제 성장에 미치는 충격은 코로나19 때와 매우 유사한 수준에 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설령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조기 재개되더라도 화물 도착과 시장 안정까지 최소 한두 달이 소요되며, 중동 생산 설비의 가동 중단 기간이 길수록 재가동 기간도 비선형적으로 늘어나는 구조라고 고얄 애널리스트는 분석했다.

아울러 과학자들은 올해 슈퍼 엘니뇨 기후 패턴 발생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어 폭염·가뭄이 수확량에 추가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고 WP는 전했다.

호르무즈
한 이란인이 4일(현지시간) 반미 벽화가 그려진 이란 테헤란의 한 거리를 걷고 있다./EPA·연합
◇ 태국 농가, 파종 포기 속출…필리핀, 경유값 2배 상승에 농민 수익 반토막

태국 중부 수판부리에서 벼농사를 짓는 한 농부는 WP에 19헥타르(㏊)의 농지에서 수확을 마쳤으나 다음 파종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수주간 계산한 결과, 전쟁에 따른 연료·비료·플라스틱 가격 급등으로 파종·수확 비용이 최소 3만3000달러(4836만원)에 달하지만, 8월 수확 후 예상 판매액은 2만2000달러(3224만원)에 불과해 '확정 손실'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태국 농가의 충격은 생산비 상승에 그치지 않았다. 2025년 중동은 태국 쌀 수출의 17%를 차지했고, 이라크는 단일 최대 수출처였지만, 2월 28일 전쟁 발발 당일 방콕항 선박 운항사들이 걸프행 쌀 컨테이너를 배에서 내려 창고로 되돌리라고 한 이후 걸프 지역 선적은 완전히 끊겼다고 추키앗 오파스웡세 태국쌀수출협회 회장이 밝혔다.

말레이시아·필리핀이 일부 물량을 흡수했지만, 충분하지 않아 공급 과잉으로 쌀값이 낮게 유지되면서 태국 농가는 생산비 급등과 판매 가격 하락을 동시에 맞는 이중 충격을 받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앞서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달 28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마닐라 기준 일반 경유 가격은 4월 중하순 ℓ당 123페소(2980원)로 이란 전쟁 발발 전 대비 2배 이상으로 뛰었고, 필리핀 리안의 한 농부는 디젤 구동 농기계 임차 비용이 25% 올라 수익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질소 비료 한 포대 가격도 2600페소(6만3000원)로 수개월 전보다 40% 뛰었으며, 필리핀 노동 인구의 약 5분의 1이 농업에 종사하는 만큼 농가의 생산 축소 결정이 경제 전반으로 파급될 수 있다고 WSJ는 전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앤드루 제프리스 필리핀 담당 국장은 "개발도상국은 선진국과 달리 에너지 공급 충격을 흡수할 소득 여력이 없다"고 진단했다.

미 중부사령부
미군 AH-64 아파치 헬기들이 4월 17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정찰 활동을 전개하는 모습으로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가 18일 엑스(X)를 통해 공개한 사진./AFP·연합
◇ 황산 가격 급등, 비료·구리·배터리·반도체 공급망 압박…중국 가격 1150% 상승

이란전쟁은 황산 공급망도 압박하고 있다. WSJ가 상품 가격 조사기관 아거스 가격 차트와 미국 지질조사국(USGS) 자료를 인용해 이날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2026년 5월 중국 황산 가격은 2024년 5월 대비 약 1150%, 중동산 황 가격은 약 750%, 세계 최대 황산 수입국인 칠레의 황산 가격은 약 230% 급등했으며, 세 품목 모두 전쟁이 시작된 2월 말부터 수직 상승 곡선을 그렸다.

USGS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황 생산에서 중국이 약 23%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약 8%·아랍에미리트(UAE) 약 7.5%·카타르 약 3.5%·쿠웨이트 약 2% 등 중동 4개국의 합산 비중은 약 21%에 달해, 이 두 공급원이 동시에 차단되면서 시장 충격이 증폭됐다.

중국은 식량 안보를 위해 이달 황 수출을 제한했다. 아큐이티 코모디티스의 프레다 고든 이사는 "중국은 비료 가격 안정을 원한다"며 수출 제한 배경을 설명했다.

황산은 인산염 비료 생산, 구리 등 비철금속 침출, 반도체·배터리 제조, 상수도 처리에 이르기까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화학물질이지만, 부식성이 강해 통상 수주치, 많아야 한달치 재고만 유지된다는 구조가 충격을 키우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인도네시아의 황 가격은 전쟁 발발 이후 80% 이상 올랐다. 이에 중동산 황을 주로 쓰는 인도네시아 니켈 광업체들이 전기차(EV) 배터리·스테인리스강 소재인 니켈 생산을 줄이기 시작했다. 칠레에서는 황산 가격이 2배 이상 뛰면서 대규모 광석 침출에 필요한 구리 생산 차질이 우려된다고 WSJ는 짚었다.

다만 미국은 캐나다·멕시코 공급과 국내 정유·제련 기반 덕분에 상대적으로 완충 여지가 있으나, 칠레·인도네시아의 광물 생산 차질은 구리·니켈 가격 상승을 통해 미국 데이터센터·전기차·주택 건설 비용에 전이될 수 있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반면 반사이익을 거두는 경우도 있다. 캐나다 광산업체 아이반호마인스의 로버트 프리드랜드 회장은 콩고민주공화국(DRC) 카모아-카쿨라 제련소의 황산 판매로 하루 약 100만달러(14억6600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분기 실적 발표에서 밝혔다.

황 산업단체 설퍼인스티튜트(Sulphur Institute)의 크레이그 조겐슨 최고경영자(CEO)는 "재고가 소진되고, 인산염 같은 핵심 농업 원료와 광물 생산이 둔화하는 임계점에 도달하고 있다"고 했고, 토레로 이코노미스트는 "지금 당장은 아시아에서 충격이 가장 크지만, 이 위기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남쪽에서 북쪽으로 번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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