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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연료난에 ‘해저 터널 버스’ 다시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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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기자

승인 : 2026. 04. 13. 17:00

자전거·전기오토바이 이동 수단으로 부상
유류 제한에 대중교통 마비…시민 발 묶여
CUBA USA CONFLICT
지난 10일(현지시간) 쿠바 아바나의 한 거리에서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미국의 원유 수송 차단이 수개월째 이어지면서 쿠바 전력망이 여러 차례 붕괴되는 등 에너지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EPA 연합뉴스
쿠바가 심각한 연료 부족 사태를 겪는 가운데 아바나 해저 터널을 통과하는 '시클로부스'가 시민들의 주요 이동 수단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AP통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최근 무더운 오후, 쿠바 수도 아바나의 아바나만 터널 입구에는 자전거와 스쿠터, 전기 오토바이를 탄 통근자 수십 명이 줄지어 시클로부스를 기다렸다. 이 버스는 올드 아바나와 도시 동쪽 지역을 연결하는 해저 터널을 통과하기 위해 특별히 개조된 차량이다.

디젤로 운행되는 시클로부스는 약 60명의 승객과 이들의 이동 수단을 동시에 실을 수 있으며, 하루 2000명 이상을 수송한다. 차량 전면에는 좌석이 있고, 절반은 화물 공간으로 구성돼 있어 이용객들은 경사로를 통해 자전거 등을 싣고 탑승한 뒤 이동 내내 차량과 함께 서서 이동한다. 자전거와 오토바이, 스쿠터는 터널 내 단독 통행이 금지돼 있다.

시클로부스는 새로운 교통수단은 아니지만, 쿠바가 수십 년 만의 최악의 에너지 위기를 겪으면서 그 어느 때보다 필수적인 존재로 떠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시행한 에너지 봉쇄 조치로 쿠바는 차량당 휘발유 공급량을 20리터로 제한하고 있다. 이마저 복잡한 예약 절차로 인해 주유까지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리고 있다. 이로 인해 대중교통이 사실상 마비됐다.

현재 아바나 도심에는 자동차가 거의 사라진 대신 자전거와 소형 전기 오토바이가 주요 이동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동부 아바나에 거주하는 잉그리드 킨타나는 "남편이 자전거를 가지고 있어 함께 이동한다"며 "대중교통이 없고 개인 택시를 이용할 여유도 없어 시클로부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클로부스는 약 3㎞ 구간을 15분 만에 이동하는 쿠바에서 가장 짧은 대중교통 노선이다.

올드 아바나에서 출발한 승객들은 어두운 해저 터널을 통과해 동부 아바나에 도착한다. 동부 지역은 수십만 명이 거주하는 주거지로, 육로를 이용할 경우 아바나만을 돌아 약 16㎞를 이동해야 한다.

요금은 자전거 또는 오토바이 운반 여부에 따라 2~5쿠바페소 수준으로 매우 저렴하다.

반면 터널을 지나는 합승 택시 요금은 약 1000쿠바페소로, 월 평균 임금(약 7000쿠바페소)을 고려하면 부담이 큰 수준이다.

시클로부스는 국영 운송회사가 운영하며, 1990년대 소련 붕괴 이후 경제 위기를 겪던 '특별 시기'에 도입됐다. 당시 피델 카스트로 정부는 중국산 자전거를 대량 보급하며 대체 교통수단을 확산시켰다.

이후 일반 버스와 택시 이용이 늘면서 활용도가 줄었으나, 최근 연료 부족이 심화하면서 다시 이용이 급증하고 있다.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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