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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47년 만 최고위급 직접 담판…호르무즈 통제권 충돌 속 심야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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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4. 12. 07:36

밴스·갈리바프 최고위급 대면…파키스탄 중재 3자 협상·5시간 마라톤에도 교착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vs 재개방 충돌
10 vs 15개항 평행선…제재·핵·레바논 쟁점
PAKISTAN USA IRAN DIPLOMACY
J.D. 밴스 미국 부통령(왼쪽)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오른쪽)이 11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의 한 호텔에서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의 중재 하에 종전 협상을 벌이고 있는 모습으로 TV 화면을 캡처한 사진./EPA·연합
미국과 이란이 전쟁 발발 42일 만인 11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47년 만의 최고위급 직접 협상에 돌입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을 각각 수석 대표로 하는 협상단은 전 세계 원유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핵심 쟁점으로, 5시간 이상의 마라톤 협상을 자정 넘어 3라운드까지 이어갔으나 해협 통제권 문제에서 교착 상태가 지속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이 단독 통행료 부과를 고수하고, 미국이 해협의 즉각적인 재개방을 요구하는 구조적 충돌 속에 협상은 단기 타결보다 장기전 양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Pakistan US Iran Vance
J.D. 밴스 미국 부통령(왼쪽)과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가 11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이란과의 종전 협상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AP·연합
◇ 밴스·갈리바프, 47년 만 미-이란 최고위급 직접 대면…파키스탄 중재 3자 담판 개시
호르무즈 재개방 vs 통제권 유지…협상 핵심 쟁점 '교착'

미국과 이란 대표단은 이날 오후 5시 30분(파키스탄 현지시간·한국시간 오후 9시 30분)께 이슬라마바드 5성급 세레나호텔에서 파키스탄이 중재하는 3자 회담 형식으로 만났다.

밴스 부통령과 갈리바프 의장이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배석 하에 직접 대면하며 악수를 나눴고, 회담 분위기는 "차분하고 정중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이란 고위 관리 2명을 인용해 전했다.

미국 측은 밴스 부통령이 경호 인력을 포함해 약 300명 규모 대표단을 이끌었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스티브 윗코프 중동 특사·앤디 베이커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마이클 밴스 아시아 담당 특별보좌관 등 각 분야 전문가도 포함됐다.

이란 측은 갈리바프 의장을 수석 대표로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알리 아크바르 아흐마디안 최고국가안보위원회(SNSC) 사무총장·압돌나세르 헴마티 중앙은행 총재 등 약 70명으로 구성됐다.

협상장에는 파키스탄 이샤크 다르 외무장관·아심 무니르 육군참모총장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주미 파키스탄 대사인 후사인 하카니 미국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과 이란은 당초 신뢰 구축 차원에서 각기 별도 방에 배치되는 '근접 회담(proximity talks)' 형식으로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파키스탄이 중재하는 3자 대면 형식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하카니 선임연구원은 "직접 대화에 나설 의지가 있다면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평가했다.

PAKISTAN USA IRAN DIPLOMACY
이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오른쪽 두번째)·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세번째) 등 대표단이 11일(현지시간) 파키스탄 라왈핀디의 누르 칸 공군기지에 도착해 파키스탄 합동참모총장 아심 무니르 원수(왼쪽)와 함께 걸어가는 모습으로 파키스탄 외무부가 공개한 사진./EPA·연합
◇ 종전안 10 vs 15개항 충돌…제재·핵·레바논 다중 변수 확대

이란 대표단은 회담 시작 전 샤리프 총리에게 △ 호르무즈 통제권 인정 △ 전쟁 피해 배상 △ 해외 동결자산 해제 △ 중동 전역 교전 중단 등 4개의 '레드라인'을 전달했다고 이란 국영 IRIB 방송이 보도했다.

이란의 10개항 제안에는 미군의 중동 기지 전면 철수·우라늄 농축권 유지·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對)이란 결의 전면 해제·헤즈볼라에 대한 이스라엘 공격 중단·전쟁 배상금 지급 등이 포함됐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협상의 실무적 기초(workable basis)'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15개항 제안에는 이란의 농축 우라늄 전량 반출과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엄격한 제한 등을 요구하는 대신, 단계적 제재 완화를 제공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무기급에 가까운 수준으로 농축된 우라늄 440kg 처리 문제가 핵심 난제로 부상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제로 농축'을 요구하는 반면, 이란은 농축권 유지를 협상 불가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결자산 해제를 둘러싼 진위 공방도 협상의 불확실성을 키웠다. IRIB는 미국이 카타르에 동결된 60억달러를 포함한 이란 해외 석유 자금을 해제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으나, 미국 관리는 이를 즉각 부인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다만 FT는 파키스탄 중재자와 미국이 해당 60억달러 해제를 논의 중이라고 2명의 인사를 인용해 전했다.

레바논 전선도 핵심 변수로 부상했는데, 이스라엘은 지난 24시간 동안 헤즈볼라를 겨냥해 200회 이상의 공습을 단행했으며 레바논 보건부는 최근 전투로 202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레바논 휴전을 협상 전제 조건으로 설정한 반면, 미국과 이스라엘은 현재의 휴전이 레바논 전선을 포함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 이견이 봉합되지 않은 상태라고 AP통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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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이 11일(현지시간) 미국과의 종전 협상을 위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로 가는 비행기 내에서 지난 2월 28일 이란 호르무즈간주 미나브의 샤자레 타예베 초등학교에 대한 미군의 오폭으로 사망한 어린이들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으로 이란 외무부가 공개한 사진./AFP·연합
◇ 전문가 협상 3라운드 자정 돌입…문서 교환 속 수일 협상 전망

협상은 시작 약 1시간 후 경제·군사·법률·핵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전문가 협상(expert phase) 단계로 전환됐으며, 양측 전문가팀이 합의 문구 조율을 위해 서면 텍스트를 교환하는 3라운드 협상으로 이어졌다고 파키스탄 및 이란 매체가 보도했다.

WP는 파키스탄 관리를 인용해 협상이 "대체로 긍정적이었지만 기복(mood swings)이 있었다"고 했으며, IRIB는 "3라운드 성과가 오늘 밤 명확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CNN 방송은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최종 합의까지 수일이 더 소요될 수 있다"고 전망했으며, 이란 메흐르(Mehr) 통신은 12일 회담 연장 가능성을 전하면서도 "하루 이상 지속되지 않을 조짐도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밴스 부통령 대표단이 협상장 호텔에 14시간 이상 체류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이를 "양측이 여전히 교류 중이고 논의할 의제가 남아 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차관은 협상장 인근에서 기자들에게 "이번 회담은 과거 협상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이란이 전략적으로 우위(upper hand)를 점한 상태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이란 프레스TV가 전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이 글로벌 에너지 위기를 지렛대 삼아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최대한의 양보를 끌어내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을 떠나며 기자들에게 합의 여부와 무관하게 "우리는 어떻든 이긴다(we win, regardless)"고 강조했다.

벨기에 브뤼셀의 국제위기그룹(ICG) 알리 바에즈 이란 프로젝트 국장은 블룸버그통신에 "이란은 협상 테이블에서 강경하지만, 정작 유연성이 필요한 순간에 이를 보여주지 못하며, 그 결과 실속보다 기회를 더 많이 날린다"고 지적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SAIS) 발리 나스르 교수는 블룸버그에 이번 회담의 최선 시나리오는 "두번째 회담을 여는 것"이라며 "양측이 앞으로 나아갈 길이 있다는 합의에 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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