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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사이트] 역행하는 법인세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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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4. 09. 18:04

황상현 교수
황상현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정부가 재정 확충과 조세 형평성 제고라는 명분을 내세워 올해부터 법인세율을 전 구간 1%포인트(p) 인상했다. 2023년 감세 기조를 통해 민간 주도의 경제 활력을 불어넣으려 했던 정책 방향이 불과 3년 만에 급선회한 것이다. 정부는 '전 구간 1%p'라는 수치가 소폭이라며 그 파급력을 과소평가하는 듯하나, 글로벌 복합 위기 상황에서 기업들에게 이는 단순한 숫자의 변화가 아니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경영 환경에서 이번 증세가 우리 경제의 성장 엔진인 기업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먼저 직시해야 할 점은 지금의 국제 경제 질서가 철저한 조세 경쟁(Tax Competition) 체제라는 사실이다. 미국, 일본, 유럽의 주요국들은 자국 기업의 리쇼어링(Reshoring)을 유도하고 해외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법인세 인하와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국가적 전략으로 삼고 있다. 법인세는 이제 단순히 국가 세입을 확보하는 수단이 아니라, 한 국가의 투자 매력도와 산업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적인 지표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만 거꾸로 세율을 올리면 스스로 투자 기피 국가가 될 수 있다. 자본은 수익률이 높고 규제가 적은 곳으로 흐르는 물과 같다. 특히 반도체, AI, 모빌리티 등 막대한 자본 투입이 필수적인 첨단 산업에서 1%p의 세율 차이는 수천억 원의 가용 자금 향방을 가른다. 국내 대기업들이 세부담과 규제를 피해 생산 기지를 해외로 이전하는 자본 유출(Capital Flight)이 가속화될 수 있으며, 이는 곧 외국인 직접투자의 위축과 국내 산업 공동화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법인세 인상을 옹호하는 측은 흔히 법인세를 부유한 기업의 이윤을 환수해 사회적 형평성을 맞추는 도구로 본다. 그러나 이는 경제학적 실체를 간과한 것에 불과하다. 법인은 실체가 없는 법적 기구일 뿐, 실제로 세금을 내는 주체는 인간이다. 법인에 부과된 세금은 결국 상품 가격 인상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가되거나, 임금 동결 및 고용 축소를 통해 근로자에게 전가되며, 납품 단가 인하 압력을 통해 중소 협력업체의 고통으로 이어진다.

특히 이번 개정이 과세표준 2억원 이하의 영세 법인에게까지 예외 없이 인상을 적용한 점은 치명적이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해 한계 상황에 내몰린 소규모 법인과 스타트업들에게 이 같은 세율 인상은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법인세 인상은 부자 증세라고 하지만, 실상은 경제 생태계의 가장 약한 고리부터 붕괴시킬 수 있는 민생 저해 증세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이번 인상을 통해 연간 수조 원의 세수 증대를 기대하겠지만, 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아닐 수 있다. 래퍼 곡선(Laffer Curve)이 시사하듯, 적정 수준을 넘어선 세율 인상은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어 전체 과세 대상(이윤)을 줄어들게 만든다.

기업은 늘어난 세부담만큼 미래 성장 동력인 R&D 투자를 줄이거나 신규 시설 확충을 보류한다. 투자가 멈추면 고용이 줄고, 소득이 줄어든 가계는 소비를 닫는다.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되면 전체 경제 규모 자체가 축소되고, 결과적으로 세율은 올랐으나 걷히는 세수는 감소하는 성장의 역설에 빠지게 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라 당장의 허기를 채우려는 것은 중장기적 국가 재정을 어렵게 할 수 있다. 기업 경영에서 가장 무서운 적은 나쁜 정책보다 예측 불가능한 정책이다. 3년 전에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세금을 깎아주겠다던 정부가 이제는 재정난을 이유로 다시 증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조세 제도가 단기적인 재정 수지에 따라 자주 변화한다면, 어느 기업이 10년, 20년 앞을 내다보고 수조 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겠는가?

잦은 정책 변동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고,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한국 시장이 '변동성 리스크가 큰 시장'이라는 부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 제도적 안정성이 결여된 국가에서 민간 주도의 성장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번 증세는 단순한 비용 증가를 넘어, 한국 경제의 정책적 신뢰성을 하락시킬 수도 있다.

복지 수요의 급증과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 재정이 더 필요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그 해법이 기업에게 부담을 지우고 성장을 저해하는 방식이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진정한 의미의 조세 정의와 재정 건전성은 증세가 아니라 성장을 통해 달성되어야 한다. 법인세율 1%p 인상이 당장의 세수는 메울 수 있을지 모르나, 그 대가로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과 혁신 의지를 희생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기업이 마음껏 혁신하고 이익을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때, 그 온기가 투자와 고용을 통해 가계로 흐르고, 커진 경제 규모만큼 세수도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될 수 있다. 경제가 위기일수록 증세라는 쉬운 길보다는 공공 부문의 과감한 지출 구조조정과 불필요한 규제 혁파를 통해 경제의 기초 체력을 강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번 법인세 인상 정책이 기업에게 부담을 지우기보다는 우리나라 경제의 미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유연한 정책으로 다듬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황상현 교수는…
미국 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을 역임하였고, 현재 상명대학교 경제금융학부에 재직하고 있다. 연구 분야는 재정학이며, 주요 논문으로는 'Is there an environmental race to the bottom in an endogenous growth model of interjurisdictional competition?'(2022), '법인세의 기업투자 효과 분석'(2022), 'Tax avoidance and excess burden of income tax'(2021), 'Religiosity and tax compliance: Evidence from U.S. counties'(2021), 'Social status, conspicuous consumption levies, and distortionary taxation'(2015) 등이 있다.

황상현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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