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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훌륭한 법조인 되시길 바랍니다: 응시자 대비 75% 합격률, 로스쿨 교육 정상화의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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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4. 0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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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민 로스쿨 학생협의회 의장
매년 4월 합격자 발표 시즌이 되면 대한변호사협회는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 '감축' 집회를 연다. 로스쿨에 들어와 목격한 가장 기이한 풍경 중 하나다. 후배 변호사들이 감축해야 할 온실가스라도 된단 말인가. 집회 현장에는 합격한 지 불과 몇 년 되지 않은 젊은 변호사들도 있다. 그들 또한 얼마 전까지 간절한 마음으로 책상 앞에 앉아있던 수험생이었음을 생각하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입시 경쟁률 9대 1에 육박하는 치열한 관문을 뚫고 들어온 후배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정진하고 있는지 뻔히 알면서도 왜 이런 집회가 연례행사처럼 반복하게 됐을까. 로스쿨 정원에 대한 논의 없이 발표 직전에 무작정 합격자 수부터 줄이라는 주장은 부질없는 논쟁의 반복이고, 어디까지나 이 문제의 본질과 동떨어진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이런 모습이 법조계에 대한 국민 신뢰마저 훼손하지는 않을지 우려된다. 안 그래도 로스쿨의 존재 의의가 끊임없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시대다.

선후배 간 갈등만 야기하는 이 '전통'이 계속되는 상황이 참으로 유감이다. 내가 합격한 뒤 참석할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다행히 현직 변호사들도 모두 이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집회 문구 공모전 소식을 공유하며 "내가 낸 회비가 이런 데 쓰이다니 불쾌하다"라고 먼저 목소리를 내어준 선배 변호사들을 통해 재학생들도 겨우 소식을 접하곤 한다.

로스쿨 출신 선배들이 변협을 이끄는 '세대교체'가 일어나면 무언가 달라질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인공지능(AI)의 습격으로 일자리가 줄어드니 합격자 수를 줄여야 한다는 논리는 더욱 강경해졌다. AI가 가져올 거대한 변화 앞에서 선배 변호사들이 내놓은 대답이 고작 '신규 진입 차단'이라는 사실이 애석하다.

최초의 로스쿨 출신 집행부가 들어선 지금이야말로, 법조계의 오랜 악습을 끊고 미래를 위한 건설적인 논의를 시작할 적기여야 하지 않겠는가. 때마침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서 '미래 법학 교육 개혁포럼' 발족에 시동을 건다고 하니, 생산적인 사회적 대화의 풍토가 법조계에도 자리 잡길 기원해본다.

혹자는 묻는다. 과거 로스쿨생들처럼 삭발이나 자퇴서 투쟁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지금의 학생들은 삭발할 시간조차 없다. 과거의 투쟁사를 찾아볼 여유조차 사치다. 그 시간에 판례 결론 하나라도 더 암기해야 한다는 압박이 숨통을 조여오기 때문이다.

우리가 공부를 조금이라도 덜 해보고 싶어서 합격률 정상화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법조인은 타인의 인생을 다루는 직업이다. 공부를 소홀히 하고도 요행으로 합격할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우리는 단지 훌륭한 법조인이 되고 싶을 뿐이다. 초기 목표대로 응시자 대비 75%까지 합격률을 정상화하는 것만이 로스쿨을 '변시 학원'이 아닌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본래의 길로 회복시킬 첫걸음이다. "훌륭한 법조인 되시길 바랍니다." 미래 법조인들이 이 당부를 지킬 수 있도록, 정부와 유관기관, 유관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로스쿨 교육 정상화를 위해 힘써주기를 진심으로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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