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저가매수보다 재평가 큰 종목 주목
"지배구조·주주환원 정책도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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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 중인 '주가 누르기 방지법'으로 저PBR (주가순자산비율)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해당 법안은 상장사가 지분을 상속·증여할 경우, 평균주가를 기준값으로 정하는데 대주주가 의도적으로 주가를 눌러 싼 값에 상속 및 증여를 받는 꼼수를 막기 위해 발의됐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선 향후 대주주가 상속·증여에 나서면서도 주가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기업들을 선별해 재평가에 나선 상황이다. KB증권은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최대주주 연령까지 고려했고, NH투자증권은 지배구조와 자사주 소각, 배당 등을 저 PBR 종목 투자 핵심 변수로 제시했다.
단순히 가치가 저평가 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접근하기 보다 정책 변화에 따라 실제 재평가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선별하려는 흐름이 강해지면서다. 중동 상황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정부의 자본시장 체질 개선 기조가 맞물리며 저 PBR 투자 전략도 한층 정교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주가 누르기 방지법'으로 향후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저PBR 기업으로는 티와이홀딩스, 한국앤컴퍼니, GS, 태광산업, 이마트, 삼양홀딩스가 거론된다. 이들 기업은 최대 주주의 출생 연도가 높거나, 시가총액이 크지만 PBR이 낮으면서 최대 주주가 개인인 기업이다. 증권 업계가 이들 기업에 주목하는 건 정부가 추진 중인 주가 누르기 방지법으로 상속·증여로 인한 저평가가 해소될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코리아 프리미엄 시장을 언급하면서 지배구조 역시 고려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박건영 KB증권 연구위원은 저 PBR 기업에 투자할 땐 오너의 연령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상속세법·증여세법 개정안 발의로 고연령 오너가 지배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저평가도 해소될 전망이 나오면서다. 기존 제도에선 상장회사의 주식을 상속 또는 증여를 하는 경우 평가기준일 전후 2개월의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과세된다. 이에 기업가치 제고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시됐다. 기업가치가 저평가될수록 상속·증여세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다.
지난해 5월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이른바 '주가 누르기 방지법'으로 일부 상장사들의 꼼수가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개정안은 상속·증여 시 평가액에 순자산가치의 80%, PBR 0.8배 하한선을 제시하면서 기업이 저평가를 유도하기보다 주주가치 제고에 힘을 쓰도록 유도했다.
여기에 박 연구위원은 ROE도 고려 사항으로 함께 제시했다. 낮은 PBR이 저평가를 의미할 수 있지만, 낮은 ROE로 인해 저평가가 정당화된 기업일 수도 있는 만큼 수익성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규모기업집단으로 분류된 상장지주회사 중 최대 주주의 출생연도가 빠른 회사는 티와이홀딩스, 한국앤컴퍼니, GS 등이 있다. 이들 기업의 최대 주주는 각각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주(1933년생),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1937년생), 허창수 GS그룹 총수(1948년생)이다. 최대주주가 고령일수록 자녀들에 대한 지배구조 승계가 이뤄질 것이란 예상에서다. 승계 및 지분 증여를 하게 되면 2개월간의 평균 주가가 기준가격이 되기 때문에 통상 상장사들은 주가를 의도적으로 낮추거나 주가가 낮다고 판단한 시점에 지배구조를 개편한다. 이들 기업의 PBR은 각각 0.11배, 0.52배, 0.44배다.
이상준 NH투자증권 책임연구위원은 저 PBR 종목에 투자할 때 지배구조와 주주환원 정책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단순히 PBR이 낮다는 사실만으로는 투자 매력이 충분하지 않고, 저평가를 해소하려는 기업의 의지와 실행 여부가 더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그는 PBR 외에도 중요하게 보는 요소로 지배구조, 자사주 소각, 배당 등을 꼽았다. 주주환원 여력이 크고 지배구조 개선 기대가 있는 기업일수록 정책 변화 국면에서 재평가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PBR 1배 미만인 기업 가운데서도 최대주주가 개인인 곳은 주가 누르기 방지법 논의에 따른 추가 모멘텀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가총액이 5000억원 이상인 기업 중 PBR이 1배 미만이면서, 최대 주주가 개인인 기업으로는 (PBR 낮은 순으로) 태광산업, 이마트, 삼양홀딩스 등이 있다. 이들 기업의 PBR은 0.25배 수준이다.
지난달 18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를 위한 간담회'에선 주주보호, 혁신, 시장 접근성 제고 등 4대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주주보호 부문에선 저PBR 기업 리스트를 한국거래소 밸류업 홈페이지에 상시 공표했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기업에겐 일정 기간 이를 면제해 자발적인 가치 제고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이 시점에 코리아 프리미엄 키워드를 제시한 건 향후에도 현재의 정책 기조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정부의 저PBR 기업들에 대한 변화 요구는 하반기에도 계속해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