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기업 인사이트] 흔들리는 제조강국, 디지털 전환이 제2의 르네상스를 부른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2.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318010005512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6. 03. 18. 18:10

이돈희 교수
이돈희 인하대 경영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제조업을 기반으로 압축성장을 이룬 나라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철강, 배터리, 가전까지 한국 경제의 심장에는 언제나 제조업이 뛰고 있었다. 수출로 외화를 벌고, 공장에서 일자리를 만들며, 기술로 세계와 경쟁해 왔다. 그래서 제조업 경쟁력의 약화는 특정 업종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경제 전반의 경쟁력과 직결된 매우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이제 그 토대가 흔들리고 있다. 세계 제조업의 경쟁 기준은 '싸고 빠른 생산'에서 '지능형 혁신'으로 옮겨가고 있다. 데이터로 공정을 관리하고, 인공지능(AI)으로 품질을 예측하며, 자동화로 생산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능력이 경쟁력을 가르는 시대다. 여기에 공급망 불안과 에너지 비용, 인구 구조 변화까지 겹치면서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뉴욕에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마부가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거부했다. 하지만 세상은 마부를 버리지 않았다. 그들은 운전사로 변했고, 산업은 한 단계 더 도약했다. 지금 우리 기업인들도 그 길 위에 서 있다. 낡은 방식에 머무르지 않고 변화의 파도를 넘어서는 이들이야말로 오늘날의 애국자다. 기업을 지킨다는 것은 단순한 생업이 아니라,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18년부터 생산 현장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성과를 입증한 공장을 '세계 등대공장'으로 선정한다. 단순한 자동화가 아닌, 데이터·AI·에너지 효율 혁신으로 생산성을 실질적으로 높였을 때 그런 명예로운 이름을 붙여준다.

2026년 현재 전 세계 등대공장은 223곳이지만, 우리 기업은 고작 6곳(해외 공장 포함)에 불과하다. 제조업 강국을 자부했던 우리나라가 고작 6개 공장뿐이라니!

제조업 패러다임은 이미 바뀌고 있다. 과거엔 저비용·대량생산이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디지털 전환과 AI 기반의 운영 효율성이 승패를 가른다.

특히 중국은 정부 지원과 현장 중심의 신속한 투자로 제조 혁신 속도를 높이며 '추격자'에서 이제는 일부 분야에서 경쟁자를 넘어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 '선도자'로 부상하였다. 우리가 과거의 성공에 머물러 변화의 속도를 늦춘다면, 앞으로는 경쟁 우위를 지키기 어렵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그렇다고 해서 이 문제를 단순히 "자동화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의 이분법적 구조로 봐서는 안 된다. 제조 현장에서 자동화와 디지털 전환이 민감한 이유는 분명하다. 새로운 기술 도입이 현장 근로자에게는 일자리 축소나 직무 변화에 대한 불안으로 다가올 수 있다.

특히 숙련의 가치가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거나, 전환의 부담이 현장에만 전가된다는 인식이 쌓이게 되면 저항이 커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핵심은 '도입이냐 거부냐'가 아니라 '어떻게 전환할 것인가'다. 기업은 기술 혁신을 인건비 절감 수단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으로 인식해야 한다. 재교육과 직무 전환, 현장 참여와 성과 공유를 병행해야 한다.

노조는 변화 자체를 막기보다 전환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고민해야 하며, 정부 역시 구호에 그치지 않고 중소기업 지원, 직업훈련 개편, 고용안전망 강화 등 실질적 대책을 늘려야 한다. 변화가 멈춘 공장은 결국 경쟁에서 밀리고, 그렇게 되면 고용 안정 역시 지속될 수 없다. 제조혁신을 강조하는 구호만 외쳐서는 안 되고, 중소기업 투자 지원과 직업훈련 체계 개편, 전환기 고용 안전망 강화 같은 실질적 역할을 다해야 한다.

한국 제조업은 여전히 높은 기술력과 빠른 학습 능력을 갖고 있다. 이는 우리 산업의 강점이다. 그러나 강점이 지속되려면 시대 변화에 맞게 계속 진화해 나가야만 한다.

디지털 전환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며, 이제는 속도와 방식이 관건이다. 산업과 노동이 함께 지속가능한 방향을 모색할 때, 한국 제조업의 제2의 르네상스가 시작될 것이다.

이돈희 교수는…
한성대학교 및 미국 네브라스카주립대학교 경영학 박사. 한국생산관리학회 회장 역임. 국내외 편집위원장 및 부편집위원장 수행 중. 주요 연구 분야는 생산 및 서비스 운영혁신, 프로세스 및 품질혁신, 지속가능 SCM, 의료경영, DX/AX 분야 등. 120여 편의 논문과 '지속가능경영과 혁신-그림으로 만나는 창조적 여정'(2025), 'ChatGPT와 함께 하는 데이터 분석기행'(2025), '운영관리 혁신'(2023) 등 다수의 저서, 그리고 '이것이 서비스디자인이 행동이다'(2022) 등 다수의 번역서 출간.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이돈희 인하대 경영학과 교수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