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기자의눈] 정부·민간 ‘두 고래’ 싸움에 부동산 안정화 ‘새우’는 클 수 없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2.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210010003462

글자크기

닫기

김다빈 기자

승인 : 2026. 02. 11. 06:00

이미지
서울의 한 아파트 밀집지역 전경./연합뉴스
이미지
건설부동산부 김다빈 기자
2022년 방영돼 큰 반향을 일으킨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는 기억에 남는 장면이 하나 있다. 국내 1등 재벌그룹으로 묘사되는 순양그룹의 총수 진양철 회장(이성민)이 어린 손자 진도준(송중기)에게 퀴즈 하나를 던지는 대목이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진다는 말이 있지. 그렇다면 새우가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진양철의 질문은 단순한 수수께끼가 아니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라는 '새우'가 값싼 저가 반도체를 앞세운 글로벌 기업이라는 '고래' 사이에서 어떻게 생존해야 하느냐는 경영자의 문제의식이 담긴 물음이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진도준은 뜻밖의 답을 내놓는다. "새우가 고래에게 지지 않을 만큼, 스스로 몸집을 키워야 합니다." 진양철은 그 답에 고개를 끄덕인다. 시장에서 살아남는 방식은 사업을 포기하고 다른 프로젝트에 집중하거나 버티는 것이 아닌 '성장'이라는 메시지였다.

이 장면은 요즘의 서울 등 수도권 부동산 시장을 떠올리게 한다. 지금의 시장에서는 두 마리 고래가 맞붙어 있어서다. 하나는 공공 주도 주택 공급, 다른 하나는 민간 주도 주택 사업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흔들리는 '새우'는 다름 아닌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집값 안정화처럼 보인다.

현 정부는 공공을 앞세워 공급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30년까지 5년간 수도권에 135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에 더해, 지난 1·29 대책을 통해 서울과 인접 수도권에 약 6만가구를 추가로 공급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중심으로 한 공공주도 공급이 집값 안정을 이룰 수 있다는 결정을 한 셈이다. 여기에 △세금 강화 △대출 규제 △수요 억제책 등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반면 민간의 시선은 다르다. 올해만 해도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시장 규모는 80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규제 완화를 바탕으로 민간이 자생적으로 공급을 늘릴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오는 5월부로 종료가 확실시 되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를 둘러싼 논란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유예 조치를 마무리할 계획이지만, 시장에서는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의 '집값 상승 경험'을 떠올리고 있다. 양도세 중과→다주택자 버티기→매물 잠김→공급 절벽→집값 급등 악순환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급 확대를 외치면서 동시에 거래를 위축시키는 정책 방향이 시장의 혼선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공공과 민간이라는 두 고래가 각자의 논리로 맞서는 사이 정작 새우인 부동산 안정화는 좀처럼 몸집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 공공과 시장 간 신뢰가 함께 작동하지 않으면 정책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다시 재벌집 막내아들의 장면으로 돌아가면, 진도준의 답은 단순했다. 고래 싸움을 말릴 수 없다면 새우 스스로가 커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공공주도와 민간 주도라는 흑백 구도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다면, 부동산 시장은 경색 국면이 아닌 안정이라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김다빈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