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된 외국 인력 이탈 막기 나섰지만
한국어·자격증 평가로 역량 반영 한계
비자 전환 실패땐 대안 체류 경로 제한
수급 관리 초점… 장기적 활용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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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숙련 외국인력의 이탈을 막기 위해 장기 체류가 가능한 '숙련기능인력(E-7-4)' 전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현장에서 검증된 인력을 장기적으로 활용하겠단 취지다. 하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제도와 실제 숙련 구조 사이의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평가 기준이 현장 숙련도와 맞지 않아, 정작 필요한 인력은 탈락하고 비자 연장을 위한 '점수 따기'에만 몰두하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9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현행 숙련기능인력(E-7-4) 전환 요건은 연간 소득 수준과 한국어 능력, 자격증 보유 여부 등 정량적 지표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문제는 제조업과 농어촌 현장에서 요구하는 실질적인 '숙련'이 이러한 정량 지표로는 온전히 측정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장의 숙련도는 장기간 근속을 통해 축적된 공정 이해, 반복 작업에서 쌓인 노하우, 돌발 상황 대응 능력 등에서 형성된다. 하지만 제도는 이러한 요소 대신 시험 성적과 점수 산정에 비중을 두고 있다. 이로 인해 현장에서는 "한국말은 좀 서툴러도 기계는 기가 막히게 다루는 직원이 점수 미달로 쫓겨나고, 일머리는 없는데 한국어 점수만 높은 직원이 남는 경우가 생긴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체류 경로의 단절도 문제로 꼽힌다. E-7-4 비자 전환에 실패할 경우 숙련도가 높아도 대안적인 체류 경로는 제한적이다. 체류 기간 상한(최장 4년 10개월)에 도달하면 무조건 출국해야 하는 구조다. '숙련 사다리'가 튼튼한 계단이 아닌, 한 번 미끄러지면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구조인 셈이다.
엄격한 사업장 이동 제한도 숙련 축적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동일 업종 내에서도 공정과 설비에 따라 배울 수 있는 기술의 범위가 다르지만, 현행 제도는 이동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이로 인해 노동자가 다양한 공정을 경험할 기회가 줄고, 산업 전반의 숙련 인력 풀도 제한된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괴리가 외국인력 정책이 여전히 '인력 수급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지난 20년간 정책은 단기적인 인력 부족을 해소하는 데 집중돼 왔고, 숙련 인력을 어떻게 장기적으로 활용할지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평가다.
숙련 전환 논의가 정주와 가족 동반, 복지 부담 등 이민 정책 전반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도 제도 논의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로 인해 제도 개선이 단계적으로 이뤄지기보다는, 제한적인 보완에 그쳐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고용허가제 도입 20년을 맞아 외국인력 정책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단기 인력 수급 수단을 넘어, 인구 구조 변화와 산업 재편에 대응하는 정책 도구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병훈 중앙대 명예교수는 "산업 현장 곳곳에서 숙련공을 내보내고 다시 초보자를 가르치는 비효율이 확인되고 있다"며 "일부 부작용을 우려해 제도 개선을 미루기보다, 검증된 숙련 인력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문호를 여는 전향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