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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 인력인데 ‘단순노무자’ 신세… 숙련 쌓이면 韓 떠나야 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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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소영 기자

승인 : 2026. 02. 09. 17:36

외국인 노동자 고용허가제 20년 <상>
핵심업무 맡아도 여전히 비전문 자격
재고용 포함 4년 10개월 취업 허용
숙련 축적→출국 비효율 구조 반복
제조·농어촌 생산·안전문제 동반
제도 도입 당시와 노동 환경 달라
전문가 "선별적 숙련 전환 논의해야"
외국인 노동자는 더 이상 '보조 인력'이 아니다. 제조업 공정의 한 축을 맡고, 농어촌의 일손을 지탱하는 필수 노동력이다. 하지만 이들을 규율하는 제도는 여전히 '단순노무·단기 순환'이라는 20년 전 틀에 머물러 있다. 현장에서는 숙련이 쌓일수록 체류 한계에 가까워지고, 숙련 인력은 한국을 떠나야 하는 역설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아시아투데이는 고용허가제 도입 20년을 맞아 외국인력 제도와 산업 현실 사이의 간극을 짚는다. 숙련을 가르치고 공정을 책임지면서도 '단순노무자'로 분류되는 현장의 모순을 들여다보고, 숙련 전환을 가로막는 비현실적 기준과 체류 경로의 단절 문제를 살펴본다. 인구 감소와 만성 인력난 속에서 외국인력 정책이 '수급 관리'를 넘어 어떤 방향으로 재설계돼야 하는지, 구조적 전환의 필요성을 묻는다. <편집자주>

"신입이 오면 제가 기계를 가르칩니다. 불량도 제가 먼저 잡아냅니다. 그런데 서류상 저는 아직도 단순노무자입니다."

경기도 화성의 한 제조업 공장에서 수년째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의 말이다. 기계 조작부터 품질 관리, 신입 교육까지 맡고 있지만 체류자격은 여전히 '비전문취업(E-9)'이다. 그는 "월급은 거의 오르지 않았고, 직무가 바뀌어도 비자는 그대로"라며 "회사는 숙련 인력을 붙잡고 싶어 해도 제도상 체류 한계가 명확하다"고 말했다.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공장이 멈추고 농촌이 돌아가지 않는 시대다. 내국인 기피가 심화된 제조업·농어업 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는 이미 '대체 인력'을 넘어 '필수 인력'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정부의 외국인력 관리 제도는 여전히 단순노무 중심 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체류 등록외국인은 160만6633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 증가했다. 체류자격별로는 비전문취업(E-9)이 33만5122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들은 제조업·건설업·농림어업·어업 등 이른바 3D 업종에 집중돼 있다.

문제는 이들이 현장에서 수년간 일하며 숙련을 쌓아도 비자와 직무 체계상 여전히 '단순노무' 범주에 묶여 있다는 점이다. 숙련이 축적될수록 체류 한계에 가까워지고, 결국 출국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농업 현장도 다르지 않다. 농촌에서 일하고 있는 한 외국인 노동자는 처음에는 수확 작업만 맡았지만, 이제는 작물 관리와 농기계 운용까지 담당한다. 그는 "사장님은 한국 사람보다 일을 잘 안다고 말하지만 비자는 여전히 1~2년 단위 연장"이라며 "숙련이 되면 정착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숙련이 될수록 '이제 나가야 할 사람'이 된다"고 말했다.

고용허가제(E-9)는 기본 3년, 재고용을 포함해도 최장 4년 10개월까지만 취업을 허용하는 단기 순환 구조다. 도입 초기에는 내국인 고용 잠식을 막기 위한 장치였지만, 만성 인력난이 고착화된 현재 산업 구조와는 괴리가 커졌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숙련이 형성되는 시점마다 인력이 빠져나가면서 기업은 다시 초보 인력을 교육해야 한다. 중소 제조업체와 농어촌 현장에서는 생산성 저하뿐 아니라 안전 문제까지 동반되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고용허가제가 도입 당시와 전혀 다른 노동시장 환경 속에 놓여 있다고 지적한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저숙련 인력을 단기 활용하던 시기의 제도를 인구 감소 시대에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며 "무분별한 체류 완화가 아니라, 만성 인력난이 입증된 직종을 중심으로 한 선별적 숙련 전환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설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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