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나름의 길이 있다"vs"타격 불가피" 의견 갈려
"전통시장 활성화 방안도 함께 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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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 부쳐지는 고소한 향기에 손님이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떡집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손님과 상인은 쉴 새 없이 봉투와 현금을 주고받았다. 지난 8일 오전 10시께, 설 대목을 일주일 앞둔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경동시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러나 상인들은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대형마트 새벽 배송 규제 완화가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응은 엇갈렸다. "그래도 시장은 시장 나름의 길이 있다"는 희망과 "편의성이 더 커지면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걱정이 같은 골목에서 공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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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재·나물 상인 임모씨(70)는 유통 구조의 차이를 짚었다. 임씨는 "우리는 대량으로 파는 구조인데, 마트는 필요한 만큼 소분해서 집 앞까지 가져다준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쪽이 훨씬 편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도 미리 주문받아 택배로 보내는 식으로 적응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기름집을 운영하는 신모씨(66)도 "우리는 전통 방식으로 기름을 짜주지만, 공산품은 배송이 되면 질보다 편한 쪽을 택하지 않겠느냐"고 하소연했다.
반대로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생선 가게 사장 손우식씨(61)는 "신선한 생선은 직접 보고 사려는 손님이 많다"며 "배송이 편해져도 이쪽으로 오는 수요는 남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떡집 주인 이예나씨(50)는 "우리는 국산 좋은 쌀만 써서 품질로 승부한다"며 "좋은 품질의 떡을 판매하는 것이 시장의 장점"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점 때문에 일부러 시장을 찾는 단골이 있다"고 덧붙였다. 전집 김영심씨(60)도 "시장은 결국 손맛으로 승부하는 곳"이라며 "바로 부쳐 내놓는 전은 배송으로 대체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손님이 많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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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제도 변화의 방향을 둘러싼 균형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새벽 배송 규제 완화는 결과적으로 온라인 쇼핑을 더 편리하게 만들어 오프라인 시장으로 소비자를 끌어내기 어렵게 하는 방향"이라며 "이미 온라인 결제 규모가 오프라인을 넘어선 상황에서 전통시장 상인을 보호하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