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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CES 2026,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된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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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2. 09.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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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만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장
◇ 보이지 않는 기술이 된 AI, 그리고 달라진 공기

지난달 6일부터 9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소비자 기술 전시회 'CES 2026'이 막을 내렸다. CES는 매년 기술의 최전선을 보여주는 바로미터 역할을 해왔지만, 올해 현장의 공기는 사뭇 달랐다. 인공지능(AI), 로봇, 디지털 헬스, 스마트 글라스, 버추얼 리얼리티 등 등장한 키워드는 예년과 비슷했으나, 이를 바라보는 관점은 상당히 큰 차이가 있었다.

과거의 CES가 '언젠가 다가올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파는 자리였다면, CES 2026은 '지금 도입하지 않으면 맞이할 위기'를 경고하는 자리에 가까웠다. 미국 주요 언론들 역시 "AI는 더 이상 개별적인 기능이 아니라, 산업 전체가 작동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전시장 어디에도 'AI 탑재'를 유난스럽게 자랑하는 문구는 없었다. AI는 이미 공기처럼 모든 기기와 서비스에 스며들어 있었고, 논의의 초점은 기술의 유무가 아닌 '확장성'과 '실질적 대체 가능성'으로 옮겨가 있었다.

◇ CES 2026을 관통한 두 키워드: 피지컬 AI와 웨어러블 AI

올해 CES가 보여준 기술의 확장은 크게 두 가지 방향, 즉 물리적 세계로의 진입(Physical AI)과 인간 인지 능력의 증강(Wearable AI)으로 압축된다.

'피지컬 AI'는 인공지능이 로봇과 결합해 현실 세계에서 노동을 수행하는 단계를 의미한다. 이번 전시에는 가정, 물류, 제조 현장에 즉시 투입 가능한 로봇들이 대거 등장했다. 이들은 단순한 시제품을 넘어 구체적인 가격과 도입 로드맵을 제시하며 현실의 노동 시장을 겨냥했다. 이는 엔비디아(NVIDIA)의 젠슨 황 CEO 등 많은 전문가들이 강조해 온 "AI의 다음 물결은 물리적 AI가 될 것"이라는 예견이 단순한 구상을 넘어 현실의 문턱을 넘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 장면이다. 소프트웨어 안에 머물던 지능이 팔과 다리를 얻어 물리 법칙이 지배하는 현실 세계로 확장되는 신호탄인 셈이다.

한편 스마트 글라스를 위시한 '웨어러블 AI'는 스마트폰 이후의 인터페이스 혁명을 예고했다. AI는 이제 손안의 화면을 넘어 사용자의 시야와 판단 과정에 개입하며 인간의 인지 능력을 보조하거나 대체하는 단계로 진입했다. 이 두 흐름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AI가 인간의 노동(Physical)과 판단(Cognitive)이라는 고유 영역을 잠식하며 산업 간 경계를 허물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경쟁의 룰은 "얼마나 혁신적인가"에서 "이 기술 없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가"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 기술 확산의 동력: '편리함'이 아닌 '공포'

그렇다면 이 기술들은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필자는 특정 기술의 파급력을 가늠할 때 "개인이 이 기술의 수용 여부를 거부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만약 거부할 수 없다면, 그 기술은 단순한 도구를 넘어 하나의 사회적 규범(Norm)으로 자리 잡게 된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이 대표적이다. 사용하기 싫다고 해서 거부했다가는 현대 사회의 기본적 소통과 경제 활동에서 배제된다. AI 역시 이러한 경로를 밟고 있다. 다만 그 확산의 동력이 과거와는 다르다. 인터넷이 '소외감'을 자극했다면, 지금의 AI와 로봇 혁명은 '도태에 대한 두려움'을 자극한다.

최근 현대자동차 노조와 사측 간의 자동화 이슈는 이러한 두려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노동자는 로봇에게 일자리를 뺏길지 모른다는 생존의 공포를, 경영진은 로봇을 도입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밀려난다는 도태의 공포를 느낀다. 개인과 기업 모두가 '살아남기 위해' 기술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 이것이 기술 확산을 가속화하는 가장 강력한 엔진이다.

◇ 적응의 가혹함, 그리고 사회의 역할

이 시점에서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의 오래된 격언을 다시 떠올릴 수밖에 없다. "살아남는 종은 가장 강한 종도, 가장 똑똑한 종도 아니다.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다."

21세기의 적응이란 곧 AI라는 거대한 파도에 올라타는 것을 의미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적응의 과정이 오로지 개인에게 맡겨진 가혹한 생존 투쟁으로만 남겨진다면, 우리 사회는 극심한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CES 2026에서 목격한 '피지컬 AI'와 '웨어러블 AI'의 약진은 필연적으로 고용구조의 변화, 직무 전환의 압박, 그리고 소득양극화 심화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이 문제는 개인의 차원을 넘어섰다. 개인이 알아서 각자도생(各自圖生) 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구조적 과제다. 교육 체계의 재설계, 유연하면서도 안전한 직업 전환 시스템, 그리고 기술 혜택의 불균형을 보정할 조세 및 사회 안전망 강화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 세상이 변화하면 정부 정책을 포함한 사회 규범도 함께 변화해야 한다.

CES 2026이 우리에게 던진 화두는 기술의 진보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이 불러올 사회의 미래다. 기술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이제 그 기술과 어떻게 공존하며 인간의 존엄과 사회적 안정을 지켜낼 것인지, 그 설계도를 그리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홍순만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장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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