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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여러 지방을 다니면서 본 안타까운 것 중 하나가 전통시장이 활력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30년 전만 해도 사람이 넘쳐나던 지방의 전통시장이 이제는 빈 점포도 많고 지나가는 사람은 어쩌다 있을 뿐이다. 전통시장의 쇠퇴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청장년층이 떠난 읍·면 단위의 전통시장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온라인 중심으로 쇼핑 트렌드가 바뀌고, 지방의 인구가 줄어들고,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니 전통시장의 쇠퇴는 정해진 운명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정부와 지자체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전통시장 활성화 방안을 해마다 내놓아도 그 효과가 지속되기 어려웠고, 붕괴의 속도는 빨라졌다.
그나마 이러한 엄혹한 상황을 극복하고 몇몇 전통시장이 부활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언론을 통해 종종 전해진다. 마포의 망원시장, 수원의 못골시장, 광주의 송정역시장, 전주의 남부시장 등은 성공 사례로 자주 회자(膾炙)되지만, 사람이 많이 사는 대도시라는 배경이 있다. 오히려 정선군 '아리랑시장'의 성공은 인구 소멸 지역이자, 읍·면 단위 전통시장의 성공 사례라서 벤치마킹의 단골 소재라 할 수 있다. 정선 아리랑시장의 성공 요인으로 '정선5일장 관광열차 도입'과 '문화·공연·브랜딩' 중심의 방문 경험 강화 그리고 상인교육(친절·위생·서비스)과 점포별 맞춤 컨설팅이 거론된다.
이러한 성공 요인 중 필자가 관심을 가지고 본 것은 '문화·공연·브랜딩' 중심의 방문 경험 강화인데, 정선 아라리 공연과 생활예술동호회의 공연 등이 5일장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고무적인 것이 군 단위에서 전문예술단 공연을 한두 해 하다가 멈추는 게 아니라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5일장에 갔을 때, 시장의 상점을 알리는 전단이 예쁘게 디자인돼 있어서 고객들의 편의를 배려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게다가 읍내 곳곳에 아리랑시장과 정선군 관광이 어떻게 연계되는지 알기 쉽게 홍보되어 있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을 수 있다. 정선군은 문화와 관광의 힘을 이해하고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아리랑시장처럼 읍·면 단위의 모든 전통시장이 잘될 수는 없다. 이미 소생하는 게 거의 불가능해진 전통시장도 많이 있다. 그러나 영해면의 '만세시장'처럼 몇 개 면의 중심 역할을 하는 전통시장은 꼭 살렸으면 한다. 이런 전통시장은 지역 주민의 커뮤니케이션 공간이자, 문화공간의 역할을 하며, 지역 스토리텔링의 핵심적인 공간이며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을 알릴 수 있는 공간이다. 만세시장이란 이름이 일제 강점기 만세운동이 벌어졌던 데서 유래하는 것처럼.
'아트마켓만세'를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다양한 세대가 모이게 하는 것이었다. 어르신들뿐만 아니라 지역의 청년들과 어린이들이 모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넣어서 기획했다. 전통시장에서 DJ의 공연과 연극배우의 '야바위와 각설이 퍼포먼스'가 그러했다. 야바위를 모르는 초등학생이 아버지와 함께 게임에 참여하며 환하게 웃고, 1000원짜리 타로점을 보고 나서 젊은 커플은 백합 칼국수집으로 향한다. 각설이를 따라가던 어린이들에게 할아버지 한 분이 돈을 쥐어주며 친구들과 치킨이라도 사 먹으라고 한다.
전통시장은 상인들의 생업 공간이자, 주민들에게는 역사와 커뮤니케이션의 공간이다. 전통시장이 하는 소통의 역할과 문화적 역할을 고려한다면, 청년예술가들을 전통시장으로 파견해야 한다. 청년예술가들이 시장상인회와 함께 지속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준다면 그 전통시장은 이커머스 전성시대에도 살아남을 것이다. 고객에게 즐겁고 색다른 방문자 경험을 선사하기에.
/문화실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