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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3월 주총서 ‘이사회’ 정조준…기능 강화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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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빈 기자

승인 : 2026. 02. 01. 18:25

2021년 사외이사 의장 체제 ‘첫 도입’
단, 찬반 표결 필요한 안건 96건…반대 “제로”
삼성 “사외이사 중심 사전 세션서 충분 검토” 반박
사외이사 3명 임기 끝…3월 주총, 기능 강화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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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이사회가 사외이사 의장 체제를 도입한 이후 4년간 처리한 이사회 안건 96건 가운데 단 한 건의 반대나 부결 사례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확산 속에 이사회 독립성과 책임경영 강화를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는 모든 안건이 '전원 찬성'으로 통과되며 형식적 독립성에 그쳤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실상 삼성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삼성물산은 보유 자산과 사업 구조에 비해 기업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경영진을 견제하고 중장기 전략의 방향성을 제시해야 할 이사회가 독립적 판단보다는 안정적 의사결정에 머물며 사실상 '거수기' 역할에 그쳐왔다는 점이 기업가치 재평가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사외이사 5명 중 3명의 임기가 다음 달 만료되는 만큼, 2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3월 정기 주주총회가 이사회 기능 강화를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1일 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물산이 2021년 사외이사 의장 체제를 도입한 이후 2024년까지 연도별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회사가 분류한 이사회 중요 안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찬반 표결이 이뤄진 96건 가운데 반대는 물론 부결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원안은 유지하되 일부 문구나 세부 내용을 조정한 '수정가결' 사례 역시 2022년 이사의 직무 위촉의 건 등에 그쳤다.

이는 2015년 거버넌스위원회 설치, 2021년 역대 최초의 사외이사 의장 선임 등을 통해 이사회 독립성과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삼성물산의 당초 취지와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평가다.

현재 삼성물산 이사회는 사외이사 5명과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 정해린 리조트부문 대표이사 사장, 이재언 상사부문 대표이사 사장, 이준서 패션부문 부사장 등 사내이사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사외이사가 과반을 차지하고, 이사회 의장 역시 사외이사가 맡고 있어 형식적 요건상 독립성은 갖췄다. 그럼에도 실질적인 견제 기능에 대한 의구심은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사외이사진의 이력은 화려하다. 노동·인권 및 ESG 전문가, 거시 경제·정책 분야 인사, 글로벌 기업 CFO 출신 재무 전문가, 법률·컴플라이언스 전문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사외이사를 포함한 이사들은 이사회 산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ESG위원회 △보상위원회 △경영위원회 △감사위원회 등 이사회 산하 5개 위원회에 고르게 배치돼 있다.

그러나 회사의 주요 사업 방향을 논의하는 경영위원회에는 오세철 대표 등 사내이사 4명만 참여하고 있다. 즉 사외이사들이 실질적인 사업 의사결정 과정에서 의견을 개진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다. 경영위원회는 이사회가 위임한 주요 경영 사항을 심의하는 기구로 지난해 이곳에서는 해외 법인 설립 및 보증, 대규모 투자·수주 관련 안건 등 굵직한 사안들이 처리됐다. 반면 사외이사가 참여한 이사회에서는 자기주식 소각, 경영계획 보고, 규정 개정 등 관리·보고성 안건 위주로 의결이 이뤄졌다.

이 같은 구조는 삼성물산이 공언해 온 '독립적 이사회 운영'과 온도차가 있다는 평가로 이어진다. 삼성물산은 2024년도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서 "사외이사 전원은 경영진에 대한 견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실제 운영 방식은 형식에 그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러한 이사회 기능 부재가 삼성물산 저평가 논란의 배경이라는 분석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의 NAV(순자산가치) 대비 할인율은 54.6% 수준"이라며 "2월 중 발표될 신규 주주환원 정책이 할인율 축소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사외이사들은 이사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에 선을 긋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외이사는 "공식 이사회 이전에 사외이사 중심의 사전 검토 절차가 운영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안건의 타당성과 리스크를 충분히 논의한다"며 "공식 이사회에서 전원 찬성으로 의결되는 것은 이미 상당한 수준의 검증과 조정을 거친 결과"라고 말했다. 삼성물산 측도 "사전 논의 과정에서 사외이사들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문제를 제기하거나 수정 의견을 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 같은 비공식 논의 구조가 정보 공개 측면에서 한계를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주요 논의가 사전 절차에서 이뤄질 경우 주주와 시장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최종 표결 결과뿐이어서 이사회 판단 과정과 쟁점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지배구조 전문가들은 삼성물산이 이사회 구조를 둘러싼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과거 20대 국회의원을 지낸 한 지배구조 전문 회계사는 "비공식 사전 논의를 통해 안건이 정리되면 공식 이사회는 사실상 추인 기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사전 조율 자체가 위법은 아니지만, 이사회의 핵심 판단 근거가 외부에 투명하게 전달되지 않는 점은 분명한 한계"라고 말했다.

김윤진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는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사인 삼성물산이 사외이사 의장 선임 등 제도적 외형은 갖췄으나, 소액 투자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전향적인 변화는 여전히 부족하다"며 "상법 개정 흐름에 발맞춰 지배구조의 독립성을 엄격히 확립하고, 기존 관행에 얽매이지 않는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등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 소장을 역임 중인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또한 "현재 삼성물산 뿐 아니라 국내 대기업의 이사회 독립성 강화책은 법적 기반이 없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상법상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와 위반 시 손해배상 책임이 모호해 지배주주의 영향력을 견제할 실질적 수단이 전무하기 때문"이라며 "지배주주가 선임을 주도하는 구조에서는 독립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삼성물산 또한 소액주주, 기관 투자자 등 외부 주주가 추천한 인사의 이사회 진입 등 실질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오는 3월 열릴 삼성물산 정기 주주총회는 중대한 분기점으로 꼽힌다. 이사회 의장인 정병석 이사를 포함해 사외이사 5명 중 3명의 임기가 만료되기 때문이다. 2021년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삼성물산이 외친 이후 지배구조 개선을 이끌어온 주축 이사들의 대거 교체 시즌에 들어선 만큼, 새 인선 방향에 따라 삼성물산 이사회가 실질적 견제 기구로 재편될 수 있을지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삼성물산 관계자는 "다음 달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이달 열릴 예정인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다양한 의견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사회가 보다 실질적인 견제와 책임경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와 운영 전반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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