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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대로] 미국발 태풍, 때로는 글로벌 생태계 뒤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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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1. 26.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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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욱 논설심의실장
양식 어민들은 태풍에 애증(愛憎)의 감정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피해를 걱정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다릴 때도 있다. 태풍은 육지를 훌러덩 뒤집어 놓기도 하지만, 깊은 바다 바닥을 뒤집어줘 바닷속 생태계 재편 효과도 몰고 온다는 것이다. 양식장 지속가능성에 도움을 준다는 뜻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시작된 태풍은 세계 질서를 근본부터 뒤흔들고 있다. 오랜 기간 전통과 관습, 타성의 이름으로 묻혀 있던 바닷속이 뒤집어지는 모습을 세계인은 목도하고 있다. 당연시됐던 글로벌 규범과 질서가 옛이야기가 되고 마는 현실에 모두가 황당해하면서 말이다. 

서막은 이미 올랐다. 그건 2기 행정부를 이끄는 트럼프가 올렸다. '관세 전쟁'이 그것이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트럼프의 대통령선거 후보 시절 슬로건을 바탕으로 자국 이익을 철저히 챙기는 과정에서 비롯됐다. 그의 사업가적 기질이 바탕이 됐음은 물론이다. 각국은 느닷없는 관세 태풍으로 미국에 무릎을 꿇었다. 일본을 비롯해 독일, 프랑스 등 열강이 관세 앞에서 무너졌다. 관세 전쟁을 시작으로 세계 질서는 철저한 자국 이기주의를 바탕으로 재편되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은 관세를 통해 세계 각국 자본을 빨아들이고 있다. 높은 관세를 피하려면 미국 땅에 공장을 짓고 고용을 창출하라는 트럼프의 제안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역내 질서는 파괴되기 시작했다. 이전의 상호 호혜 원칙이나 다자간 무역 질서는 온데간데없다. 수출 입국 대한민국 등 각국은 미국의 돌발적 행동에 편할 날이 없다. 우리는 당장 매년 200억 달러씩 10년을 미국에 투자해야 한다.

미국의 마가는 보편적이지 않다. 세계 질서를 우선시하는 제도나 규제, 법률도 아니다. 미국에만 이익이 돌아가도록 설계돼 있다. 어디로 방향을 틀지 모르는 태풍이다. 미국은 마가를 기반으로 자국 이익 챙기기에 분주하다. 친소를 따지지 않는다. 이익이 된다면 친구고 아니면 적이다. 그래서 각국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드시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미국은 급기야는 남의 나라 영토까지 이익 창출의 대상으로 다룬다. 달러화와 관세를 무기로 그린란드를 손아귀에 넣으려 하고 있다. 러시아·중국 미사일 방어 거점 확보, 북극항로 관문 등 미국이 그린란드를 차지하면 이미 약 100년간 이어진 미국의 세계 패권이 최대 100년 연장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다. 덴마크는 당연히 그린란드의 가치를 포기할 수 없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뉴욕으로 압송함으로써 태풍 등급을 높여가고 있다. 마약 거래선을 차단한다는 명분이지만 원유 등 다른 목적에 대한 의지가 더 거세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건너다보이는 쿠바도 베네수엘라와 같은 운명 앞에 놓여있다. 파나마도 그런 대상이다. 언제든지 미국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사실상 속국처럼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취약국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다.

미국은 유엔 등 국제기구도 뒤흔들고 있다. 유엔 탈퇴 가능성을 거론했고, 최근 자국 이익에 반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는 이유로 31개 유엔 산하 기구에서 탈퇴했다. 가장 많은 분담금을 내는 미국은 자신만의 셈법으로 유엔을 무력화하고 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미국이 국제법보다 자국의 권력과 영향력을 우선시하고 있으며, 다자주의에 대한 신념 자체를 상실한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트럼프발 태풍을 피해 가기에는 역부족인 듯하다. 미국은 아예 유엔을 대체할 '평화위원회' 구상을 제시했다. 주한 미군 등을 거론하면서 각국의 안보 무임승차에 대해서도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무한 경쟁과 철저한 자국 이익 중심으로 대변되는 시대가 점점 보편성을 띠어 가는 형국이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지구를 휘감아 도는, 때 아닌 태풍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관세 무기를 피해 갈 방안을 찾느라 부심한다. 국제기구 등도 나름대로 셈법을 통해 태풍을 비켜 가려고 안간힘을 쓴다. 분쟁 발생 때마다 안전보장이사회를 열고 성명을 발표하는 데 그치고 있는 유엔은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건지, 무기력한지 근본적으로 따져봐야 할 상황이다. 

각국은 '돈타령'만 하는 듯한 미국의 우선주의에 혀를 내두르지만, 트럼프발 태풍이 만들어 가는 새로운 생태계에 차츰 순치되는 모습이다. 양식장의 지속가능성을 따진다. 살아남으려면 목숨 걸고 국익을 지켜야 한다. 태풍에 절대 뽑히지 않을 튼튼한 아름드리나무를 심어야 한다. 미국과 긴밀한 외교 네트워크를 구축해 태풍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우리라고 예외겠는가. 미국 제시 청구서에 화답하면서도 외환보유고를 잘 지켜야 한다. 인공지능(AI) 등 기술 개발에 온 힘을 쏟아부어 국제경쟁력을 갖춰 나가야만 한다. 

이번 태풍의 유효기간이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언젠가는 끝이 있을, 광풍(狂風) 같은 태풍은 익숙했던 질서를 근본부터 뒤흔들고 있다. 바닷속이 뒤집히는 걸 지속가능성 확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태풍은 피해만 남기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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