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안정·소통강화로 내부결속 다져
APEC·다보스서 산업협력 메시지 주도
AI·자율운항 등 미래사업 방향 제시
조선·건설기계 실적이 리더십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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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재계에 따르면 정기선 회장의 취임 이후 100일은 '안과 밖'을 동시에 챙기는 행보가 두드러졌다. 내부적으로는 조직을 다지고 직원들과의 접점을 넓히는 데 집중했다. 각종 사내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했고, 새해에는 직원들과의 격식을 없앤 열린 시무식을 개최했다. 수평적 조직 문화와 직접 소통을 강조해 온 그의 경영 철학이 자연스럽게 드러난 대목이다.
소탈한 행보와 달리 경영 현장에서는 긴장감을 유지했다는 평가다. 그는 부회장 시절부터 현장 경영을 중시해 왔다. 할아버지 아산(峨山) 정주영 창업주의 과감한 스타일은 대를 이어 물려받은 자산이다. 정 회장은 취임 후에도 울산, 청주 등 주요 계열사 공장을 수시로 찾고 있다. 내부 결속을 다지면서도 경영 전면에서는 원칙을 중시하는 리더십임이 분명하다.
그는 주요 국제 행사에 잇달아 참석하며 한국 산업계를 대표하는 메시지를 전달해 왔다. 지난해 말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서는 기조연설자로 나서 글로벌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달 19~23일에는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글로벌 리더들과 교류했다. 다보스포럼 참석은 올해로 네 번째로, 에너지 전환과 산업 구조 재편 논의에 꾸준히 참여했다. 올해는 글로벌 인공지능(AI) 기업 팔란티어와의 협력 확대를 공식화하며 AI 전환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해 말 HD한국조선해양에서 그룹 AI 기술을 총괄하는 조직을 대표이사 직속으로 격상한 바 있다.
미래 전략 방향을 제시한 가운데, 이제는 실제 성과로 연결지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조선업 호황 국면 속에서 조선 부문의 한 단계 도약을 어떻게 이뤄낼지 관건이다. 통합 HD현대중공업 체제에서의 시너지 창출이 핵심이다. HD건설기계 출범에 따른 실적 회복과 HD현대오일뱅크를 중심으로 한 석유화학 사업 재편, 신사업 발굴 역시 과제로 남아 있다.
정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그룹이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AI, 자율운항, 연료전지, 전기추진, 배터리팩, 로봇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서 의미 있는 성과들이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며 "이러한 흐름을 바탕으로 원천 기술을 조기에 확보하고 실제 제품에 적용해 상용화로 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올해는 특히 HD현대로보틱스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제기된 중복상장 논란을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중요한 시험대다. 성공적인 상장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주주가치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한미 조선 협력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포함한 해외 시장 확장 등 조선 사업의 구체화도 주요 과제다. 현재 미국에서 진행 중인 현지 인력 교류를 넘어 실질적인 투자나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조선소 인력난과 인프라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아시아 시장 확대와 인도 등 해외 조선소 구축이 계획대로 착수될지도 관건이다.
지배력 강화 역시 중장기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현재 HD현대 지분 구조를 보면 정 회장의 부친인 정몽준 이사장이 26.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정 회장의 지분은 6.12%로, 지배 구조의 안정성을 어떻게 높일지가 과제로 남아 있다. 향후 부친 지분을 승계할 경우 발생할 2조원 이상의 증여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는 부담 요인으로 거론된다.
재계 다수 관계자는 "조직 안정 이후 이제는 조선·기계 전반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할 때"라며 "마스가 프로젝트를 포함한 해외 확장 전략의 실행력이 초기 체제 평가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