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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5·18 유족, 국가 상대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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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승현 기자

승인 : 2026. 01. 22. 19:34

대법 "유족들이 화해간주 조항으로 위자료 청구권 행사 불가"
대법원3
대법원/박성일 기자
5·18 민주화운동 유족들의 정신적 피해에 대한 국가 상대 손해배상이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헌법재판소(헌재)가 관련 판결을 내리기까지 유족들이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는 취지에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2일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법에 돌려보냈다.

정부는 1990년 광주민주화보상법이 제정된 뒤 1990~1994년 사이 유족들에게 보상금 등을 지급했다. 해당 법안에는 신청인이 보상금 등 지급결정을 동의한 경우, 민주화운동 관련 피해에 대해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는 화해간주조항을 두고 있다.

헌재는 2021년 5월 27일 해당 조항을 두고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입은 피해 중 정신적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권 행사까지 금지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결했다. 원고들은 헌재의 이같은 결정에 따라 유족으로서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유족들의 위자료 청구권 시효 소멸 여부였다. 민법 166조 1항은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정하고 있다. 또 민법 766조 1항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손해나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면 시효로 인해 소멸한다"고 규정한다. 즉,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 기산점을 헌재의 판단일로 볼지, 보상금 등 지급결정일로 볼지가 쟁점이 된 것이다.

1심은 "원고들에게 화해간주 조항이라는 법률상 장애가 있었다"며 "헌재의 판단일로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1심 판단은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가족들의 손해는 옛 광주민주화보상법상 보상 대상이 아니고, 화해간주 조항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이날 대법원은 다시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민법 166조 1항에 따른 소멸시효 기산점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의 궁극적 판단 기준은 '권리행사의 객관적, 합리적 기대가능성"이라고 했다. 이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함에 있어 객관적, 합리적 기대가능성을 부정하는 사유가 있다면 그것이 일반적으로 이해되는 법률상 장애사유가 아니라도 단기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원고들이 화해간주 조항으로 인해 헌재의 위헌 결정이 있던 때까지 유족으로서 가지는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는 의미이다.

그러면서 "국가배상청구권의 기본권적 성질과 과거사 사건의 특성, 가해자인 국가가 국가배상 관련 법령을 제정·집행하는 과정에서 국가배상의 법률관계를 복잡하고 불명확하게 만들었고, 피해자인 국민이 자신의 권리관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그 권리를 행사하기 어렵게 된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경미 대법관은 "원고들의 위자료 청구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됐으나, 국가가 소멸시효 항변을 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이라 허용될 수 없다고 봐야 한다"는 별개의견을 밝혔다. 이어 "과거사 피해자들 중엔 진실규명 결정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 여전히 남아 있는데, 이들은 기산점으로 삼을 만한 단초가 없어 구제가 불가능하다"며 "과거사 사건 피해자 모두에 적용할 수 있는 보다 보편성 있는 법리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노태악 대법관은 반대의견으로 "5·18민주화운동으로 관련자와 그 가족들이 겪은 고통에 대해 충분한 배상이 이뤄져야 하지만, 현재 법리로서는 가족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봐야 한다"며 "이들에 대한 구제는 입법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손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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