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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 ‘베네수엘라 쇼크’, 서반구 질서 뒤흔들다… 쿠바·OPEC·멕시코 덮친 ‘3중 도미노’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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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1. 12. 09:15

"석유·자금 지원 없다"
생명줄 끊고 '루비오 대통령' 띄우며 쿠바 정권 압박
세계 최대 매장량 통제 미국, '에너지 패권'…OPEC 카르텔 위기
멕시코, '카르텔 소탕' 명분 앞세운 미국의 개입 공포
COMBO-US-CUBA-VENEZUELA-DIPLOMACY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왼쪽)이 2025년 7월 7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3일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마라라고 저택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AF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격적인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축출 작전은 단순히 한 남미 권위주의 국가의 정권 교체에 그치지 않고 있다.

이는 서반구(Western Hemisphere) 전체의 지정학적 질서를 재편하는 '거대한 도미노'의 시작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라는 거점을 확보함으로써, 수십 년간 미국의 눈엣가시였던 쿠바 공산 정권의 숨통을 조이고, 세계 석유 시장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독점적인 가격 결정권을 무력화하고, 국경을 맞댄 멕시코를 압박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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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국적 유조선 파스토리타호가 7일(현지시간) 쿠바 마탄사스 터미널 근처에 정박하고 있다./로이터·연합
◇ 대(對) 쿠바 전면 압박, 석유 공급 '제로(0)' 선언과 "루비오 대통령" 시나리오

가장 즉각적이고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곳은 베네수엘라의 형제국인 쿠바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소셜미디어(SNS) 플랫폼 트루스소셜을 통해 베네수엘라가 지난 20여년간 쿠바 경제를 지탱해 온 핵심 동력인 석유와 자금 지원을 원천 차단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들이 너무 늦기 전에 거래할 것을 강력히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쿠바가 하루 필요한 약 10만 배럴의 석유 가운데 베네수엘라에서 공급받아 온 약 3만~3만5000 배럴이 중단될 경우 이미 하루 20시간에 달하는 살인적인 정전을 겪고 있는 쿠바 국민에게 재앙적이며 정권 유지에 치명적인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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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인들이 7일(현지시간) 쿠바 마탄사스의 주유소에서 차량에 연료를 채우고 있다./로이터·연합
트럼프 행정부는 물리적 압박과 더불어 심리전도 병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차기 쿠바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SNS 게시물에 "내게는 좋은 생각으로 들린다"고 공개적으로 동조하며 쿠바 정권을 압박했다.

쿠바계 미국인인 루비오 장관은 대표적인 대중남미 강경파로 그의 존재 자체가 쿠바 정권에는 위협이다. 그는 4일 NBC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쿠바 정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며 "내가 하바나에 있는 쿠바 관리라면 우려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즉각 반발했다. 그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쿠바는 자유롭고 독립적이며 주권 국가"라며 "누구도 우리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조국을 수호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비공개 평가에 따르면 쿠바 경제는 농업과 관광 산업의 붕괴, 만성적인 정전으로 인해 한계 상황에 봉착해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비록 CIA가 즉각적인 정권 붕괴 여부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베네수엘라라는 버팀목이 사라진 쿠바가 독자적으로 생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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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두번째)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주재한 미국 석유업계 경영진 모임에서 참석자에게 발언을 요청하는 듯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로이터·연합
◇ WSJ 분석, 미국의 '석유 패권'과 OPEC 카르텔의 영향력 약화 위기

미국의 베네수엘라 석유 시장 장악은 에너지 시장에서도 거대한 지각변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세계 최대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의 석유 생산을 사실상 통제하게 됨으로써,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주도해 온 'OPEC+'의 시장 지배력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베네수엘라 유전을 미국의 통제하에 두고 생산량을 늘리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이 글로벌 석유 공급망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OPEC의 창립 회원국인 베네수엘라가 사실상 미국의 에너지 전략 자산으로 편입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배럴당 50달러 수준의 저유가를 선호하며, 이를 위해 베네수엘라의 증산을 적극 추진할 계획인데, 현재 하루 100만 배럴 수준인 베네수엘라의 생산량이 장기적으로 200만 배럴 이상으로 늘어날 경우, 글로벌 시장은 심각한 공급 과잉에 직면하게 된다고 WSJ은 전망했다.

이는 유가 부양을 위해 감산을 지속해 온 OPEC과 러시아에 치명타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비전 2030' 등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 수행과 재정 균형을 맞추기 위해 배럴당 100달러 이상의 고유가가 절실하다. 하지만 미국이 주도하는 공급 확대에 맞서 독자적으로 감산을 단행할 경우, 유가 방어는커녕 시장 점유율만 뺏기고 미국과의 관계마저 악화될 수 있는 진퇴양난에 빠질 수 있다.

JP모건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본토의 생산량에 베네수엘라, 그리고 미국 기업이 주도하는 가이아나의 매장량까지 합칠 경우 미국은 전 세계 석유 매장량의 약 30%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절대적인 '에너지 패권국'으로 등극하게 되는데, 이는 OPEC 카르텔의 영향력 약화를 앞당기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WSJ는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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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소칼로 광장에서 진행된 소속 정당 모레나 집권 7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로이터·연합
◇ NYT 분석, 멕시코의 공포 "다음은 우리?"

베네수엘라 사태를 지켜보는 멕시코의 시선에는 '공포'가 서려 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마약 카르텔 소탕'을 명분으로 멕시코 영토 내에서 군사 작전을 감행할 수 있다는 위협이 더 이상 '허풍'이 아닌 '현실적 공포'로 다가왔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멕시코 관료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 개입 발언을 협상용 지렛대 정도로 치부해 왔다. 그러나 미군 특수부대가 베네수엘라에 전격 투입돼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하고 정권을 무너뜨리는 과정을 목격한 뒤, 멕시코 정부 내 기류는 급변했다.

한 멕시코 고위 관리는 "그들이 베네수엘라에서 한 일을 보고 우리는 '이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구나. 우리도 다음 타깃 명단에 올라있을 수 있겠구나. 게다가 우린 이미 경고까지 받았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특히 멕시코 정부를 긴장시키는 대목은 미국 검찰이 공개한 마두로의 기소장 내용이다. 기소장에는 마두로가 멕시코의 악명 높은 '시날로아 카르텔'과 공모해 미국으로 마약을 밀수했다는 혐의가 25차례나 구체적으로 언급돼 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작전의 명분을 멕시코 카르텔 소탕으로 확장할 수 있는 법적, 논리적 근거가 된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폭스뉴스 '숀 해니티' 인터뷰에서 멕시코 카르텔에 대한 지상 작전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바다(해상)로 들어오는 마약의 97%를 제거했다"며 "이제 우리는 카르텔과 관련해 지상 공격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르텔이 멕시코를 운영하고 있다"며 "그들은 우리나라에서 매년 25만~30만 명을 죽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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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법의학 기술자들이 9일(현지시간) 시우다드 후아레스 외곽에서 발견된 유해를 조사하고 있다./로이터·연합
좌파 성향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외교적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작전을 주권 침해라고 비판해야 하는 정치적 압력을 받고 있지만, 대외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해 미군의 멕시코 개입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해 발언 수위를 극도로 조절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멕시코가 쿠바에 대한 최대 석유 수출국이라는 점도 미국이 압박할 수 있는 요인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멕시코가 지난해 베네수엘라를 제치고 쿠바에 대한 최대 원유 공급국이 됐다"며 "마두로 정권이 재정난으로 원유를 암시장에 더 많이 판매하려고 했기 때문인데, 특히 중개업체를 통해 중국으로의 수출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셰인바움 대통령은 "쿠바에 대한 지원은 오랜 전통을 가진 것으로 계약과 인도적 차원으로 이뤄져 왔다"고 주장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베네수엘라 개입은 단발성 군사 작전이 아니라 쿠바 정권의 생존을 위협하고, OPEC의 가격 통제권을 빼앗으며, 멕시코의 안보 불안을 자극해 미국 중심의 새로운 서반구 질서를 구축하려는 거대한 지정학적 프로젝트의 신호탄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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