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 비난하면서도 미 외교단 맞이한 로드리게스의 '이중 전략'
좌파 게릴라 리더의 딸에서 트럼프 파트너로
생존 위해 '선동' 버리고 '실용' 입은 로드리게스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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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특수 부대가 지난 3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카라카스 관저에서 전격 체포해 미국 뉴욕으로 압송한 후 양국은 군사 충돌이나 외교 단절이 아니라 외교 관계 복원이라는 전혀 다른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야권의 상징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 대신, 마두로 정권의 2인자인 델시 로드리게스 대통령 권한대행 겸 부통령을 파트너로 낙점하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해빙은 화해라기보다 이해관계가 교차한 '적과의 공존'에 가까운 것으로 분석된다.
◇ 미-베네수엘라, 외교 관계 복원 '탐색'
로드리게스 권한대행은 9일 성명을 통해 미국과의 외교 관계 복원을 공식화했다. 그녀는 자신의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가 '탐색적(exploratory)' 외교 절차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며 구체적으로 양국 외교 공관의 재설치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로드리게스 대행은 마두로 체포를 납치이자 국제법 질서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침략으로 인해 발생하는 결과를 다루고, 상호 이익이 되는 실무 의제를 추구하기 위해 대화에 나선다"고 설명했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같은 날 2019년 이후 닫혀있던 카라카스 주재 미국 대사관의 문을 다시 열기 위해 외교관들이 현지에 도착했다고 확인했다. 대변인은 이들이 미국 대사관의 단계적 운영 재개 가능성을 위한 초기 평가를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8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로드리게스 대행이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NYT는 "이러한 움직임은 양국 관계의 모순과 급변하는 성격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침략자'와 손을 잡는 '피해자'의 모습이 베네수엘라 정권의 생존 본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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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마두로' 권력의 단기적인 향배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사실상 결정난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마차도의 즉각적인 선거 요구를 일축했다.
그는 "우리는 국가를 재건해야 한다. 그들은 선거를 치를 수 없다"며 "그들은 지금 당장 선거를 어떻게 치러야 할지도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9일 백악관에서 베네수엘라 석유 인프라 재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가진 미국 석유업계 경영진과의 회의에서 "현재 베네수엘라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과 우리의 관계는 매우 좋다"며 "그들이 우리를 상대하는 방식이 매우 영리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소셜미디어(SNS) 플랫폼 트루스 소셜을 통해 베네수엘라 정부의 협조 덕분에 이전에 예상됐던 2차 공격을 취소했으며, 이는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3일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저택에서 한 마두로 대통령 체포 관련 기자회견에서도 '마차도가 차기 지도자가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녀가 국내에서 지지 기반도 존중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지도자가 되는 건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정치 분석가 파블로 킨테로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그녀는 군대나 정부 내에 침투력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WSJ는 로드리게스 대행과 마차도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받기 위해 위험 부담이 큰 경쟁을 펼치고 있다면서도 승부는 이미 갈렸다고 평가했다.
WSJ는 "미국 기밀 정보 평가에 따르면, 로드리게스를 포함한 마두로 정권의 고위 인사들이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임시 정부를 이끄는 데 가장 적합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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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마차도는 자신이 수상한 노벨 평화상을 트럼프 대통령과 공유하고 싶다고 했지만,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불허' 방침을 밝히면서 또 한번의 좌절을 겪게 됐다.
마차도는 5일 폭스뉴스 '숀 해니티 쇼'에 출연, "베네수엘라 국민은 그 상을 그에게 주고, 공유하기를 원한다고 우리는 믿는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8일 폭스 인터뷰에서 "그녀가 그렇게 하고 싶어 한다고 알고 있다. 그것은 커다란 영광이 될 것"이라면서 자신이 수상하지 못한 것이 "노르웨이에 큰 망신(embarassment)"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노벨위원회는 9일 성명을 통해 노벨상 수여 결정은 노벨 재단의 규정에 따라 최종적이고 영구적이며, 이의제기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NYT는 마차도의 '노벨상 해프닝'이 그녀의 정치적 고립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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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리게스 대행은 1970년대 무장 투쟁을 전개했던 마르크스주의 게릴라 조직 '사회주의 연맹'의 리더로 미국 기업인 납치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체포돼 심문을 받는 중인 1976년 사망한 호르헤 안토니오 로드리게스의 딸로 부친의 사망 당시 그녀의 나이는 7세였다.
NYT는 이날 '베네수엘라 새 지도자가 혁명가에서 트럼프의 영향권으로 어떻게 이동했는가'라는 기사에서 로드리게스 대행의 과거와 현재를 대조하면서 그녀의 변신을 집중 조명했다.
로드리게스 대행은 2014년 외무장관 시절 시위 진압 문제로 서방 외교관들과 비공개 회의를 가졌을 때 손가락질을 하면서 고함을 쳤다고 NYT는 보도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터키 외교관 임다트 오너는 NYT에 "그녀는 매우 공격적인 언어를 사용하며 그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며 "이는 외무장관이 행동하는 방식이 아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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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녀는 베네수엘라의 경제 파탄 속에서 변신했다. NYT는 로드리게스 대행이 "황폐해진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방향을 전환했고, 이는 그녀를 미국의 베네수엘라 운영 계획에 필수적인 존재로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그녀의 '입'은 여전히 직설적이었다. 2025년 9월 NYT 인터뷰에서 "미국 국방부는 항상 베네수엘라의 석유 매장량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며 "전략적 목표 중 하나가 정권 교체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로드리게스 대행은 마두로 체포 후인 7일 저녁 연설에서도 "베네수엘라는 핵보유국에게 공격받은 평화로운 국가"라며 미군의 작전을 비판했다.
◇ '투사' 이미지와 트럼프와 협상할 수 있는 '테크노크라트'
그럼에도 불구하고 NYT는 그녀가 겉으로 보이는 '투사' 이미지 뒤에 트럼프 대통령과 협력할 수 있는 직설적인 기술관료의 면모를 숨기고 있었다며 이러한 변신은 "그녀가 권력을 축적하면서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로드리게스 대행은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못 이겨 미국 석유 기업들에 특혜를 제공하는 현실 정치를 받아들이고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NYT는 또한 그녀의 독특한 개인적 면모도 소개했다. 그녀는 업무를 세세하게 챙기는 '마이크로 매니저'이면서 동시에 인도 구루인 사이 바바(Sai Baba)의 영적 제자로 인도 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의 영적 공동체인 아슈람을 자주 방문해 경배 등의 활동을 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