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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미중 경쟁의 새로운 국면과 동북아 정세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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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1. 08. 17:51

한형동 중국 칭다오대학교 석좌교수
◇ 2026년 동북아 정세 전망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은 국제적으로 대진동의 파장을 던지면서 국제질서는 대전환을 예고하는 '변곡점(inflection point)'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된다. 동북아는 미·중 전략경쟁의 무대이자, 세계열강의 지정학적 요충지다. 이러한 세계 안보지형의 전광판인 동북아 정세는 올해도 미중 경쟁의 관리된 긴장(managed tension) 국면 속에 북중러 연대와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라는 이중 구도로 전개될 전망이다. 미국의 브루킹스(Brookings) 연구소는 미국의 대외정책이 중·러·이란·북한(이른바 '크링크 축') 견제에 집중되고 있으며,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과 전략적 역할 확대를 요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일본국제문제연구소(JIIA)는 '향후 동북아 정세는 미중 전략경쟁의 구조적 심화와 북러 동맹의 제도화, 그리고 일본의 적극적 인태 전략 참여로 인해 더욱 복잡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런 싱크탱크들의 분석들은 동북아 정세가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하면서 '신(新)냉전적 구도'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이에 따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중국의 현상 변경 전략이 충돌하는 가운데 한국은 전략적 자율성과 동맹 공조 사이에서 지혜로운 외교 전략을 요구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은 25년 한해 외교 안보 군사 부문에서 돌풍적 파란을 일으키며, 세계 외교 무대의 조명을 받았다. 특히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이 긴밀해져 우리를 긴장시키고 있다.

한편, 미국 조야에서는 미-북한 관계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의 톱다운 방식 (top-down diplomacy) 접근과 김정은의 발언을 근거로, 2026년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이 꾸준하게 제기되고 있으나, 남북 대화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으로 인해 재개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미중 전략경쟁과 동북아 질서의 재편

트럼프의 미국우선 외교정책(America First foreign policy)은 미국의 패권유지, 국경확보 등 핵심 이익에 대한 영향력 증대, 대(對)중국 관계 재조정을 중시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에 중점을 두고 있다. 미국은 또한 "임시 국가안보전략 지침"에서 중국 억제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며,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동맹국의 국방비 증액과 역할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중국은 외교 정책 기조를 '안정화된 강대국 관계'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에 두고 있다. 특히 대미 헤게모니 전략으로 "신시대의 중국 군비통제, 군축 및 비확산"이라는 백서를 통해 '책임 있는 강대국'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국제규범 경쟁(normative competition)을 선도하려는 전략적 목적이 있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미국은 '중·러·이란·북한(CRINK축)을 연결된 도전 세력으로 규정하고, 다층적 억제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반면 중국은 '일대일로'와 다극화 전략으로 역내 영향력 강화와 군사력 증강을 꾀하며, 러시아·북한과의 연대를 통해 미국 중심 질서에 도전하고 있다. 이러한 구도 속에서 동북아는 '현상변경 국가'와 '질서 수호 국가'의 대립이라는 이중적 구조를 띠게 되었다. 특히 북한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이후 중국·러시아와의 전략적 연대를 강화하며, 미국·한국·일본의 공조에 맞서는 '완충지대'로서의 가치를 부각하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미중 양국은 반도체, AI, 에너지 전환 기술에서의 공급망, 탈동조화 문제로 첨예한 대립상을 보이며, 각축하고 있다. 나아가 기존의 미국주도 국제규범 체제에 중국도 반패권 평등주의를 내세우며, 새로운 국제질서 재편을 주도하려고 한다. 따라서 미·중 경쟁은 동북아 역내 다자 협력의 기회를 제한하면서도, 새로운 협력의 틀을 모색할 필요성을 제기할 것이다.
  
◇ 한국의 전략적 딜레마와 대응방안

2025년 베이징 전승절 행사에서 북중러 정상의 연대 과시는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를 고착시키는 신호탄이었다. 한미일은 합참의장 회의와 FOIP(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구상을 통해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는 북한 위협뿐 아니라 대만·남중국해 문제까지 공동 대응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동북아 역내 정세가 '한반도 신냉전'으로 규정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전략적 선택지를 강요받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중국이 미국과의 패권경쟁 차원에서 한미일 공조를 약화시키기 위해 한국과 일본에 견제구를 던지고 있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시진핑은 이 대통령에게 "올바른 역사의 편에 서라"며 내정간섭적인 외교 결례를 서슴지 않았다. 또한 그는 일본 수상과도 한껏 대립각을 세우며, 희토류 금수조치를 취하는 등 동북아 주요국에 비우호적 태도를 보였다. 이런 것이 우리에게는 곤혹스러운 상황인 것이다.

한·미·일 협력은 중국·북러 연대에 대응하는 핵심축이지만, 지나친 동맹 의존은 한국의 외교적 자율성을 제약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은 전략적 자율성의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대중·대러 관계에서도 일정한 협력 공간을 확보해야 하며, 이를 통해 지정학적 리스크를 완화할 필요가 절실하다.

또한, 미중 양국 사이에서 '편승'과 '균형'의 유연한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명제가 우리의 선택적 판단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러한 동북아 질서 재편 과정에서, 한국의 대응방안은, '동맹과 자율성의 균형', '다자주의적 외교', '대북 현실주의'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전략을 설계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전제하에 아래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해 본다.

첫째, 우리는 견고한 한미일 공조를 외교의 기본 노선으로 정해야 한다. 그리하여 미국과 고조된 산업협력 분위기에 편승, 트럼프 정부가 우리의 핵 기반 조성과 대북문제의 한미공조에 협조토록 더욱 관계를 심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트럼프 가족 등 영향력 인사를 통한 막후 외교 채널을 가동할 필요가 있다. 

둘째, '신냉전 구조' 고착화 방지를 위한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는 비단 한반도 문제를 넘어 세계평화 체제와 동북아 안정을 위한 원대한 비전의 새로운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대중국 및 대러시아 고급 대화 채널 구축도 신중히 검도해볼 만하다.

셋째, 외교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 이와 관련, EU 및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다층적 연대를 구축, '중견국 경제협력 플랫폼' 등 새로운 협력 구조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특히 광폭의 전략적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쿼드 가입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혹자는 이를 두고 중러를 자극한다는 이유로 반대하나, 이는 단견이다. 오히려 쿼드 가입은 중국의 한국 경시를 예방하고, 미국에는 한미안보 강화 조치로 보여 대미협상에 유리한 면도 있다.

넷째, 북한 핵이 이미 고착된 상황에서 외교적인 노력의 한계가 있음을 직시하고, 다자 틀 속에서의 대북 접근 등 대북정책의 현실적 조정을 도모해야 한다. 막연한 평화주의로는 오히려 북한에 오판의 시그널만 줄 뿐 만족할 만한 성과를 도출하기 힘들 것이다.

다섯째, 경제면에서는 공급망 안정화, 첨단산업 경쟁력 확보, 무역 다변화 전략을 추진하되, 미국과는 전략산업에서 긴밀히 협조하면서 중국과는 관리된 협력의 패턴 속에 미·중 간 균형도 고려하여, 첨예한 대립 사안은 상황에 따라 협력과 경쟁의 전략적 선택을 병행해야 한다. 

/한형동  중국 칭다오대학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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