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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사이트] 공간을 지배하는 자가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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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1. 07.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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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경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사)한국소비자학회 공동회장)
"이제는 모든 것이 온라인에서 가능하지 않나요?" 기업들이 오프라인 공간의 필요성을 논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질문이다. 클릭 몇 번이면 원하는 상품이 집 앞에 도착하는 시대에, 오프라인 공간은 비용만 많이 드는 비효율적인 자산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소비자들은 여전히 백화점에 가고, 카페에 머물며, 브랜드 팝업을 찾아다닌다. 오프라인 공간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그 역할이 바뀌었을 뿐이다.

오늘날 소비자는 더 이상 제품만을 구매하고 소비하지 않는다. 제품을 구매하기 위한 공간에서의 경험도 구매와 소비의 일부분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매장을 찾는 이유가 물건을 손에 넣기 위해서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외출했다는 기분, 공간의 분위기, 직원과의 짧은 대화, 다른 사람들과 경험을 공유하는 장면까지 모두가 하나의 소비 경험이 된다. 온라인이 속도와 효율을 제공한다면, 오프라인은 정서적 만족과 기억을 남긴다. 그리고 이 기억이 소비자의 선택을 좌우한다.

오프라인 공간의 경쟁력은 오감에서 나온다. 제품을 직접 만지고, 향을 맡고, 음악과 조명을 함께 경험하는 과정은 브랜드를 하나의 '세계관'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이 순간 소비자는 가격이나 스펙보다 "이 브랜드가 나에게 어떤 느낌을 주는가"로 판단한다. 공간 경험은 브랜드 신뢰로 전환되고, 이는 구매로 이어진다.

애플 스토어는 이 전략을 가장 잘 보여준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단순히 제품만을 사지 않는다. 기술에 대한 태도, 브랜드의 철학, 라이프 스타일을 공간 전체로 체험한다. 매장이 붐비는 상황조차 브랜드의 영향력을 체감하게 하는 경험으로 작용한다. 공간은 가장 설득력 있는 브랜드 메시지다.

이러한 흐름은 다른 브랜드에서도 확인된다. 스타벅스는 단순히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니라 머무르고 싶은 '제3의 공간'을 만들었고, 나이키는 매장을 체험의 무대로 설계해 '함께 운동하는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강화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UX 스튜디오 역시 현대자동차가 자동차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브랜드일 뿐만 아니라,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는 기업이라는 메시지를 공간으로 전달한다.

중요한 점은 이 모든 공간이 판매보다 경험을 먼저 설계한다는 것이다. 소비자는 그 경험을 통해 브랜드를 신뢰하게 되고, 그 신뢰는 반복 구매와 장기적인 관계로 이어진다. 결국 공간은 단기 매출을 올리는 장소가 아니라, 브랜드를 기억하게 만드는 장치다.

최근 필자는 선물을 사기 위해 들렀던 백화점의 어느 매장에서 아주 독특한 경험을 했다. 매장 직원이 제품을 구매하라고 유도하기보다는 선물을 받을 사람과 주는 사람의 관계를 고려한 진정성 있는 조언을 해준 것이다. 이는 단순히 제품 판매를 위한 조언이 아니라 고객의 감정과 상황에 대한 공감을 하는 조언이었다. 이러한 경험은 오래도록 기억될 브랜드와 관련된 경험이 된다.

이제 기업이 던져야 할 질문은 명확하다. "우리의 공간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제품을 설명하는 공간인지, 브랜드의 태도와 철학, 진정성을 느끼게 하는 공간인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소비자의 기억 속에 오래 남는 것은 제품만이 아니라, 그 제품을 경험한 공간이다. 결국 공간을 지배하는 기업만이 소비자의 선택을 지배하게 된다는 것을 명심할 때다.

안희경 교수는 …
서강대학교에서 문학사와 경영학 석사학위를, 캐나다 토론토대학교(University of Toronto)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마케팅 전공)를 취득했다. '소비자학연구' 편집위원장, (사)한국광고학회 부회장, (사)한국마케팅학회 상임이사 등을 역임하며 마케팅 및 소비자관련 연구 분야에서 활발한 학술 활동을 이어왔다. 현재는 한양대 경영학부에서 소비자행동, 소비자의사결정론 및 전략적 ESG커뮤니케이션 등의 교과목을 담당하며 학부 및 대학원 교육에 힘쓰고 있으며, 행동적 의사결정 이론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의 선택과 판단에 대한 근원적이고도 중요한 주제들을 다룬 연구들을 국내외 저명 학술지에 발표하고 있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안희경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사)한국소비자학회 공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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