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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중국의 보호주의 교훈, 은행 51% 지분론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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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2. 23.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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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한국디지털자산평가인증 전문위원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보면 주인공이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여 작전 중 외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하는 장면이 있다. 주인공은 심심풀이 삼아 탁구채를 손에 쥐고 탁구를 시작하는데, 실력이 점점 늘어 종국에는 미국 탁구 국가대표 자격으로 중국 국가대표와 원정 탁구 경기를 하는 장면이 묘사됐다. 영화적 연출이라고 볼 수 있지만, 사실은 역사적으로 실재했던 '핑퐁외교'다.

'핑퐁외교'는 1971년 미국과 중국의 탁구 대표팀이 처음으로 만나 선물을 교환하면서, 스포츠를 시발점으로 인적·정치적 교류의 돌파구가 열렸다. 뒤이어 닉슨 대통령이 1972년 2월 중국을 방문해 국교 정상화 의지를 보였고, 1979년 덩샤오핑 주석이 미국을 방문해 과학, 기술, 문화에 관한 협력에 서명했다. 그리고 중국은 1979년 7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 중외합자경영기업법을 중국 제5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채택했다. 이 법은 합자기업의 설립, 운영, 세금, 이익 분배, 종료 등에 대한 기본 틀을 제공했고, 굳게 닫혀있던 중국 시장을 전세계에 개방하는 신호탄이 됐다.

중국은 시장을 개방하면서 엄청난 성장을 거뒀다. 세계의 공장을 자처하며, 자신들의 영토에서 만든 상품을 세계로 수출했다. 초기에는 중국 측 주도권이 강해 외국 투자자들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합작투자 방식에서 중국 파트너의 지분이 최소 50%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 등이 붙었기 때문이다. 달콤한 성장을 기대하고 진입했던 외국 투자자들이 손해를 입고 사업을 종료하거나, 울며 겨자먹기로 이끌려가는 경우도 허다했다. 이러한 문제로 외국인 투자가 줄어들고, 중국에 대한 투자는 위축됐다. 결국 중국은 2020년 '외국인 투자법'을 시행하면서 기존의 외국인 투자 관련 법률을 통합하고, 네거티브 리스트로 전환하여 대부분의 분야에서 외국인 100% 소유가 자유화됐다. 그러나 중국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려는 외국인 투자자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중국이 개방을 선택했을 때 가장 크게 고려했던 것은 자국 산업에 대한 보호였을 것이다. 하지만 자국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의지가 강했기에, 중국 진출의 쓴 맛을 본 외국인 투자자는 중국 투자에 대한 선입견이 생겨버렸다. 투자에서 결실을 거두어도 회수하기는 어려운 시장이라는 편견이 자리 잡게 됐다. 미츠이 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외국인 직접 투자액은 2021년 3,441억 달러에서 2024년 1,162억 달러로 줄어들었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는 지난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비공개로 자문위원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한국은행 요구에 대한 반대 의견이 다수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행은 "은행이 51% 이상의 지분을 가진 컨소시엄 모델이어야 한다"라는 입장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국회를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 논의가 시작되자,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부정론부터 은행 51% 지분론까지 적극적으로 입장을 내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법제화가 마무리 되어가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은행 51% 지분론은 1979년 중국의 자국 산업 보호 방침과 유사하다. 중국의 보호 대상이 자국 산업이었던 것에 비해, 한국은행의 보호 대상은 은행이라는 점이 다르다. 중국 산업의 경계 상대가 외국 투자 자본이었다면, 은행의 경계 상대가 한국 투자 자본을 포함한다는 점도 다르다면 다를 수 있다.

이 때문에 디지털자산 TF 비공개 간담회에서는 한국은행의 요구를 반대하는 의견이 다수 나왔다고 알려졌다. TF 간사인 안도걸 의원은 "한은이 제시하고 있는 '51%' 모델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전문가가 우려를 표명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속도전을 예고했지만, 계획대로라면 연말에는 입법이 완료됐어야 하는 사안이다. 한국은행의 동의를 기다리며 시간을 허비하고 혁신을 미룰 수는 없는 일이다.

/이정훈 한국디지털자산평가인증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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