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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올해 3분기까지 국내 5대 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9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발생한 53건과 비교해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사고 금액대로 구분해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10억 미만, 10억에서 100억 사이, 100억 이상 금액대에서의 금융사고 건수가 모두 증가했습니다. 특히 해외에서 발생한 대형 금융사고의 영향으로 액수도 크게 증가했습니다. 유형 별로는 사기가 가장 많이 나타났지만 횡령, 배임 등 다른 유형도 모두 증가하는 모양새입니다.
특히 올해는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책무구조도'가 도입됐습니다. 책무구조도란 금융회사에서 임원별 내부통제 책임을 명확히 구분함으로써 각 임원이 내부통제 의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하도록 촉진하는 제도입니다.
시범운영 컨설팅, 내부통제 관리의무 위반 관련 제재 운영지침 마련 등을 통해 책무구조도를 안정적으로 안착시키려 했지만 실효성에는 의문 부호가 붙습니다. 올해도 금융사고가 빈번했지만, 지금까지도 내부통제 관리의무 위반을 이유로 제재를 받은 사례는 한 건도 없습니다. 사고 발생 시점이 제도 시행 이전이거나, 적용 요건이 불명확하다는 이유에서였죠.
금융당국도 이런 흐름을 가볍게 보고 있지 않습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얼마 전 진행된 금융감독원장과 8개 금융지주 회장들의 간담회에서 "임원의 내부통제 활동이 형식적인 점검에 그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할 전산 시스템 구축 등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꼬집었습니다. 은행권 내부통제 워크숍에서도 박충현 부원장보를 통해 같은 지적이 반복됐죠.
은행들과 금융지주들이 AI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방식의 내부통제 제고 방안을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큽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AI 기술은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있는 만큼, AI 도입 자체가 내부통제 강화의 해법이 될 수는 없다"며 "준법 의식을 비롯해 근본적인 내부통제 체계와 시스템 자체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금융업계뿐만이 아니라 산업, 유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일어나면서 신뢰의 중요성이 커지는 요즘입니다. 금융사들에게 내부통제 강화는 신뢰를 넘어 실적과 연결돼 있습니다. 연말 쏟아지는 은행들의 내부통제 강화 지침들이 매년 반복되는 외침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방안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통제를 우선시 하는 체계와 문화를 갖추는 것이 선행돼야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