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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證 ‘벨기에펀드’ 피해 1900명 일괄배상… 리스크 사전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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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삭 기자

승인 : 2025. 12. 22. 18:21

불완전 판매·부실운용… 910억 규모
당국 제재 수위 감안 연내 확정 예정
자율배상 땐 투자자 4분의 1만 받아
"부동산 펀드 손실보상 기준점 될 듯"
한국투자증권이 불완전판매·부실 운용 논란을 빚은 벨기에 펀드와 관련해 일괄배상을 추진한다. 개별 배상만으로는 투자자 반발을 잠재우기 어려운 데다 당국의 추가 조치 가능성도 나오면서다. 업계에서는 손실 인식과 리스크 차단을 동시에 꾀하는 전략적 선택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는 일부 계약에 한정된 자율배상으로 대응해 왔지만, 당국 기조에 따라 배상 범위와 금액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위험을 감안해, 올해 회계연도 안에 비용을 한 번에 털어내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는 셈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한국투자증권의 이번 움직임이 향후 부동산펀드 손실 사태의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한국투자 벨기에코어오피스 부동산투자신탁2호' 투자자 1900여 명의 피해 구제를 위한 일괄배상안을 계획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측은 이르면 올해 안에 당국 제재 수위를 바탕으로 배상안을 확정지은 뒤 전체 투자자들에게 고지할 방침이다.

한국투자증권이 일괄배상을 추진하는 건 재무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벨기에 펀드 관련 배상금을 올해 실적에 반영하면 일시적으로 당기순이익이 감소하는 부담은 있지만 내년부터는 이 리스크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 있어서다.

반면 일괄배상을 미루다 보면 금융당국의 최종 처분에 따라 배상 책임이 더 무거워질 수 있어 전체적인 처리 비용이 급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한국투자증권 입장에서는 불확실한 리스크를 내년까지 끌고 가는 것보다 올해 안에 매듭짓는 것이 중장기 재무 계획 수립에 훨씬 유리한 판단인 것이다. 한국투자증권 측은 최근 벨기에 펀드 투자자들에게 이 같은 뜻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2019년 6월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이 조성한 벨기에 펀드는 벨기에 건물관리청이 입주한 투아송도르 빌딩 장기임차권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한국투자증권·KB국민은행·우리은행에서 각각 590억원·200억원·120억원 등 총 910억원 규모로 판매됐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고금리로 인한 자산가치 하락 및 현지 오피스 시장 불황, 선순위의 대출 만기 연장 거부에 의한 강제 청산으로 전액 손실 사태를 맞았다.

투자자들은 한국투자증권 등 판매사가 벨기에 정부 기관이 임차인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안전한 상품이라는 설명을 했을 뿐, 자기들이 후순위 대주에 속했단 점은 명확히 안내받지 못했다고 말한다.

선순위 대주인 영국 생명보험사 로쎄이(Rothesay)가 일방적으로 자산을 청산할 경우, 후순위 투자자는 원금을 한 푼도 건지지 못할 수 있다는 설명이 미흡했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올 10월부터 벨기에 펀드와 관련한 불완전판매 및 부실 운용 의혹에 대한 검사를 진행해 왔으며, 그 결과 발표가 임박한 상황이다. 검사에서는 상품 기획 단계부터 판매 과정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문제점들이 지적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이찬진 금감원장은 "벨기에 펀드 불완전판매 관련 내부통제 위반 여부가 확인되면 기존에 처리된 건을 포함한 모든 배상기준을 재조정할 수 있다"고 언급하는 한편, 벨기에 펀드 투자자를 만나 직접 민원 상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투자증권과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한국투자증권은 벨기에 펀드 판매 건수 1897건 중 458건(24.1%)에 해당하는 투자자들에게 자율배상을 실시한 바 있다. 금액 기준으로는 60억7000만원이 배상됐다. 하지만 이는 전체 투자자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해 나머지 1439건(75.9%)의 투자자들은 배상을 받지 못했다.

한국투자증권이 배상 방식을 일괄배상으로 전환할 경우, 그동안 배상을 받지 못했던 투자자들에게도 일정 비율 이상의 배상금이 지급될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일괄배상을 준비하고 있다"면서도 "일괄배상 비율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이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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