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공직자 소년범죄 공개법’ 발의…법조계 “소년법 취지 위반”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2.asiatoday.co.kr/kn/view.php?key=20251208010004356

글자크기

닫기

손승현 기자

승인 : 2025. 12. 08. 18:21

공직자·고위공무원 소년범죄 기록 국가 확인
法 "보호처분 비공개 원칙·재사회화 취지 반해"
나경원 지방선거총괄기획단장 연합뉴스 인터뷰
국민의힘 지방선거총괄기획단장인 나경원 의원이 지난 12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연합뉴스
소년범 전력 논란을 계기로 배우 조진웅씨(49)가 은퇴를 선언한 가운데 고위공직자의 미성년자 시기 흉악범죄 전력을 국가가 공식 검증하는 법안이 추진된다. 다만 '재사회화'라는 소년법 취지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일 '공직자 소년기 흉악범죄 조회·공개법'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씨를 계기로 고위공직자에 대한 소년 시절 검증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대상은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고위공무원과 국가 최고 수준의 정부포상·훈장 대상자와 기수훈자다. 이들의 소년 시기 중범죄 보호처분과 형사 판결문 등의 '존재 여부'만 국가기관이 조회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는다. 또한 검증 범위를 살인과 강도, 성폭력 등으로 한정하고 일반 폭력이나 경미한 재산범죄 등은 제외해 과도한 낙인을 최소화했다.

선거 후보자는 선거공보에 판결문 존재 여부를 의무 기재해야 한다. 또 국가기관이나 관계자가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유출하면 형사처벌 등 징계를 받도록 했다.

현행법상 소년보호처분 기록은 비공개를 원칙으로 한다. 소년법 30조의2는 소년 보호사건의 기록과 증거물을 소년부 판사의 허가를 받은 경우에만 열람하거나 등사할 수 있도록 엄격히 규제한다. 70조 1항 역시 소년 보호사건과 관계있는 기관은 재판, 수사 또는 군사상 필요한 경우 외의 어떠한 사건 내용 조회에도 응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시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조사나 심리 중에 있는 보호사건이나 형사사건에 대해 언론 보도를 금하는 조항도 있다.

이는 형벌보다 '교화와 재사회화'를 우선시하는 소년법의 핵심 목적 때문이다. 소년법의 취지는 미성년자에게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따라서 소년범죄자에게는 벌금이나 징역형 대신 보호관찰과 사회봉사명령이 내려지고, '교육기관'인 소년원에 송치되더라도 최장 2년까지만 수용하도록 한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법안 발의가 고위공직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내세우고 있을 지 몰라도, 소년법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입 모은다.

가사소년 전문 판사 출신 법무법인 율우 신혜성 변호사는 "미성년자라도 중범죄를 저질렀다면 형사재판을 받을 수 있는데, 소년부 송치가 됐다는 것은 이 아이를 사회가 잘 키워볼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라고 말했다. 이어 "정말 쉽게 죄를 뉘우치고 변하는 소년범죄자의 특성을 고려할 때, 해당 법안은 국민 호기심 충족 외에는 당위성이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원혜욱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유엔 아동 권리 협약을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소년보호처분은 소년범죄자의 장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도록 하는 게 원칙"이라며 "범죄 정도를 구분해 검증할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성년자 때 벌인 범죄는 용인하지 않으면서 성인 이후 공직자로서 행한 범죄를 쉽게 용서해 주는 것도 맞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이에 대해 나 의원 측은 "소년법의 취지인 교화와 재사회화를 존중하면서도, 국가 최고위 공직과 최고 영예만큼은 국민 앞에 보다 높은 도덕성과 책임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요구가 크다"며 "살인·강도·성폭력·방화·납치·중상해·중대 마약범죄와 같은 흉악범에 대해서까지 '소년범'이라는 이유만으로 영구 사각지대를 남겨두는 것은 공정에도, 상식에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단순히 '기록이 있을 수 있다'는 차원을 넘어, 실제 보호처분 기록과 판결문 존부를 근거로 공직 적격성을 가려 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승현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