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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돈 잘 벌던 은행도 내년엔 보릿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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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국 기자

승인 : 2025. 11. 27. 18:05

조은국[반명함] 사진 파일
"그동안 은행들이 손쉽게 이자장사를 해온 건 사실이죠."

한 시중은행 간부급 인사가 은행들이 실적잔치가 올해로 끝나고 내년부터는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낼 것이라며 내놓은 자조 섞인 말입니다.

국내은행은 올해 3분기까지 순익으로 21조1000억원을 올렸습니다. 지난해와 비교해 12%가 넘게 성장한 수준입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에서만 14조원 가까이 벌었죠. 탄탄한 이자수익이 뒷받침 했는데요. 시장금리 하락에 따라 NIM(순이자마진)이 소폭 빠졌음에도, 이자수익자산이 4.5% 증가한 3413조5000억원에 달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내년에는 올해보다 가계대출 규제가 더 강력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금융당국은 각 은행들로부터 대출 목표를 보고받고 있습니다. 은행들도 자발적으로 목표를 예년보다 낮추고 있는데다, 금융당국도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를 옥죌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래도 가계대출 증가폭이 줄지 않고, 부동산 가격이 계속 고공행진하면 주택관련 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더 높일 수 있다는 발언이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로부터 나오기도 했죠.

이재명 대통령이 '이자놀이' '금융계급론' 등 강도 높은 경고를 내놓자 은행 등 금융권에 대한 압박이 더욱 거세지는 모습인데요. 이에 내년 은행권 가계대출 공급 증가액이 대폭 줄어 대출한파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게다가 정부가 주택과 부동산으로 자금이 쏠리는 가계대출 중심의 영업을 할 게 아니라 첨단산업이나 혁신·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금융권도 대응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5대 금융그룹이 내놓은 생산적 금융에 투입하겠다고 약속한 자금만 5년간 수백조원 규모죠. 기업대출과 투자를 확대하면 부동산으로 향하던 자금이 첨단산업과 혁신기업으로 움직이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리스크가 커진다는 점은 피할 수 없는 점입니다. 최근 미국발 관세갈등 및 글로벌 경기 둔화 등으로 인해 은행권 대손비용이 지속 증가하는 등 리스크도 커지고 있습니다. 9월 말 기준 국내은행 부실채권 규모는 16조4000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1조4000억원 늘었고, 특히 기업여신이 가계여신보다 부실화 정도가 컸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생산적금융을 통해 기업대출과 투자 규모가 가파르게 늘면, 그만큼 은행들이 떠안아야 하는 리스크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은행에 봄날은 가고 겨울이 온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은행은 안주할 수 없습니다. 그동안 급성장하는 대출자산을 기반으로 높은 이자수익을 얻어왔다면 이젠, 플랫폼이나 임베디드 금융, AI, 빅데이터 등 디지털 경쟁력을 끌어올려 비이자 수익 모델을 다변화하고, 글로벌 무대에서 새로운 시장을 발굴해야 할 때입니다. 2026년이 은행의 보릿고개가 아닌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가는 시작이 될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조은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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