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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얘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올 만한 말들이다. 무슨 뜻인지 모르는 한국인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장 속 영어 단어를 외국인에게 그대로 쓴다면?
여행과 관련된 콘텐츠를 보면 일단 신선하고 재미있고 봐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인지 영어 단어가 많이 등장한다. 마치 예쁘고, 멋있고, 감동적으로 보이기 위해서는 영어를 써야만 할 것 같다.
다만 이들 표현을 뜯어보면 실제 영어에서는 쓰이지 않거나 뜻이 다른 것들이 많다. 먼저 우리에게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포토존에서는 '존'이 문제가 된다. 존은 영어에서 보통 위험 지역, 통제 구역, 규제 지역 등 법적·기능적 구분을 할 때 쓰인다. 사진 찍기 좋은 곳이라는 포토존의 경우 외국인들이 넘겨짚어서 이해는 하겠지만 다소 어색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존은 여행 관련 장소에서 심하게 남용되는 단어이기도 하다. 프라이빗존, 패밀리존 키즈존 등은 적어도 표준 영어는 아니다. 앞서 예를 든 힐링의 경우 영어권에서는 진짜 질병을 치료하는 의미가 강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정신적 회복을 의미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우리는 너무 쉽게 쓰는 경향이 있다. 리뉴얼은 호텔을 리뉴얼했다고 하기엔 뜻이 많이 다르다. 구독 갱신, 계약 갱신 등에서 갱신을 뜻하는 리뉴얼이 현재 리모델링, 리노베이션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
이들 단어가 한국에서 통용된 이유는 편리함 때문일 것으로 추측된다. 포토존을 좀더 영어식으로 포토 스폿이라고 한다면 한 글자가 늘어나고 스폿이란 단어가 존보다는 익숙지 않다. 리뉴얼은 리모델링, 리노베이션보다 글자 수가 적다.
하지만 포토존을 '사진 구역'이라고 한다면? 여기서부터는 편리함의 문제를 벗어난다. 많은 사람들이 촌스럽거나 재미가 없다고 느끼면서 사진을 찍고 싶은 의욕을 잃어버릴지 모른다. 포토존이 왜 사진 구역보다 세련됐는지, 혹은 세련되게 느껴지는지는 설명하기 어렵다. 리뉴얼이든 리모델링이든 '개조'보다는 세련돼 보인다.
사실 이와 같은 외래어 선호 현상이 여행 분야에만 관련된 일은 아니다. 경제·산업·사회 전반에서 간단한 영어 단어를 쓰는 것이 보편화되면서 하나의 한국 문화로 자리잡았다. 문제는 '콩글리시'라는 단어조차 '콩글리시'인 점은 차치하고라도 '콩글리시'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프리패스' '스낵바' '모닝콜' '웰컴드링크' 등은 모두 각각의 결함을 안고 있다. '웨딩 홀' '버진 로드' 등은 일본에서 만들어진 단어로 추정된다.
요즘 같이 바쁜 시대에 알아듣기만 하면 되지 않느냐고 묻는 이들도 많을 듯 하다. 영어는 우리의 모국어가 아닌데 꼭 표준 영어를 써야 하느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다만 모국어도 아닌 영어를 바르지도 않게 마치 의무적으로 쓰는 이유는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사진 구역이 포토존만 못할 것 같은 편견을 안고 살게 된 우리 사회의 풍조가 다소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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