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Q 폐지…계열사별 책임경영 강화
e커머스·건설 등 수익성 개선 역점
신유열, 바이오로직스 각자대표에
지주 전략컨트롤도 지휘 혁신 주도
|
롯데그룹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고강도 인적쇄신에 나섰다. 지난해 화학군을 중심으로 CEO 21명을 교체한 데 이어 올해는 유통·식품·건설 등 주요 계열사 수장 20명을 바꿨다.
9년간 유지해온 사업총괄체제인 HQ(헤드쿼터)도 폐지했다. 그만큼 그룹의 위기상황을 단적으로 반영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7월 처음으로 1박2일 일정으로 하반기 VCM(옛 사장단회의)를 진행하며 체질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부사장은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 전략실장에서 각자 대표이사에 오르며 본격적인 경영 전면에 나섰다.
롯데그룹은 26일 이사회를 열고 2026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 관전포인트는 신유열 부사장의 승진 여부였으나 승진 대신 롯데바이오로직스의 대표이사에 오르며 역할이 확대됐다. 신 부사장은 기존 박 제임스 대표와 함께 그룹의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사업을 이끌 예정이다. 동시에 롯데지주에 신설되는 전략컨트롤 조직에서 중책을 맡으며 그룹 전반의 비즈니스 혁신과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도 주도한다.
신 부사장은 일본에서 롯데파이낸셜과 롯데스트레티직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에 올라 있지만 한국 롯데그룹에서 대표이사를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은 단순한 전략을 기획하는 경영수업이었다면 이번 인사로 실제 사업체의 손익을 책임지는 역할을 맡아 경영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며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을 맡아 신 부사장을 보좌했던 노준형 사장도 고정우 사장과 함께 롯데지주 공동대표에 내정되며 신 부사장의 측근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존의 HQ 체제를 폐지하는 대신 롯데지주에 신설된 '전략컨트롤 조직'도 신 부사장이 맡게 되면서 경영 승계의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다.
롯데는 롯데지주를 실무형 조직으로 개편하는 것과 동시에 '신상필벌'의 원칙에 따라 지난해 인사에서 살아남았던 유통군과 식품군의 수장도 바꿨다.
롯데백화점 신임 대표이사에는 정현석 롯데백화점 아울렛사업본부장이 부사장으로 발탁 승진하며 내정됐다. 1975년생으로 롯데백화점 역대 최연소 대표이사다.
롯데마트·슈퍼 대표이사에는 롯데GRS를 이끌었던 차우철 대표가 사장으로 승진하며 내정됐고, 롯데e커머스 대표에는 온·오프라인 유통 경험을 바탕으로 e커머스사업부 구조조정과 턴어라운드 전략수립을 추진했던 추대식 전무가 승진하며 선임됐다.
롯데의 모태기업인 롯데웰푸드의 대표이사도 바뀌었다. 지난 7월 롯데웰푸드 혁신추진단장으로 부임해 경영진단과 함께 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끌어왔던 서정호 롯데웰푸드 혁신추진단장 부사장이 발탁됐다.
이 외에도 최근 위기설이 다시 불거진 롯데건설 대표이사에는 부동산 개발 사업 전문성과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 역량을 인정받은 오일근 부사장이 승진하며 내정됐다. 오 부사장은 PF사태로 약해진 롯데건설의 재무건전성을 조속히 회복할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롯데 관계자는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 신속한 변화 관리와 실행력 제고를 위한 성과 기반 수시 임원인사와 외부 인재 영입 원칙을 유지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