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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호조와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현상은 단순한 일시적 충격이 아니다. 달러를 파는 공급보다 사려는 수요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외부 요인과 내부 구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봐야 한다.
시장의 달러 수요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매수와 기관·기업의 해외 투자 확대가 달러 수요를 폭발적으로 키웠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개인투자자들은 해외주식을 292억1944만 달러 순매수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순매수액(105억4500만 달러)의 약 3배에 달하는 규모다.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도 급증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총 1269조1355억원에 달하는 국민연금 적립금 중 국내외 주식에 투자된 금액은 635조5734억원으로, 전체 자산의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이중 해외 주식은 446조원으로 국내 주식(189조원)의 두 배가 넘었다.
이에 정부는 가용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특히 외환당국과 국민연금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4자 협의체'를 가동하며 환율 방어를 위한 '국민연금 등판'을 시사했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달러를 시장에 내다 팔아 원화 가치를 올리겠다는 것이다. 또한 기획재정부는 주요 수출기업들을 소집해 외환 수급 개선 논의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책 혜택을 줄 테니 시장에서 원화를 사달라는 의미다. 다만 이런 조치는 단기적으로 충격을 완화하는 데 유효할 수 있지만, 반복적 개입은 시장 기대를 왜곡하고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위험을 키울 수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응급주사'가 아니라 '체질개선'이다. 우선 외환시장 안정은 통화정책·재정정책·금융감독을 총동원한 종합적 대응이 돼야 한다. 중앙은행의 금리정책과 외환당국의 시장개입은 정확한 원칙과 투명한 소통 아래 이뤄져야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
또한 해외자산 투자 확대라는 구조적 변화에 맞춰 국내 자본의 매력과 대체 투자처를 키워야 한다. 기업·가계가 국내 투자로 눈을 돌릴 수 있도록 규제·세제·인프라 측면에서 유인책을 정비해야 한다. 아울러 수출기업의 역할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은 단기적 환차익을 기대하며 수출입 타이밍을 조절하는 대신, 장기적 환리스크 관리와 공급망·수출처 다변화에 더 적극 투자해야 한다.
환율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물가·금리·기업 채산성 등에 직결되는 실물경제의 핵심 변수다. 정부의 응급처방은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반복되는 위기를 예방하려면 제도와 시장의 구조적 취약점을 드러내고 개혁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단기 처방으로 일시적 불안은 해소할 수 있지만, 지속 가능한 안정은 구조개혁에서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