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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與 대변인’인 듯… 정성호 행보에 법무행정 독립성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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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훈 기자

승인 : 2025. 11. 12. 17:42

<檢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
"대통령실·여당 의중따라 움직여" 지적
법무부 차관 항소포기 지시 외압 의혹
정 장관 "지시 없었다" 진실공방 확산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취임 이후 법무행정의 독립성보다 용산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 사이의 '대변인' 역할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검찰개혁 등 주요 현안마다 대통령실과 여당 의중에 따라 움직인다는 평가가 잇따르며, 장관 고유의 정책 추진력은 빛을 잃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 장관은 최근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항소 포기' 결정 과정에서 "신중히 판단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하며 외압 의혹에 휩싸였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사법연수원 29기·대검찰청 차장)이 지난 10일 대검찰청 과장들과 면담 자리에서 "법무부 차관에게 항소 포기 선택지를 받았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외압 의혹이 진실 공방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정 장관은 1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법무부 차관이 검찰총장 대행에게 장관이 지휘권을 행사할 수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고 했다는데 법무부 차관에게 이런 지시를 했냐'는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의 말에 "그런 사실 없다"며 수사 지휘 의혹에 선을 그었다. 이 차관 역시 노 대행과 전화한 사실은 맞다면서도 외압 의혹에 대해선 부인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관련된 사건인 만큼 정 장관이 이를 염두에 두고 의견 표명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조형우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에 연루된 민간업자 5명에게 중형을 선고하면서도 이 대통령의 공모 여부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주요 결정 권한을 행사하지 않고, '성남시 수뇌부'의 주요 결정을 위해 민간업자들과의 의견을 조율하는 중간자 역할을 했다고 판단하면서도 성남시 수뇌부의 역할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재판의 쟁점은 검찰이 제기한 혐의에 대해 재판부가 상당수 인정했지만, 일부 무죄를 선고했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이익금 가운데 일부를 주기로 약속했다는 부정처사 후 수뢰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는데, 이는 항소심에서 법리를 다퉈야 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아울러 재판부가 배임 행위로 성남시가 입은 손해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하기 어렵다며 검찰이 추산한 손해액 4895억원 중 473억원만 추징했다는 점도 항소심에서 다툴 수 없게 됐다.

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배임죄 폐지가 현실화하면 김씨 등의 업무상 배임죄를 인정한 1심 판결이 무죄 또는 면소로 종결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했기 때문에 항소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혐의를 유죄로 변경할 수 없다.

결국 항소심 재판 결과에 따라 이 대통령의 별도 재판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2010~2018년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민간업자에게 유리한 사업 구조를 설계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895억원의 손해를 끼치고, 민간업자들이 이익을 챙기게 한 혐의(배임 등)로 기소됐으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이유로 재판을 무기한 연기했다.

이 대통령의 구체적인 관여 여부도 따져보지 못한 권력형 비리 사건이 '대장동 항소 포기'로 결론 나면서 법조계선 정 장관이 검찰개혁부터 대통령실과 여당의 기류에 발 맞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의 경우 대법원 판단까지 받아봐야 말끔히 의혹을 해소할 수 있음에도 '기계적 항소'라는 이유로 항소 포기를 결정한 건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결정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정치인 출신 수뇌부가 '사법의 정치화'를 시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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